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넘어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의료기기 기업들도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수출 기반 기업들의 표정은 더없이 밝은 반면 수입 기반 기업들의 표정은 급격히 어두워지고 있는 것. 특히 금리 인상의 여파로 국내 중소기업들의 고충도 점점 더 깊어지는 모습이다.
31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원달러 등 환율 변동폭이 크게 출렁이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의료기기 기업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관계자는 "대다수 산업이 마찬가지겠지만 의료산업 자체가 워낙 환율에 민감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수입과 수출이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점에서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기업들이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원달러 환율은 연일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올해 초 만해도 1200원도 미치지 않았지만 하반기부터 1300원을 돌파하기 시작해 현재 1427원까지 오른 상황이다.
불과 1년만에 환율 차이로만 20% 넘는 괴리를 보이고 있는 것. 수출 기업의 경우 가만히 앉아서 수익이 20% 늘어난 반면 수입 기업은 반대로 20% 더 비싸게 물건을 사야 하는 셈이다.
이로 인해 실제 국내 기업들도 희비가 갈리고 있다. 일단 수출 기반 기업은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상태. 코로나가 엔데믹 시대로 접어들고 환율 상승 수혜까지 입으면서 호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A기업 대표이사는 "킹달러로 원자재 등의 상승폭이 있기는 하지만 재료와 완제품의 부가가치가 다르다는 점에서 충분히 이를 상쇄하고 남는 상황"이라며 "솔직히 원자재값 상승과 코로나로 인해 입었던 손해를 환율 상승으로 다 커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당분간 이러한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내년 상반기에는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한 손해를 메우고도 남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물 들어왔을때 노 젓는다고 해외 영업에 총력을 걸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특히 수출 비중이 높은 피부 미용기기와 임플란트, 체외진단기기 등의 실적은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 원화 약세가 오히려 기회가 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당연하게 반대의 경우도 존재한다. 수입 재료를 들여와 국내에서 제조하는 기업이나 완제품을 수입하는 기업들은 말 그대로 초비상이 걸린 상태다.
일부 기업들은 보험 등을 통해 헷지를 하기는 했지만 당분간 이러한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
국내 B기업 임원은 "일단 유통 마진이 적은 제품부터 라인업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며 "코로나로 인해 유통 비용이 몇 배나 오른 상태에서 킹달러가 지속되면 물건을 들여오는 것 자체가 곧바로 적자가 될 수 있다"고 털어놨다.
더욱이 이러한 기조가 이어지면서 존폐 위기에 놓인 기업들도 많아지고 있다. 킹달러의 기폭제가 된 금리인상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기준 금리가 이른바 빅스텝을 지속하면서 기업들의 이자 부담이 점점 더 커져가고 있기 때문. 이로 인해 일부 기업들은 신규 사업 등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가며 비용 절감책을 마련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국내 C기업 임원은 "금리 인상으로 인해 대출 이자가 몇 달 만에 3%나 올라간 상황"이라며 "지금 상황에서 신규 투자는 무리라는 의견이 많아 내부적으로 검토에 들어간 상태"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여기에 투자 기류도 급속도로 냉각되면서 말 그대로 돈이 돌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지금 상황에 모험을 거느니 있는 거라도 지켜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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