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학병원에서 심초음파를 진행하는 심장내과 교수들이 매일 50건 이상의 검사에 짓눌려 심각한 번아웃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나이가 어린 교수일수록 정서적 고갈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국심초음파학회는 최근 회원 교수들을 대상으로 번아웃에 대한 심층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대한의학회 국제학술지 JKMS 2월호를 통해 이를 공개할 예정이다.
미리 공개된 초록 등을 보면 이번 연구는 국내 심장내과 전문의 중에서도 심초음파 업무를 담당하는 교수들의 번아웃 유병률을 조사하기 위해 기획됐다.
미국심장학회 조사에서 심초음파 전문의의 28%가 우울 장애 등 정신 건강 문제를 겪고 있다는 보고가 나올 만큼 본아웃 문제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학회는 회원 교수 128명을 대상으로 번아웃 척도인 MBI-HSS를 기반으로 하는 심층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분석했다.
MBI-HSS는 정신적 고갈, 이인증(비인격화), 성취감 저하 등 세가지 항목에 대해 총 21개 항목으로 구성됐으며 응답은 0점(경험없음)부터 6점(일주일에 6번 이상 경험)까지 7점 척도로 진행됐다.
그 결과 이들 중 대다수(93%)는 500병상 이상의 대학병원에서 근무하고 있었으며 응답자의 56.3%는 심초음파를 전문으로 하는 전문의가 2명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응답한 교수 중 74.2%는 매일 50건 이상의 심초음파 검사 및 판독 업무를 진행하고 있었고 53.1%의 교수들이 본인의 전체 업무 중 이 업무가 절반 이상이라고 답했다.
특히 본인 업무의 70% 이상이 심초음파 검사 및 판독이라고 답한 교수도 9.4%나 됐다.
이러한 열악한 상황은 여러가지 문제를 동반하고 있었다. 심초음파 업무를 담당하는 교수 중 54.2%가 연구에 투자한 시간이 주당 2일도 안됐다고 답했고 14.8%는 아예 연구에 손도 대지 못했다는 응답을 내놨다.
휴가도 마찬가지로 응답한 교수 중 39%가 1년에 7일 이하의 휴가만 썼다고 답했고 2주 이상 휴가를 쓴 교수는 10명 중 1명에 불과했다.
이는 곧 번아웃으로 이어졌다. MBI-HSS 분석 결과 교수 중 28.1%가 심각한 정신적 고갈이 있다고 답했고 63.3%는 이인증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인증은 본인을 낯설게 여기거나 관찰자적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증상으로 비현실감이 동반되는 등 지각에 이상이 생긴 상태를 의미한다.
특히 교수들 중 92.2%는 심각한 성취감 저하를 호소했다. 이 또한 전형적인 번아웃 증상에 속한다.
이는 나이와도 연관이 있었다. 상대적으로 젊은 층에 속하는 46세~50세 교수들의 경우 50%가 심각한 정신적 고갈을 겪고 있었고 85%가 이인증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56세 미만 교수들의 90%가 심각한 성취감 저하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한 원인으로는 과도한 업무량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고 불만족스러운 보상과 대인관계 갈등, 불공정한 처사 등이 일관되게 상관 관계가 있었다.
반면 연구 시간이 늘어난 경우 이러한 번아웃 위험이 절반으로 낮아졌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한국의 심초음파 전문의들의 번아웃이 매우 만연하며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효과적인 업무 관리와 일과 삶의 균형 등을 통해 번아웃을 완화하기 위한 장치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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