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난임치료 국가 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법안이 발의되면서 의·한 갈등이 불거졌다. 한방난임치료의 유효성을 두고 입장차가 첨예한 상황이다.
29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은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한의약을 통해 난임을 치료하는 한방난임치료비 지원을 신설 조항으로 만들었다. 제11조 2항에 기존에 없던 한방난임치료가 추가된 것도 변화다.
이에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성명서를 내고 한방난임치료의 임신성공률이 부풀려진 결과하고 비판했다. 유효성·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음에도 국가적 지원 계획을 시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한방난임치료 임신 성공률은 12.5%로, 원인불명 난임 여성의 임상적 자연임신율인 24.6~28.7%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
또 2016년 난임부부 지원사업에서 한방난임사업 임신 성공률은 1시술주기당 1.6%로 인공수정의 9분의 1, 체외수정의 18분의 1수준이며, 한방난임사업 시행 지자체들의 자체 분석 결과 침구치료·약침술 시술은 임신 성공률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직선제 산부인과 의사회는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는 한방치료로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 폐경에 이르게 되면 시험관 시술조차 불가능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며 "한방난임치료 옹호·지원이 저출산 대책의 새로운 대안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보면, 지금까지의 실패가 이해되는 대목이다"라고 꼬집었다.
한방난임치료 안전성도 지적했다. 미입증된 치료로 국민 건강에 위해를 끼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방난임치료 대표격 한약인 조경종옥탕 및 온경탕에는 한 첩당 3~4g의 목단피가 함유되는데 이 한약재는 유산을 유발하는 부작용이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보건복지부가 진행한 한방치료기술 연구개발사업 최종 보고서를 보면 상당수의 한약이 유전자 돌연변이, 세포독성, 염색체 이상 등의 문제를 유발했다. 또 임신한 생쥐에게 백출을 투여한 결과 태아의 유전적 이상이 발생했으며, 임신 초기 생쥐에게 한약을 투약하니 분만 태아 수가 감소했다.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는 "이러한 위험성에도 지자체에서는 한방난임사업을 여전히 시행하는 무책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고 심지어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있는 한방난임치료의 국가적 지원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한한의사협회 역시 성명서를 내고 한방난임치료는 비용대비 임신 성공률이 높고 난임부부의 선호도·신뢰도가 높다고 맞섰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의협은 2016년 복지부가 발표한 '지자체 한의약 난임부부 지원사업 대상자 실태조사'를 통해 지자체별 한의약 난임치료사업 효과성이 확인된 바 있다고 강조했다. 또 전국 지자체별 한의약 난임치료 지원조례가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 우수조례로 선정된 바 있지만, 아직까지 정부 지원이나 예산 배정이 전무하다고 꼬집었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나타내고 있음에도 의료정책에서의 대안이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현행 한방난임치료사업이 일부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자체 위주로 사업이 진행돼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국가 주요 의제의 형평성 있는 시행과 국민의 요구를 반영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
한의협은 "한의약 난임치료사업이 성공리 진행되고 있음에도 국가적 차원의 사업진행과 예산 지원은 전무한 것이 현실"이라며 "난임 문제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한의약 난임치료를 적극 활용하고, 이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제적 부담 없이 한의약 난임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가 차원의 제도정립과 지원체계 확립이 필요하다.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서영석 의원의 대표발의 법안이 국회에 발의된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라며 "난임부부에게 큰 희망이 될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의 국회 통과를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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