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혈당측정기(CGM) 기술이 발전하면서 건강한 성인들도 건강 관리를 위해 이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실제로 긍정적인 부분보다는 부정적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기 자체의 설계가 당뇨병 환자에 맞춰져 있어 건강한 성인의 경우 정확도를 장담할 수 없는데다 혈당의 변화로 인해 불안만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지시각으로 27일 국제학술지 '당뇨병 의학(Diabetic Medicine)'에는 당뇨병이 없는 일반인의 CGM 사용에 대한 체계적 검토 연구 결과가 게재됐다(10.1111/dme.15369).
연속혈당측정기는 말 그대로 팔 등에 부착해 실시간으로 혈당을 모니터링하는 기기로 보통 분 단위로 혈당을 측정해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당뇨병 환자, 특히 1형 당뇨병의 경우 지속적인 혈당 모니터링과 즉각적 대처가 필요하지만 손가락을 통한 채혈 방식은 불편함이 크다는 점에서 고안된 기기다.
CGM은 1999년 메드트로닉에서 최초로 개발된 뒤 꽤 오랜 기간 주목받지 못했지만 편의성과 정확도가 점차적으로 높아지면서 활용성이 증대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당뇨병학회는 물론 대한당뇨병학회 등도 가이드라인을 통해 1형 당뇨병 뿐 아니라 2형 당뇨병 관리에도 효용성이 높다고 평가하고 이를 권고하고 있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러한 편의성으로 인해 당뇨병이 없는 일반인들까지 이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별도의 처방없이 기기를 임의로 구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웰니스'의 개념으로 변해가고 있는 상황. 말 그대로 가정용 혈압계나 체온계 등과 같이 건강관리를 위한 도구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셈이다.
이는 비단 국내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일은 아니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도 이미 당뇨병 환자에게 처방되는 양보다 일반인들이 구입하는 비율이 더 커지고 있다는 보고도 나오고 있는 상태다.
칼리지 런던대 안드리안 브라운(Adrian Brown)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이에 대한 체계적 검토 연구에 들어간 배경도 여기에 있다.
비단 당뇨병 환자 뿐만 아니라 건강한 성인들이 건강 관리 도구로 CGM을 쓰고 있다는 점에서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CGM의 유용성이 언급된 25개의 연구를 추려 메타분석을 통해 이를 분석했다.
그 결과 연구진은 건강한 성인에게 아무런 이점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CGM의 기능적 특성상 건강한 성인은 측정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결론이다.
안드리안 브라운 교수는 "CGM은 당뇨병 환자의 혈당 관리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건강한 성인의 포도당 데이터를 분석하는데 부적합하다"며 "일정 이상의 혈당 수치, 즉 비정상값을 측정하기 위한 도구인 만큼 그 이하의 수치에 대해서는 그 어떤 임상적 가치도 갖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마찬가지 이유로 기기의 설계와 유용성에 대한 연구는 모두 당뇨병 환자를 통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건강한 성인에게도 정확한 혈당을 보여주는지에 대해서는 근거 자체가 없는 상황"이라며 "제조사도, 허가 당국도 건강한 성인에게 이점이 있는지 확인해야 할 이유도, 책임도 없다"고 결론내렸다.
그러한 의미에서 연구진은 건강한 성인들이 건강 관리나 예방 효과를 위해 CGM을 쓰는 것은 오히려 득보다 실이 많다고 지적했다.
혈당 관리 측면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는 식습관을 교정하게 되거나 혈당을 높이는 음식에 대한 반감은 물론 나아가 섭식 장애까지 일으킬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CGM이 일정 부분 정확도가 향상됐지만 여전히 실제 혈당 수치와 차이를 보인다는 점에서 잘못된 판단과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안드리안 브라운 교수는 "당뇨병이 없는 개인의 정상 혈당 수치는 3.3~7.8mmol/L 범위인데 가장 정확한 CGM의 정확도 차이도 20% 정도"라며 "실제 포도당 수준이 정상 범위 내에 있더라도 가장 정확한 CGM 장치가 2.6~9.4mmol/L 사이의 판독값을 표시한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결국 실제 혈당 수치는 정상 범위에 있는데 잘못된 수치를 보고 의도하지 않은 스트레스와 불안을 가질 수 있으며 이는 곧 정상적 식사를 방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결론적으로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CGM 판매와 보급은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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