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8인자 제제 에 대한 급여 확대가 이뤄진 것은 매우 의미 있는 발전이라 생각된다. 보다 고용량 사용이 가능해진 현재 상황을 잘 활용해 개별 모니터링을 활용한 맞춤형 예방요법을 시행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혈우병은 X염색체에 있는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 혈액 내 응고인자가 부족하게 돼 발생하는 대표적인 출혈성 질환으로 국내에서는 8번 혈액응고인자가 없거나 부족할 때 발생하는 혈우병A 환자가 약 70%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혈우병과 관련한 신규 치료제가 등장하고 급여가 확장됐지만 만성질환처럼 치료제를 꾸준히 맞아야 하는 특성상 급여 기준에 한계는 분명했던 상황.
임상현장에서 혈우병A 환자의 예방 요법을 위한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응고인자 제제의 급여 기준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진 이유다.
하지만 올해 8월 마침내 치료제에 대한 급여기준이 확대됐다. 이에 대해 혈우병에서 강조되는 환자 맞춤형 예방요법을 시행하고 있던 캐나다 아픈 아이들을 위한 병원 빅터 스탠리 블란쳇 박사는 메디칼타임즈와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소아 환자들의 활발한 신체 활동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혈우병 자체를 치료하는 치료제는 아직 없는 상황이다. 혈우병 증상인 출혈을 막고 지혈 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결핍된 응고인자를 투여하는 예방요법/유지요법이 표준요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세계혈우연맹(WFH)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중증 혈우병 환자에서 표준 치료는 주기적으로 응고인자 혹은 지혈 제제를 예방요법으로 투여하고, 개인마다 다른 출혈 표현형, 관절상태, 약동학적 특징, 선호도 등에 따라 개별화 및 맞춤치료가 돼야한다.
이에 대해 블란쳇 박사는 "낙상이나 사고로 인한 큰 트라우마가 없었다는 전제하에 관절출혈은 보통 생후 18개월 차에 일어나게 된다"며 "관절출혈이 반복되면 해당 관절은 염증이 심해지고, 연골 및 뼈 손상이 함께 일어나 관절염 등 여러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 가급적 치료를 일찍 시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2019년도에 혈우병 환자 중 절반 이상이 관절출혈로 인한 관절병증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데이터가 발표됐다"며 "관절출혈로 인한 관절병증은 통증뿐 아니라 삶의 질에 큰 타격을 주기 때문에 치료제들을 적극 활용해 일상에서 예방요법을 시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관절출혈은 어린 나이에 발병하기 때문에,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조기에 적절한 치료제로 예방요법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시각.
"한국 급여기준 확대 고용량 사용 고무적 변화"
큰 틀에서 혈우병 치료제는 표준 반감기 제제, 반감긴 연장제제, 비 혈액응고인자 제제 등 다양하게 존재하는 상황이다.
한국의 경우 표준 반감기 제제 외에 반감기 연장제제가 출시돼 있었지만 기존의 제한된 급여기준이 확대되면서 중증도나 중증에서 출혈이 많이 발생하는 환자들에게 글로벌 기준에 맞는 표준요법 용량의 사용이 가능해졌다.
확대된 급여기준을 살펴보면 혈중 응고인자 활성도 1% 미만인 국내 혈우병 A 환자들이 8인자 제제로 예방요법 시 허가 범위 내에서 요양급여 인정 기준 용량 대비 최대 2배까지 투여 용량 증대되는 변화를 가져왔다.
가령 표준 반감기 제제의 경우 국제적인 기준인 IU를 기준으로 했을 때 kg당 20에서 30IU 를 사용한다면, 이달부터 한국에서는(표준 반감기 제제인 애드베이트의 경우) 최대 40IU까지 사용할 수 있고, 반감기 연장 제제인 애디노베이트의 경우 성인 기준 50IU까지 사용이 가능해졌다.
블란쳇 박사는 "현재의 예방요법은 출혈을 막기 위해 응고인자 활성도 목표 기준을 과거 1% 유지에서 3~5% 정도로 더 높일 필요가 있다고 결론이 난 상태다"며 "응고인자 활성도 반감기 연장제제를 허가 기준 예방적 투여 용량으로 주 2회 투여하면 목표 기준을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급여 변화로 한국에서도 이 정도 수준의 고용량 사용이 가능해졌다는 것이 매우 고무적인 변화라는 평가.
그는 "한국에서 이뤄진 8인자 제제 급여 확대는 매우 의미 있는 발전이라고 생각된다"며 "체내에서 발생하는 경미한 출혈을 포함한 모든 출혈을 최대한 줄인다면 혈우병 환자들도 일반인 못지않은 관절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고 언급했다.
이를 위해 더욱 강조되는 부분이 개인 맞춤형 치료다. 동일한 중증도를 가지고 있는 환자라도 개별 특성에 따라 치료제 사용 시 반감기가 3~4배 정도 차이 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
블란쳇 박사는 "다학제적인 팀들이 개별 환자의 수준에 맞춰서 적절한 치료를 맞춤화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개별 환자들의 응고인자 활성도를 모니터링하고 인구 기반 PK 데이터를 확보해 맞춤형 치료 시행이 가능하도록 사용하는 다케다의 마이피케이핏과 같은 프로그램의 사례가 중요한 이유다"고 전했다.
결국 환자 개별 모니터링을 통한 맞춤형 진료가 강조되는 상황에서 혈우병 치료제의 급여 환경 변화는 의미가 크다는 설명.
그는 "고용량 사용이 가능해진 현재 상황을 잘 활용해 PK 개별 모니터링을 통해 아이들의 연령, 출혈력 등에 따라 맞춤형 예방요법을 시행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블란쳇 박사가 강조하는 부분은 각 치료제가 가진 장단점과 위험도를 잘 파악해야 한다는 점이다.
블란쳇 박사는 "기존 8인자 제제들은 혈중 8인자의 최고 수준과 최저 수준 측정이 가능하나, 비 응고인자 제제의 경우 정확하게 어느 정도의 수준에서 8인자 수치가 유지되는지 측정이 어렵다"며 "캐나다의 경우 8인자 제제를 사용해야 맞춤형 예방요법에서 충분한 보호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에, 8인자 제제를 일차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아무리 좋은 약이어도 사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인 만큼 환자들이 적합한 치료를 꾸준히 받도록 하는 적절한 소통과 투약 순응도가 중요하다"며 "약물을 단순히 사용하는 것에 멈추지 말고 삶의 질 등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최대한 혈우병 환자들이 평범한 아이들 못지않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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