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술대회 개최가 이렇게 어려운지 몰랐습니다. 당시엔 너무 힘들어서 솔직히 여기까지 오게 될 줄 몰랐습니다."
유순집 대한내분비학회 이사장은 제1회 국제학술대회 SICEM(2013년 5월 개최)을 이렇게 회상했다. 당시 학술이사의 직책으로 SICEM의 기획부터 추진, 완성까지 담당한 '주인공'이지만 당장 대회 준비에 골몰해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기도 벅찼다는 게 그의 고백.
강산이 한번 변한 시간동안 SICEM에도 변화의 진폭이 컸다. 전세계 석학이 찾는 대형 학회로 거듭나는 동안 학회이사에서 이사장으로, 검은 머리가 백발이 되는 변화가 그를 찾았다. 10년의 소회는 어떨까. 이제는 자부심을 갖게 됐다는 유순집 이사장을 만나 오는 27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되는 SICEM의 과거와 미래에 대해 들었다.
내분비학회는 2013년부터 춘계학술대회를 SICEM으로 명칭을 바꿔 국제학술대회로 개최하고 있다. SICEM은 갑상선, 골대사, 신경내분비, 부신, 생식계, 당뇨병 및 비만, 동맥경화증을 포함하는 다양한 내분비 분야로 세션을 구성해 특히 국제학술대회에 걸맞도록 보기 힘든 석학들을 초청, 연구 교류의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첫 SICEM은 2013년 5월 2~4일까지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총 27개국 외국인 146명을 포함해 총 1190명이 참석했고, 코로나19 유행 직전인 2019년에 개최된 제7차 SICEM에는 총 41개국 외국인 참석자 351명을 포함해 1598명이 참석, 총 138개 강의와 274개의 포스터가 발표됐다.
유순집 이사장은 "국제학술대회를 준비하던 당시 왜 이런 걸 하냐는 질문이 뼈 아팠다"며 "국제화와 같은 학회 차원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국제학술대회를 열 정도의 역량이 아니라는 따가운 눈총이 그런 질문에 녹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와 인적 네트워크도 없었고, 인지도도 없는 마당에 외국 연자들, 회원들이 한국을 방문할까하는 의구심 반, 두려움 반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1회 SICEM에 외국인들이 참가하는 것이 맞냐는 질문에 자신있는 대답을 내놓기도 어려웠다"고 밝혔다.
그는 "불과 10년만에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규모, 질 모든 면에서 탑급으로 성장한 학회를 볼 때마다 그때 개최를 포기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며 "이런 성장은 모두 회원들의 희생과 노력의 결실"이라고 말했다.
자부심을 느낄 정도로 성장했다는 것은 지표에서 드러난다.
연도별 초록 수는 2013년 202개에서 2020년 296개로 늘어났고, 2017년, 2018년, 2019년 모두 해외 초록이 국내 초록의 두 배를 넘었다. 연도별 국내외 등록자 수는 2018년 해외 등록 336명을 포함 전체 등록자 2000명을 넘어섰고, 참여 국가 수 46개국에 달했다. 명실상부 국제학술대회로서의 면모를 갖춘 것.
유 이사장은 "해외 학회에 나가보면 SICEM이 어느 정도 위상을 갖는지 실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과장하는 것이 아니라 SICEM의 위상은 미국내분비학회, 유럽내분비학회를 제외하곤 어디에 내놔도 가장 낫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국가에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지만 늘 연자 섭외에 어려움을 호소한다"며 "반면 SICEM에는 전세계 최고 석학급이 참여하기 때문에 국내 연구진에겐 좋은 만남, 네트워크 형성의 기회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SICEM의 기조강연자로 나선 Joel elmquist 교수는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 내과 연구 부의장이자 의학 연구의 Carl H. Westcott 석좌 교수로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 시상하부 연구 센터의 창립이사다. 미국내분비학회 Ernest Oppenheimer Award와 미국당뇨병학회의 Outstanding Scientific Achievement Award 등 수많은 수상 경력이 있다.
이어 George J. KAHALY 교수는 독일 요하네스 구텐베르그대 메디컬센터에서 의학 및 내분비대사학 교수로 분자갑상선 연구실을 이끌고 있다. 기조강연에서 그레이브스 안병증의 분자적 발병기전과 의학적 관리를 위한 진료 가이드라인을 다룰 예정이다.
제2형 당뇨병의 발병 및 치료, 대사증후군에서 인슐린 저항성에 대한 연구 대가로 꼽히는 Ralph A DEFRONZO 교수도 방한한다. 그는 인슐린 저항성의 개념을 개발하고 유수 저널에 80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해 미국당뇨병학회, 유럽당뇨병학회 등에서 수많은 수상 경력을 자랑한다.
유순집 이사장은 "밴팅(banting) 상은 미국당뇨병학회의 최고 과학 상으로 인슐린 발견의 핵심 연구자인 밴팅 경을 기념해 당뇨병 연구 분야에서 높은 공로를 세운 공로를 기리기 위해 매년 수여된다"며 "2008년 미국당뇨병학회 밴팅 수상자인 DEFRONZO 교수도 이번에 SICEM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회에서 섭외 이메일을 한번 보냈을 뿐인데 DEFRONZO 교수가 흔쾌히 방한을 약속할 정도로 SICEM은 대내외적인 위상, 인지도가 올라갔다"며 "SICEM을 자식처럼 키워온 입장에선 이제 해외 석학들에게 SICEM이 각인된 것같아 굉장히 뿌듯하다"고 밝혔다.
그는 "해외 연자들의 유입은 내분비학회 학술지 EnM 투고량 증가와 같은 선순환 구조로도 이어진다"며 "이제 학회 역량이 커진 만큼 사회적 영향력에 대한 부분에서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정책 분야를 강화해 정책 제안, 개선 등 사회적 책무를 더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은 남는다"며 아시아를 리드하는 국제학회로서 개발도상국 국가에 대한 교육, 연수 강화와 같은 대외적인 활동이 부족했던 점 역시 향후 SICEM 발전을 위해 보다 노력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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