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바이오분야를 아우르는 '바이오경제 2.0'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과연 이번에는 실질적인 지원책이 마련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대대적 지원책 발표에도 현장에서는 여전히 실효성에 의심을 제기하는 분위기. 그림은 그럴싸 하지만 '디테일'이 없다는 것이 그 배경이다.
20일 바이오산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서울바이오허브에서 '바이오경제 2.0 원탁회의'를 열고 이러한 내용이 담긴 '바이오경제 2.0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바이오경제 2.0 추진방향'은 ▲2030년 세계 1위 바이오의약품 제조국 도약 ▲바이오신소재 산업 활성화 ▲바이오에너지 상용화 ▲디지털바이오 혁신생태계 구축 ▲바이오경제 기반 구축 등으로 마련됐다.
과거 의약품 중심의 지원을 넘어서 바이오의약품 제조 초격차 확보와 함께 바이오 신소재, 바이오에너지, 디지털 바이오 등 바이오 신사업 육성에 나서겠다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가시적인 목표는 2030년도에 맞춰져 있다. 바이오분야 성장을 동력 삼아 바이오경제 생산 100조원, 수출 50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는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주요 선진국이 바이오경제 주도권을 잡기 위해 국가 단위의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먼저 눈여겨볼 계획은 세계 1위 바이오의약품 제조국 도약을 위해 민간에 15.7조원의 투자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2021년 향후 5년간 2.2조원을 투자해 K-글로벌 백신 허브 구축하겠다는 정부의 계획보다도 몇 배가 높은 금액으로 정부의 예산외에도 펀드 등을 조성한다고 고려했을 때도 매우 높은 수준의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향후 5년 안에 한국을 제약·바이오 글로벌 6대 강국으로 육성한다는 목표로 민관 합동으로 조성되는 'K-바이오백신펀드'가 자금 유치 실패로 여전히 출범하지 못한 상태에서 자금을 어떻게 마련하고 지원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어 있는 상태다.
바이오업계 A 관계자는 "정부의 바이오 육성과 투자 의지는 항상 환영하지만, 이번 발표 자체가 앞선 발표와 비교해 새로운 것은 없어 보인다"며 "상반기부터 꾸준히 언급됐던 여러 방향성 중 하나인 만큼 실질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정책이 만들어질지가 더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또 산업부가 바이오의약품 신약이 아닌 '세계 1위 바이오의약품 제조국'을 내세웠다는 점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국내에서 위탁개발생산(CDMO)은 바이오의약품 시장 성장의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도 글로벌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관심을 가지고 지원을 하는 것은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다만, 국내 위탁개발생산(CDMO) 분야를 살펴봤을 때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같은 기업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가운데 롯데바이오로직스와 같은 대기업이 뒤를 이어 참전한 상태다.
정부의 지원이 있다면 긍정적인 효과가 날 수 있지만 이미 자체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시장인 만큼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면 기업의 성장에 정부가 편승하는 모양새가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특히, 지난 4일 발표된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도 이미 세제지원 확대, 인재 양성, R&D에 대한 과감한 투자 계획, 규제 혁신 등 바이오산업 지원책도 다수 포함된 상황.
당시 단기적 성과보다 긴 호흡의 육성기조가 일부 확인됐지만 이번 발표에서는 2030년까지 바이오경제 생산 100조원, 수출 500억 달러 달성이라는 목표치가 어떻게 작용할지 미지수로 남아있다.
또 바이오신소재, 바이오에너지, 디지털바이오 등 바이오산업 안에서도 다양한 분야에 대한 정책을 예고한 만큼 이에 대해 어떤 균형을 가져갈 것인지도 중요하다는 게 산업계의 시각이다.
이와 관련해 현재 산업부는 5개 관련 협회, 2개 관계학회, 4개 산업지원기관 등과 함께 바이오경제 추진 방향을 이행할 '바이오경제 얼라이언스'를 통해 향후 전략에 대해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신약개발 바이오사 B 대표는 "정부 주요 정책에 바이오 육성 의지가 확인된다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현시점에서는 말 그대로 의지만 확인한 수준으로 본다"며 "지속적으로 바이오산업이 여러 부처의 논의가 필수적인 상황에서 분절된 정책들이 어떻게 연결될 것인지가 중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또 제약업계 C 관계자는 "제약 혹은 바이오산업을 언제까지 얼마만큼 육성하겠다는 구호는 과거부터 존재해 온 만큼 이제는 큰 틀의 비전 발표보다는 실질적인 대책을 통해 기회를 살리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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