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나 MRI 등 영상 검사 수가가 10여년간 계속해서 비정상적으로 조정되면서 의원과 상급종합병원간에 가격 역전이 나타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괄 인하에 이어 상대가치개편에서 종별 가산을 폐지하면서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원가 보전 조차 불가능한 상황에 빠지고 있다는 것. 이로 인해 불필요한 검사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대한영상의학회는 2일 코엑스에서 열린 KCR 2024 학술대회에서 이같이 지적하며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영상의학회 이충욱 보험이사(서울아산병원)는 "지난 10년간 물가 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가 인상으로 인해 원가 보전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며 "특히 상대가치점수 개편 등으로 오히려 수가가 인하되는 조치가 이어지면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영상검사 수가는 2010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회계조사를 기반으로 2012년 CT는 15.5%, MRI는 24%가 일괄 인하된 바 있다.
또한 2017년 2차 상대가치개편을 통해 추가로 5%가 인하됐으며 올해 3차 상대가치개편으로 인해 또 한번 수가가 조정됐다.
문제는 이러한 조정으로 인해 상급종합병원의 영상검사 수가가 의원급보다 적어지는 기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올해 3차 상대가치개편에서 종별 가산이 폐지되면서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15% 수가가 인하되는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충욱 보험이사는 "결국 의원과 병원간 환산지수 차이로 인해 일부 검사의 경우 상급종합병원에서 검사하는 것이 의원보다 적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실제로 복부 CT의 경우 의원은 14만 8460원이지만 상급종합병원은 12만 8800원으로 수가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고가 기기의 도입은 물론 물가 상승으로 인해 원가 비중이 점점 높아지면서 이제는 영상의학과의 존폐가 위태로운 상황에 왔다는 것이 학회의 주장이다.
미국에 비해 30% 미만의 수가가 적용되면서 더 이상 버티기도 힘든 상황에 빠졌다는 것이다.
이충욱 보험이사는 "CT와 MRI는 자체가 고가 장비이며 지속적인 기술 발전과 물가 상승으로 인해 장비 가격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동시에 유지 보수 비용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더욱이 매년 3% 이상의 임금 상승으로 인해 인건비 부담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영상 수가가 미국에 비해 약 30% 미만 수준에 머무르면서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 학회의 주장이다.
이로 인해 무리하게 검사 건수를 늘리는 방법 외에는 원가 보전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
CT검사의 경우 장비 1대당 1회 검사에 약 15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하루 8시간 검사를 진행할 경우 30명의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이를 원가로 계산하면 검사당 약 10만원의 원가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현재 검사 비용으로 감당 자체가 안된다는 것이 학회의 지적이다.
이충욱 보험이사는 "일부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14시간 이상 기기를 가동해 하루에 약 50명까지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러한 병원의 경우 인건비와 안전 관리 비용이 높기 때문에 이렇게 진행해도 수익을 보장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불필요한 검사를 남발하는 사례가 생겨나며 환자들이 이유없이 방사선에 노출될 수 있다"며 "또한 영상의학과 의사의 업무량 부담응로 인해 인력 부족 문제가 심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상의학회 정승은 회장도 "지난 10년 이상 지속적인 수가 인하에도 불구하고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의 피나는 노력으로 이를 버텨왔다"며 "하지만 더 이상은 버티기 힘든 상황이 온 만큼 불필요한 검사 제한과 동시에 적절한 수가 인상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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