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4년 주기의 이상지질혈증 검진 주기를 2년으로 환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분석 지표를 다각도로 하고, 합병증에 따른 비용까지 추산하면 4년 주기의 근거가 된 국내의 연구용역과는 다른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
특히 조기에 지질의 이상을 확인해 관리할 경우 장기적인 예후가 긍정적으로 변화되는 효과가 관찰돼 세계적인 진료 지침도 초기 적극적인 지질관리로 전환된 것을 볼 때 국내도 이에 동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14일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콘래드호텔에서 국제학술대회(ICoLA 2023)을 개최하고 현행 이상지질혈증의 검진 주기 환원에 대한 목소리를 냈다.
2018년 성·연령별 특성에 맞는 이상지질혈증 검진 주기는 기존 2년 1회에서 남성 만 25세 이상, 여성 만 40세 이상 4년 1회로 조정됐다.
변경의 근거가 된 것은 2012년에 나온 국가건강검진 프로그램에 대한 타당성 평가 및 제도 개선 용역 결과에 따른 것.
용역 연구에서는 혈중 총 콜레스테롤 농도의 실제 변동(Signal)이 잡음(noise) 보다 커지는 데 필요한 기간이 5.1년으로 추산, 행정적 비용 등을 고려해 고콜레스테롤혈증의 검진 간격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변경할 것을 제시한 바 있다.
복지부는 이상지질혈증 검진의 비용-효과 분석 연구용역을 재차 의뢰했지만 새 연구에서도 20세 이상, 40세 이상 모두 2년보다 4년 간격의 검진이 더 비용-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건강 검진과 심뇌혈관 질환 예방'을 발표한 박재형 교수(고려의대 순환기내과)는 "이같은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2018년부터 검진 주기가 바뀌었다"며 "당시에도 이상지질혈증만을 가지고 분석하기 보다는 대사증군을 포함한 분석이 돼야 효과적인 분석이 될 수 있거거나 고위험군을 고려한 분석이 추가될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교롭게도 국내 연구 이후 영국에서 비슷한 설계의 연구가 진행돼 결과가 2015년 나왔다"며 "국내의 두 연구는 총 콜레스테롤만 가지고 분석한 데 반해 영국 연구는 LDL-C 농도, HDL-C 농도와 이들의 비율인 TC/HDL, LDL/HDL까지 다각적으로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러 수치를 다각적으로 분석한 결과 지질검사 주기는 3년 또는 5년 주기보다 오히려 1년 주기로 해야 비용-효과적이리는 결론이 나왔다"며 "분석 방법이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합병증 비용까지 포함해서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결론이 나왔다"고 강조했다.
이상지질혈증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은 이상지질혈증으로 인한 뇌졸중, 심근경색과 같은 혈관 질환을 포함한 총 사회적 비용 발생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합병증을 포함해 분석할 경우 검진 주기에 대한 다른 판단이 가능하다는 것.
특히 암을 제외하고 사망원인 1위는 심장 질환, 3위는 뇌혈관 질환으로 심혈관계 질환이 주요 사망 위험으로 지목되는 실정이다.
박 교수는 "최근 발표된 국내 연구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18년까지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심근경색으로 입원한 사람이 63만명으로 연간 4만명씩 심근경색에 걸리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 중 절반은 병원 방문 전에 사망할 수 있어 최대 8만명까지 심근경색에 걸렸다고 추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2019년 순환기계질환의 진료비는 총 10조 5천억원으로 엄청난 사회경제적 부담을 지우고 있다"며 "심근경색은 1~2시간 내에 사망할 확률이 높고 5~6시간까지 적절한 치료가 없으면 심장 근육이 영구적으로 괴사하고 병원 도착 전 50%가 사망하는 치명적인 질병"이라고 말했다.
그는 "급성 심근경색의 선행 질환은 관상동맥의 동맥경화증으로 고지혈증, 흡연을 통한 혈관 벽의 기름 축적 등이 위험 인자로 작용한다"며 "문제는 혈관을 좁게 만드는 고콜레스테롤혈증에 대한 인지율이나 치료율이 절반에 그치고 치료를 함에도 조절이 잘 되는 비율은 47.7%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박 교수는 최근 치료한 급성심근경색증 환자 증례를 언급, 현행 검진 주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응급실에 온 63세 환자에 관상동맥 스텐트 시술을 했다"며 "작년 신체검사는 고지혈증 검사가 빠진 해였고 비슷한 환자 두 분은 50세가 넘었지만 한번도 검진을 받은 적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신 세계적 진료 지침을 보면 복합제를 사용하고 치료를 일찍 시작하고, 새로운 약제로 더 낮게 콜레스테롤을 관리할 것을 주문한다"며 "2018년 연구를 보면 LDL-C가 200mg/dL까지 높은 수치로 장기간 노출되면 심근경색이 20세에도 나타날 수 있는데 이를 125, 80으로 낮추면 발생 시기를 각각 40세, 60세로 늦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심혈관질환 위험도에 따라 LDL-C 목표 수치는 다르지만 유럽이 지난해 내놓은 지침은 건강한 사람도 50세 미만은 LDL-C 수치를 100mg/dL 미만으로 유지하는 것이 낫다고 제시한 바 있다.
박 교수는 "실제로 공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심혈관계 질환으로 2일 이상 입원한 것을 10년간 추적 관찰했을 때 검진과 조절 시기가 이르면 이를수록 좋았다"며 "외래 진료를 볼 때 환자들이 콜레스테롤과 관련해 공단 검진을 받았다고 하는데 실제 결과지를 보면 해당사항 없음으로 표기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검진 주기 축소의 의학적 근거는 충분치 않고 현재 심장질환과 뇌혈관 질환은 우리나라 사망률 장기별 1위와 3위"라며 "이에 따른 개인 및 사회의 경제적 손실을 따지면 검진 주기를 조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상지질혈증은 급성심근경색의 주요 원인으로 평생 노출 정도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강화되고 있다"며 "전세계적인 진료 지침의 이상지질혈증 관리 강화 추세, 초기 관리 정도에 따른 향후 예후 변화를 고려할 때 검사 주기를 환원해야 할 당위성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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