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방향에는 동의한다. 다만, 몇 년 동안 계획을 세우고 추진해야 할 정책이기에 시행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정부가 상급종합병원을 중증 환자 중심 구조로 전환하기 위해 칼을 빼 들었다. 다만, 임상현장에서는 제도 취지에는 동의하면서도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한승범 상급종합병원협의회장(고대안암병원장, 정형외과)은 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보건복지부의 구조전환 시범사업이 오히려 수도권 쏠림을 더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상급종병 구조전환 시범사업은 병상감축 계획 및 전공의 연속근무 단축 시범사업 참여(미참여 기관은 신규 신청), 구조전환 이행계획 수립 시 '선정자문단 심의' 등을 거쳐 선정된다.
국내 최대 병상을 보유한 서울아산병원을 포함한 10개 상급종합병원이 추가됨에 따라, 전체 47개 상급종합병원의 약 40%인 18개 기관이 구조전환에 참여하게 됐다.
향후 추가적인 검토를 거쳐 다른 상급종합병원이 더 참여하게 돼 참여 기관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를 두고 한승범 협의회장은 상급종합병원의 중증도를 올리는 것은 당연한 정책이라고 추진에 동의하면서도 여러 가지 우려점을 설명했다.
그는 "병원의 중증도를 올리겠다는 큰 방향에는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갑자기 시행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정책 자체가 몇 년 동안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한승범 협의회장은 "전국 상급종합병원들의 경영난을 어느 정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병상을 감축하고 중환자실을 늘려 중중도를 올리는 일이다. 예산을 지원하되 상급종합병원이 나아갈 방향을 이번에 이끌어가겠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복지부는 시범사업에 참여해 병상을 감축한 상급종합병원엔 감축 병상의 30%만큼 입원진료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여기에 필요한 건강보험 예산 규모만 연간 3400억원 정도다. 또 인력 투입에 비해 보상이 낮았던 중환자실 수가를 50% 인상하고 중증 수술 910개의 수가와 마취료도 50% 올리기로 했다. 여기에도 해마다 각각 4600억원, 3500억원이 지원된다.
문제는 이 같은 시범사업이 추진된다면 오히려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중증환자에서 가장 큰 비중이 차지하는 것이 암환자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시범사업 시행 과정에서 건강보험 예산이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쏠리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승범 협의회장은 "중증환자에서 가장 비중이 큰 것이 암 환자 진료일 것 같은데, 특정 대형병원에 쏠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지방 상급종합병원이 암 환자 진료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시범사업에 참여해도 서울 대형병원으로 집중될 수 있어 양극화가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동시에 상대적으로 정형외과나 이비인후과, 피부과, 성형외과 등 마이너 전문 과목의 경우 시범사업 참여 상급종합병원 내 입지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
때에 따라선 이들 전문 과목 의학회들이 반발할 수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한승범 협의회장은 "노령 환자의 폐렴이나 만성 감염병 등은 입원이 필요하지만 정작 환영을 못 받을 수 있다"며 "정형외과나 성형외과, 피부과, 이비인후과 등 비바이탈 과목의 경우 이번 시범사업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입지가 축소될 수 있기 때문에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진료도 진료지만 상급종합병원의 큰 역할은 연구도 포함되기 때문"이라며 "아울러 기존 중증진료체계 시범사업에 참여한 병원들은 정작 제도에 앞장섰음에도 중복된다는 이유로 이번 시범사업에는 참여할 수 없게 됐다. 추진해 가며 보완해야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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