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회의 역량을 무엇으로 평가해야 할까. 아니 그보다 학회의 존재 목적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올해 40돌을 맞은 내분비학회에서 얼핏 그 힌트를 본 것 같다.
최근 기업체에서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인 ESG가 부상하고 있다.
그간 기업의 평가가 얼마나 돈을 잘 버는지와 관련된 재무에 초점을 맞췄다면 EGS는 지속가능투자의 관점에서 기업의 사회적 영향력, 윤리적 가치를 함께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부도덕한 기업으로 낙인 찍히면 사회적 지탄 및 불매운동으로 이윤 추구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것처럼 기업의 사회적 영향력 및 윤리성은 기업의 지속 가능성 평가 요소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논리다.
이익을 앞세우기 보다 제품 생산에 수반되는 탄소배출 및 환경 오염, 기후변화 가능성을 고려하고, 고객과 근로자의 만족/안전을 우선시 하는 것, 공정 경쟁과 반부패 지배구조를 유지하는 것 모두 ESG의 구성 요소에 해당한다.
올해 40돌을 맞은 내분비학회도 의학회에 비슷한 화두를 던졌다. 학회에서 처음으로 ESG 도입을 주창하면서 학회의 존재 목적과 의의에 대한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다.
엄밀하게 기업체와 같은 의미는 아니지만 내분비학회는 ESG를 Enterprise(핵심사업)·Society(사회공헌)·Governance(조직경영)로 재해석해, 핵심사업 부분에서 국제학술대회와 학술지의 글로벌 위상 강화, 미래 선도 연구, 영향력 있는 근거 생산 등을 내세웠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대국민 소통 강화와 공익사업과 같은 사회적 공헌 확대다. '사회적 가치위원회'를 구성해 학회의 영향력을 학술적인 영역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실제 환자와 국민에 영향을 미치는 쪽으로 확대하겠다는 것.
학회 관계자는 "더 이상 회원 수, 학술대회 등록 인원 수로 환원되는 양적 경쟁은 지양하기로 했다"며 "그보다는 얼마나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지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10년 전부터 본격화된 학회간의 경쟁은 회원 수나 학술대회 등록 인원, 학술지 인용 지수, 외국인 연자 수, 제출 초록의 수와 같은 지표들의 팽창을 불러왔다. 양적인 팽창이 학회의 영향력으로 해석되면서 덩치에 걸맞지 않은 국제학술대회 추진까지 일상다반사가 된 마당에 학회의 본질에 초점을 맞추자는 목소리는 반가울 수밖에.
일부 학회들이 특유의 폐쇄성을 내세워 '그들만의 잔치'를 고수하는 상황에서 내분비학회가 어떤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지도 관심사다. 관건은 ESG의 도입 바람이 일회성이거나 하나의 이벤트로 그치지 않아야 한다는 실천 의지다. 나이 40은 불혹이라 했다. 내분비학회가 근본적인 학회의 존재 의의에 초점을 맞춰도 조바심을 느끼지 않을 만큼 관록이 쌓였다는 것도 반가울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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