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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 상대 손보사 소송전 대법원 판결 이후 파장은?

발행날짜: 2022-09-01 05:30:00

대법원, 31일 하루 만에 보험사의 채권자대위 소송 5건 '각하'
보험사 소송도 진화...환자에게 채권 양수 받아 '양수금' 소송
맘모톰 소송 일단락? 보험사 채권자대위권 불인정 판단 줄이어

실손보험사가 환자를 대신해 의료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대법원 판결 영향으로 하급심 법원들도 선고 및 변론 기일을 줄줄이 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법원 민사3부는 31일 S화재해상보험이 전라남도 M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소송에서 상고 기각 판단을 내렸다. 보험사가 소송을 제기할 자격 자체가 없다는 원심 판단을 인용한 것이다. 법률용어로 보험사에게는 채권자(피보험자, 환자)를 대신할 권리, 즉 채권자대위권이 없다는 소리다.

대법원 대법정 전경

S화재는 M병원이 149명의 환자에게 임의비급여로 맘모톰과 스크램블러 시술을 했다며 환자에게 받은 진료비 1억4500만원이 '부당이득금'이라고 보고 이를 돌려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49단독)은 의료행위의 위법성을 따지기 전에 보험사가 환자를 대신해 소송을 제기할 권리 자체가 없다고 보고 소송 자체를 각하했다.

해당 재판부의 각하 판단은 즉각 다른 비슷한 소송에 영향을 미쳤다. 관련 사건을 심리 중이던 재판부는 잇따라 '각하' 판단을 내렸고 보험사들은 대법원 판단이 나올 때까지 변론 및 선고 기일을 잡지 말자는 요청까지 했다.

결론은 보험사의 완패. 가장 먼저 나왔던 S화재와 M병원의 다툼에서 2심에 이어 대법원도 1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2019년 6월 사건이 접수된 후 3년여 만에 나온 결론이다.

그 사이 실손보험사는 의료기관이 실시한 의료 행위 중 '임의비급여' 의심 항목을 찾아 환자를 대신해 부당이득금 및 손해배상 소송을 남발해왔다.

지난 25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을 시작으로 하급심에 머물러 있던 관련 소송들의 변론 및 선고 기일도 줄줄이 잡히고 있다는 게 법조계의 전언이다.

실제 메디칼타임즈가 확인한 결과, 대법원은 31일 S화재보험과 M병원 해당 사건 외에도 H해상보험, D손해보험이 의료기관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소송 4건에 대해 각하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판단이 이어지면서 실손보험사의 채권자대위권 문제는 어느 정도 결론이 나왔다. 특히 실손보험사가 전사적으로 부당이득금 환수 소송을 제기하는 데 결정적이었던 '맘모톰' 관련 채권자대위권 관련 소송을 의료기관의 완승으로 매듭지어지는 모습이다. 31일 있었던 대법원 판단도 맘모톰 관련 채권자대위권 소송이다.

M병원을 대리했던 정혜승 변호사(법무법인 반우)는 "맘모톰 관련 채권자대위권 소송은 처음으로 나왔다"라며 "채권자대위권이라는 게 남의 권리를 대신 행사하는 것을 말하는데 실손보험사와 의료기관의 다툼에서 남은 환자"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의료기관의 진료가 임의비급여라고 하더라도 환자가 원해서 진료를 받았다면 환자가 의료기관에게 진료비 반환 청구를 해야 한다는 보장이 없다"라며 "그럼에도 보험사는 환자의 의사를 넘겨짚고 무작위 소송을 하고 있다. 실손보험사가 건강보험을 흉내 내고 있는데 이들은 어디까지나 사기업"이라고 밝혔다.

실손보험사는 채권자대위권 소송 대신 양수금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진화하는 소송전, 채권자 동의 받아 소송 제기

문제는 실손보험사의 소송이 진화하고 있다는 것. 이미 채권자대위권 소송에서 승산이 없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자 실손보험사는 '양수금' 소송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아예 환자에게 '채권'을 양수 받아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환자를 대신해서 채권을 받아낼 수 없으니 아예 환자에게 미리 허락을 받은 후에 움직이는 방식이다.

조진석 변호사(법무법인 세승)는 "환자에게 개별적으로 채권을 양도한다는 서약서 등을 받아서 채권자대위권을 빠져나가는 방식의 소송을 이미 지난해부터 하고 있다"라면서도 "소송 제기를 위한 채권 양수도는 위법하다는 법원 판례가 있어서 마냥 보험사에게 유리하지는 않다"라고 설명했다.

정 변호사도 "보험사가 채권자대위권 소송을 취하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대법원 판단이 나오긴 했지만 실손보험사가 다양한 방향으로 소송을 제기하고 있어서 임의비급여를 둘러싼 보험사와 의료기관의 다툼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판단이 실손보험사에게 불리하게는 나왔지만 여전히 의료기관을 상대로 한 보험사의 공격은 이어지고 있는 상황. 조 변호사는 적극적인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변호사는 "법원 판례에도 불구하고 일부 보험사는 채권자대위 소송을 여전히 진행하고 있다. 맘모톰, 백내장은 거의 일상적"이라며 "소송을 걸어서 승소하겠다는 의도는 있지만 규모가 크지 않은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합의를 목적으로 하는 부분도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단 소규모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소장을 받으면 지레짐작으로 겁을 먹고 진료행위 자체가 위축되거나, 귀찮다고 합의를 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 부분이 보험사가 노리는 점"이라며 "적극적으로 법리적 대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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