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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트루다에 좌절 안긴 '통곡의 벽' 암질심…내년 기상도는?

발행날짜: 2024-12-23 05:30:00

올해 암질심 20여개 치료제 문턱 넘어…키트루다 실패
내년 이중항체 기반 신약들 도전 이어질까 '화두' 부상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운영하는 암질환심의위원회는 주요 항암신약 보험급여를 심의하는 데 있어 첫 관문이자 가장 높은 문턱으로 자리 잡았다.

급여 등재의 필수 코스인 이 전문가 위원회는 '통곡의 벽'이라는 별칭이 생길 정도로 많은 항암제들의 여정에 시련을 안기고 있는 상황.

올해도 이 같은 시련은 마찬가지였다.

주요 글로벌 제약사들의 항암신약이 암질심 통과에 도전했지만 실패를 맛봐야 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에서도 암질심을 통과해 급여 혹은 확대에 성공한 품목도 존재한다.

희비 엇갈린 면역항암제

메디칼타임즈는 20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 자료와 각 제약사들을 통해 올 한해 심의 결과와 내년도 주요 화두를 정리했다.

그 결과 심평원은 올해 총 9차례 암질심을 개최하고 주요 항암신약들의 급여기준 설정 필요성을 논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약 20여개의 치료제들의 암질심으로부터 급여기준 설정 혹은 확대 필요성을 인정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제약업계와 임상현장까지 통 틀어 관심을 모은 치료제가 있다면 단연 면역항암제들이다.

대표적인 면역항암제를 꼽는다면 아스트라제네카의 임핀지(더발루맙)과 한국MSD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다. 지난해에 이어 암종 별로 급여기준 설정에 도전하면서 올해 이들의 암질심 통과 여부가 쟁점으로 여겨져 온 것.

올해 9차례 열린 심평원 암질심위원회를 통과한 주요 제약사 별 치료제 현황이다. 신약 위주로 일부 치료제는 제외했다.

임핀지는 통과, 키트루다는 실패로 올해 암질심 논의에서 희비가 엇갈리면서 내년 다른 보험급여 도전을 이어나가게 됐다.

우선 임핀지의 경우 지난 11월 8차 암질심 회의에서 담도암 급여기준 확대 필요성을 인정받은 것과 동시에 간암에서 짝을 이루는 이뮤도(트레멜리무맙)의 통과를 이끌어 냈다. 내년 다음 단계인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담도암과 간암에서의 급여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키트루다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급여확대 도전을 통과로 귀결시키지 못했다.

키트루다의 경우 17개에 달하는 암종에 급여를 신청, 적지 않은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될 수 있다는 이유로 암질심에서 발목이 잡혀 있는 상태다.

올해 12월 기준, 키트루다는 총 17개 암종에 33개 적응증 국내 허가를 받는 동시에 암질심에 총 17개 적응증에 대해 보험급여를 신청했다. 지난해 13개 적응증에 대해 급여를 신청한 후 올해 ▲MSI-H 위암 ▲MSI-H 담도암 ▲HER2 양성 위암 ▲HER2 음성 위암까지 4개 적응증을 추가한 상황이다.

한국MSD는 지난 10월 위암을 포함한 17개 적응증의 급여 기준 확대를 위한 새로운 재정분담안을 제출하며 올해 내 급여기준 설정에 사활을 걸었다.

그러나 올해 마지막 암질심에서도 추가 재정분담을 제시한 위암에서 '재논의' 판정이 내려지면서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올 한해 17개 적응증 중 단 한 개도 암질심 문턱을 넘지 못한 셈이다.

암질심 위원들이 한국MSD가 제시한 추가 재정분담안에 대해 만족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찬성보다는 반대 의견이 더 많았다는 뜻이다.

왼쪽부터 아스트라제네카의 임핀지(더발루맙), 한국MSD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 제품사진.

암질심 위원인 A대학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면역항암제이지만 임핀지와 키트루다는 상황이 다르다. 임핀지는 담도암과 간암에 집중하는 반면, 키트루다는 17개 암종에 급여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임핀지의 경우 만족할 만한 재정분담안을 제시했다. 키트루다는 적응증이 많은 탓에 이에 상응하는 분담안을 제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다시 말해 임핀지는 담도암과 간암에 집중, 급여 확대가 절실한 만큼 상당부분 재정분담을 감수했다"며 "이 기준으로 17개 적응증의 키트루다를 평가한다면 쉽지 않다는 뜻이다. 마지막 암질심은 위암에 대해서만 평가했는데 재정분담안에 부정적인 의견이 더 많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내년도 '혈액암' 이슈 예고

여기에 올해 하반기 암질심 논의 과정에서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면 혈액암 신약들이다.

올해 이중특이항체 기반 혈액암 치료제들이 연이어 국내에 상륙한 것과 동시에 올해 말부터 본격적인 암질심 통과에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혈액암 적응증을 보유한 이중특이항체 치료제를 살펴보면 ▲로슈 룬수미오(모수네투주맙), 컬럼비(글로피타맙) ▲얀센 리브리반트(아미반타맙), 텍베일리(테클리스타맙), 탈베이(탈쿠에타맙) ▲애브비 엡킨리(엡코리타맙) ▲화이자 엘렉스피오(엘라나타맙) 등이다.

7개 치료제 모두 국내 허가를 받아 놓은 상황.

이 중 암질심 통과에 도전한 치료제는 로슈 '컬럼비'와 애브비 '엡킨리', 얀센 '텍베일리'다.

여기서 컬럼비와 엡킨리는 혈액암 분야 중 거대B세포림프종(DLBCL, Diffuse Large B-Cell Lymphoma), 텍베일리는 다발골수종 치료제다. 이들 모두 올해 암질심 통과에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모두 '재논의'도 아닌 '급여기준 미설정' 판단으로 사실상 실패 수준에 가까운 결과를 받아 들었다.

특히 컬럼비의 경우 한국로슈가 올해 전사적으로 암질심 통과를 노력했지만, 지난 7월과 12월 암질심 회의에서 급여 기준 설정에 실패했다. 환자단체까지 가세해 컬럼비 급여기준 설정을 요구했지만 실패하면서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컬럼비와 동일 적응증을 가진 엡킨리도 함께 올해 마지막 암질심에 상정해 급여기준 미설정 결론을 내리면서 험난한 재도전시 험난한 논의 과정을 예고했다.

글로벌제약사들이 보유한 주요 이중특이항체 기반 치료제 현황이다. 내년 이들의 암질심 도전이 핵심 이슈로 부상할 전망이다.

때에 따라선 내년 암질심 회의과정에서 이들 혈액암 치료제들의 논의 결과가 핵심 이슈로 부상할 전망이다. 임상현장에서도 이들 치료제의 급여 적용을 요구하는 의견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혈액암 치료제의 급여 논의 이슈가 커질수록 대한혈액학회를 중심으로 심평원에 요구하고 있는 논의 기구 신설 목소리도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참고로 심평원은 올해 고가 혈액암 치료제가 증가하는 상황 등을 고려, 암질심에 혈액암 전문가를 2명 중원한 9명으로 구성했다.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의 혈액암 치료 신약들이 빠르게 국내에 도입, 급여 적용 목소리가 커짐에 따른 정책적 대응으로 풀이된다. 전문가의 의견 수렴을 확대, 혈액암 신약들의 급여 논의를 강화하겠다는 의도인데, 그동안 혈액암 치료를 전담하는 의료진들의 목소리도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혈액암 치료를 전담하는 임상현장에서는 심평원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대한혈액학회 이사장인 삼성서울병원 김석진 교수(혈액종양내과)는 "10기 암질심 위원을 새롭게 위촉하는 과정에서 혈액암 전문가가 기존보다 2명이 늘어난 것은 맞다"며 "이를 통해 혈액암 전문가로 위촉된 위원이 7명인데 이중 1명은 심평원 소속이고, 대학병원 소속은 6명"이라고 설명했다.

김석진 교수는 "지난 2년 간 혈액암 신약이 36건이 심사받았고 같은 기간 고형암 신약은 58건이 안건으로 상정됐다"며 "암질심 위원 43명 중에서 5.5명이 혈액암 전문가로 판단 가능한데, 암질심 구성이 혈액암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라고 보여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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