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첨바법(첨단재생의료법, 첨단재생의료의 지원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 시행 이후 재생의료 분야 연구자 주도 임상연구가 소폭 증가했지만 기업주도 임상시험 대비 여전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연구자 주도 연구에 참여하는 의료진들은 "첨바법이 제정됐지만 여전히 까다로운 임상연구 기준 등 한계점은 있다"며 빠르게 늘지 않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재생의료진흥재단(이하 진흥재단)은 6월 발간한 'RMAF Insights'를 통해 '첨단재생바이오법 시행에 따른 재생의료 임상 동향 변화'라는 주제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진흥재단 측은 16년간(2007~2022년)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임상시험 총 393건의 자료를 기반으로 지난 2020~2022년 첨바법 시행 전·후 연도별 임상 승인 현황을 분석했다.
그 결과 임상건수는 법 시행 이전, 연간 평균 약 23건에서 법 시행 이후 약 30건으로 소폭 늘었다. 특히 법 시행 직후인 지난 2020년에는 39건을 심의했다. 이어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 심의 현황을 보면 지난 2021년, 2022년 각각 25건, 13건이었으며 2년간 적합 승인된 건수는 14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IIT)과 기업주도 임상시험(SIT)현황을 살펴보면 첨바법 시행 이후 기업주도 임상 승인 건수는 2020년 26건에서, 2021년 23건, 2022년 13건으로 지속 감소했다. 하지만 연구자 주도 임상 또한 2020년 13건, 2021년 2건, 2022년 0건으로 함께 줄었다.
법 시행 이전인 2016년 연구자 주도 임상 심의 건수가 15건, 2017년 12건인 것을 고려할 때 첨바법 이후 연구자 주도 임상이 늘었다고 보기 어렵다.
분야별로 보면, 첨바법 이전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던 세포치료제 비중이 81%에서 71%로 낮아졌다. 대신 유전자변형세포 치료제가 5%에서 6%로, 유전자 치료제가 13%에서 17%로, 조직공학 치료제가 2%에서 4%로 비중이 커졌다.
재생의료진흥재단 측은 "국내는 여전히 기업주도 임상시험 비중이 높다"면서 "이는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이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는 글로벌 흐름과 상반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분야별로 볼 때 국내는 세포치료제 개발이 압도적인 반면 해외는 CAR-T 세포치료제 등 유전자변형세포치료제에 대한 임상이 활발하다"면서 "법 시행 이후 재생의료 치료분류가 다양해지고 있어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개발 및 투자가 필요하다"고 봤다.
첨바법 이후에도 연구자 주도 임상이 빠르게 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일선 연구자들은 여전히 까다로운 기준을 꼽았다.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 지원사업에 참여 중인 세브란스병원 김긍년 교수는 "고위험군의 경우 식약처와 첨생위원회에 각각 심의를 받아야 하다보니 장벽이 있다"면서 "고위험군 연구에 대한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인데 해당 데이터를 확보하려면 상당한 예산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많이 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NK세포치료제 연구를 진행 중인 분당차병원 이주호 교수는 "일본과 비교할 때 재생의료 연구자 주도 임상 허가 절차가 여전히 까다롭다. 전임상 데이터가 모두 있어야 허가를 해주기 때문에 장벽을 확 낮춘 느낌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또 최근 바이오 업계 불황도 일부 영향이 있다고 봤다.
하지만 임상연구라는 것이 바로 성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전망도 있다. 김긍년 교수는 "재생의료재단을 통해 적극적인 연구지원이 이뤄지고 있어 2~3년 이후에는 연구자 주도 임상 건수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아직 법 시행 초기단계라고 본다. 2020년 이후 안전성 연구 데이터도 쌓이면 점차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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