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 갈등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사태 해결을 바라는 의료계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 후보자들의 저마다의 방법으로 사태 해결을 자신하고 나서 의료계 관심이 쏠린다.
10일 대한의사협회 제43대 회장 보궐선거 후보자들은 의협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후보자 합동 설명회에 참석해 현 의료 사태를 해결할 적임자가 자신임을 강조했다.
■김택우 후보, 전공의·의대생 강조 "먼저 대안 만들어 제시해야"
현 의료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원칙 및 복안에 대한 질의에 기호 1번 김택우 후보는 전공의와 의대생의 뜻을 존중해, 전체 직역의 목소리를 한곳에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어 먼저 정부에 제시해야 한다는 답변이다.
그는 현 사태의 원인이 의료계를 정책의 동반자로 생각하지 않는 정부 태도에 있다고 봤다. 의료 현안을 의료계와 논의하도록 하는 원칙 없이 정책을 추진한다면 지금과 같은 저항이 반복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의료계 대표 단체가 의협이라는 원칙을 세우고, 이를 통해 직역을 아우르는 요구안을 만들어 현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각오다.
이와 관련 김 후보는 "그런 정부의 2000명 증원 발표가 전공의와 의대생을 암담하게 만들었다. 행정소송으로 희망을 걸었지만 결국 되돌릴 수 없다는 결론이 났다"며 "국정감사로 그 민낯이 드러났지만, 정부는 계속해서 4대 개혁을 외치며 잘못 인정하지 않고 사태 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칙이 세워지지 않는다면 의료계 저항이 되풀이되고 결국 그 선봉에 의협 회장이 나설 수밖에 없다"며 "의사는 '정부가 정책을 발표하면 반대부터 한다. 이기적이다'라는 말을 듣는다. 그 이유는 정부 정책이 의료 현장 무시한 일방적인 정책이어서 반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강희경 후보, 정부 단독 결정권이 문제 "실질적 결정권자 만나겠다"
기호 2번 강희경 후보는 정부가 온전히 의료정책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현 시스템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 같은 시스템이 만들어진 데엔 의료계 역시 어느 정도 잘못이 있다고 짚었다.
이 같은 문제를 타파하기 위해 자신은 정부가 요구하는 근거를 만들고, 이를 의료정책 최고 결정권자에게 전하려고 노력해왔다는 설명이다. 또 이를 위해 서울대학교 의대 교수인 자신의 배경과 그동안 있었던 연구가 유효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의협 회장이 된다면 즉시 의료정책 결정권자와 만나 현 정부의 의료 개혁을 멈추겠다는 각오다. 또 이후 어떤 의료체계가 적합할지와 관련해 모두가 모여 원점 재검토하고, 장기 계획을 마련해 차근차근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부 정책 중 하나인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과 관련해, 그 대신 일차의료를 근간으로 하는 구조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 후보는 "증거와 합의에 거쳐 정책을 마련하고 제안할 것이다. 지금의 문제는 정권의 이익에 연연하는 정부가 우리나라 의료정책 결정권 온전히 가졌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켜켜이 쌓인 문제엔 모두가 조금씩 잘못이 있다. 이에 지난 10개월 동안 비대위 활동을 하며 정부가 원하는 근거를 마련하고 실질적인 정책 결정권자와 만나왔다"고 강조했다.
■주수호 후보, 목소리 전하기 위한 투쟁 "일치된 의견 알려야"
기호 3번 주수호 후보는 현 사태의 원인이 획일적이고 강제적인 국민건강보험 제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로 인한 왜곡이 누적되면서 소위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등의 문제가 생긴 것이라는 진단이다. 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의사들의 일치된 의견을 사회에 전달해 당위성을 얻고, 이를 통해 정부·정치권을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를 위한 방법으론 투쟁을 강조했다. 의료계가 20~30년 전부터 국민건강보험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해왔지만, 현 사태가 오기 전까진 이를 들어주는 이가 없었다는 것. 의료계가 집단행동을 하고 나서야 언론이 관심을 가지고 사회에 목소리가 전달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주 후보는 "의대 증원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으로 있을 때 '의사들이 꼭 집단행동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듣고 '그럼 평소에 얘기를 들어주지 그랬느냐'고 답했다"라며 "지금 세간에서 보이는 의료계에 대한 관심은 의사들이 좋아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의사들이 들고 일어서니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듣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작금의 문제는 의사들이 20~30년 전부터 주장하던 내용이다. 요양기관 강제 지정에 의한 건보 제도가 유지되는 한 의료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정치권이 의사의 말에 신뢰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를 듣겠다는 자세를 갖추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선 싸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동욱 후보, 적정 보상 부재가 핵심 "모순적 경쟁 구조 타파"
기호 4번 이동욱 후보는 정부의 공허한 정책으로 작금의 지역·필수의료 위기가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의료는 소방서처럼 국민 생명을 위해 필수적인 인프라임에도, 정부는 별다른 투자 없이 시장 경제 논리에 맡겨왔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지역·필수의료는 종사자의 높은 업무강도와 법적 리스크가 수반됨에도, 그에 따른 적정 보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
이로 인한 일선 현장의 상대적 박탈감이 심화하고 있음에도, 정부는 그저 개인의 사명감과 공익에만 호소해왔다는 비판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의 모순적인 수가 지불 방법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각오다. 의대 증원과 관련해서도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강력한 투쟁을 어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 후보는 "미국처럼 필수의료를 기피하지 않고 소신껏 진료할 수 있도록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워라밸이 보장되도록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고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며 "하지만 정부는 지원 없이 수가를 철저히 시장 경쟁 방식으로만 지불해왔다. 인프라의 기본적인 비용을 국가가 책임지도 그 이상을 인센티브로 주는 것이 적정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협 회장이 된다면 이런 수가 지불방식을 완전히 바꾸겠다. 지금 같은 모순적인 시장 경쟁 구조에서 사명감만으로 지역·필수의료를 지키라고 요구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의대 증원과 관련해서도 공권력에 저항하며 1년 동안 처절하게 투쟁해왔다. 그 결과 윤 정부가 많이 허물어졌다고 생각한다. 이런 문제도 조속히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안나 후보 "정부가 시작한 사태…해결 위해 압도적 지지 필요"
기호 5번 최안나 후보는 9.4 의정 합의를 깬 정부의 의료 농단이 현 사태의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의 인정과 사과, 핵심 관계자에 대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선포문에 '전공의 처단'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배경을 밝히고 관련자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사태를 해결할 방안과 관련해선 젊은 의사들을 임원으로 영입하는 등, 젊고 역동적인 의협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선거 캠프 위원장 역시 사직 전공의라는 설명이다. 다만 이를 위해선 의협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가 필요하다며, 회원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최 후보는 "계엄령 이후 정치권 관심이 의료 현안 떠났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에게 요구한다, 2025학년도 증원도 유동적이라는 주장이 대통령실 거부당했지만, 이제 대통령실이 무너졌다. 이를 다시 주장하고 관철해야 한다"며 "앞으로 들어올 의대생들이 무슨 죄가 있느냐. 이들을 제대로 교육하지 않으면 또 다른 서남의대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당장 의대생이 피해받지 않는 교육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 외에도 수탁고시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의학정보원 데이터 주권 등 여러 현안을 압축적으로 배우고 해결해나갈 것"이라며 "이 모든 것은 회원들이 의협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줘야 가능하다. 회장이 된다면 반드시 젊고 역동적인 의협 만들어 할 일을 하는 의협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후보별 당선 이후 공약은…오인 오색 정책에 눈길
의협 회장에 당선된 후 추진하려는 정책과 관련해선 김택우 후보는 전공의 상임이사진 임명 및 의대생에 대한 준 회원 자격 부여를 강조했다. 이를 통해 현 사태에서 지적됐던 의협의 대표성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목표다.
또 의료정책연구원 및 입법조사팀 인력·예산 확충을 통한 기능 강화로 의료계만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기반으로 먼저 의료정책을 제시하는 등 의협을 새로운 플랫폼으로써 기능하게 하겠다는 각오다.
강희경 후보는 의협과 산하 의사단체의 기능 분리를 제시했다. 권익단체로서의 기능은 대한개원협의회 등 각 직역 세부 단체로 이양하고, 의협은 그 중심에서 ▲정책 마련 ▲체계적 홍보 ▲대국민 소통 ▲유관단체와의 협력관계 구축에 집중하도록 하겠다는 목표다.
이와 함께 의료 법정 기능을 하는 독립적인 기구를 설립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회원이 의료 분쟁으로 고통받지 않도록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약속이다. 또 의대 교수 이력으로 회무 경험이 적은 단점을 상쇄하기 위해, 의료계 경험이 풍부한 개원가 인사를 상근부회장으로 임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주수호 후보는 의사가 진료 현장에서 존경받도록 하는 의료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의사가 의사로서 전문성을 가지야 그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정책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의협 조직력 강화를 위헤 병·의원 개설시 지역 시군구의사회를 통하도록 하는 제도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전공의·전임의뿐만 아니라 대학교수도 노동조합을 구성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조직강화위원장 역할을 할 임원도 이미 준비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동욱 후보는 회원민원고충처리센터를 전국으로 확대해 민초의사들의 고충을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기도의사회 회장 시절부터 센터를 운영하며 행정기관으로 인한 일선 회원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왔다는 설명이다. 이를 강화해 회원들의 안정적인 진료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또 사직 전공의 멘토·멘티 프로그램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한편, 현 사태가 끝날 때까지 전공의·의대생에 대한 법률 지원 역시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현재 진행 중인 시청 앞 대통령 출근길 투쟁 확대·지속과 ▲의사면허 취소법 개정 ▲의료분쟁 합리적 해결 방안 마련 ▲수탁검사,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혼합진료 금지로부터의 회원 보호를 약속했다.
최안나 후보는 의협을 명실상부한 의료계 대표 단체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어떤 정부와 정책이 들어와도 흔들리지 않는 거버넌스를 구축하겠다는 각오다. 또 이를 위해 회장이 된다면 의견 충돌을 두려워하지 않고 최일선에서 목소리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의협이 내부 갈등에 매몰되지 않도록, 능력 있는 인재들을 모아 혁신적이고 도발적인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탄핵당한 임현택 전 회장 집행부에 소속돼 있었다는 시선에 대해선, 이 과정에서 자신에 대한 문제 제기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회장이 된다면 회장으로서 책임지고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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