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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치 앞도 안보이는 한미그룹 경영권 분쟁…결국 해 넘기나

발행날짜: 2024-12-20 05:30:00

올 한해 경영권 분쟁 지속…3월 주총은 형제 승리
임시 주주총회는 4인 연합이 승기…봉합 가능할까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고 있는 한미약품이 주주총회마다 우위가 뒤바뀌는 혼란을 겪으면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형제 측이 승리하며 지주사 경영권을 잡았지만 연말에 진행된 임시주주총회에서는 모녀를 중심으로 한 4인연합이 승기를 잡으면서 상황이 또 다시 역전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4인연합이 승기를 거머쥔 현재 경영권 분쟁을 지속할지 아니면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는 방안이 나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19일 한미약품의 임시주주총회에서 형제측이 제안한 이사 해임안이 부결되면서 당초 노렸던 이사 선임안이 자동폐기된 것으로 파악됐다.

19일 진행된 한미약품 임시주주총회에서는 형제측이 제안한 이사 해임안 등이 부결되면서 4인 연합이 승기를 가져갔다.

이번 임시주주총회가 주목된 것은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이사회가 절반으로 나뉜만큼 주력사인 한미약품의 경영권이 어느쪽으로 갈지가 정해지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임시주주총회에서 모녀를 중심으로 한 4인연합에 우호 세력인 박재현 대표이사가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힘겨루기는 4인연합이 우위에 서게됐다.

■ 지난 3월 주주총회서 형제측 승리…지주사 경영권 확보

사실 주력사인 한미약품과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를 둘러싼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올해 초부터 시작됐다.

지난 1월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이 추진되면서 이를 진행한 송영숙 회장, 임주현 부회장 측과 이에 반대하는 임종윤‧임종훈 형제 측으로 나뉘어 경영권 분쟁을 이어갔다.

이처럼 엇갈린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은 지난 3월 주주총회를 통해 한차례 변곡점에서 맞이했다.

당시 형제측은 한미약품그룹의 대주주 중 하나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지지를 받아 주주총회에서 승기를 거머쥐었다.

이에 그룹 통합은 무산됐고, 형제 측 중 고 임성기 회장의 차남인 임종훈 이사는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로 장남인 임종윤 이사는 한미약품 대표이사로 가는 안을 추진했다.

여기에 당초 송영숙 회장과 공동 대표로 나섰던 임종훈 대표이사는 단독 대표이사로 체제를 변경하면서 지주사에 대한 지배력 강화에 나섰다.

하지만 임종윤 이사의 한미약품 대표이사 선임이 불발되고, 주력사인 한미약품이 사실상 지주사에 대해 반기를 들면서 다시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커졌다.

문제는 이후 진행된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당초 형제측을 지지했던 신동국 회장이 모녀 측으로 돌아서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 4인연합 승기…주력사 경영권 유지에 지주사 이사회도 절반 차지

실제로 지난 11월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주총회에서는 3인 연합이 정관 변경을 통해 이사회를 확대하고, 여기에 신동국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을 합류시키는 안을 추진했다.

이는 기존의 이사회를 확대해 총 11인으로 늘리고 2인이 합류하면 지주사 이사회의 숫적 우위를 통해 경영권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

다만 지난달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는 정관 개정에는 실패하면서 이사회 정원을 늘리지 못했고, 신동국 회장만 이사회에 합류, 절반의 성과만을 거뒀다.

지난달 진행된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주총회에서는 정관 개정에는 실패했으나,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가 이사회에 진입, 동률을 이뤘다.

여기에 해당 경영권 분쟁이 격화 되는 과정에서 캘링턴유한회사까지 더해지며 4인 연합이 구성돼 다시 한미약품 임시주주총회를 준비했다.

그 결과 한미약품의 기존 경영진이 자리를 유지, 4인연합에 우호적인 박재현 대표이사를 주축으로 경영권 분쟁에서 큰 우군을 얻게된 것.

특히 한미약품 측이 밝힌 바에 따르면 이번 임시주주총회 표결결과 한미사이언스가 보유한 지분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의결권 지분이 박재현 대표를 지지했다.

이에따라 주주총회에서는 형제 측이 승리했으나 우호지분의 변동 이후 이어진 분쟁에서는 4인연합(송영숙, 임주현, 신동국, 킬링턴 유한회사)이 우위에 선 것.

■ 내년 주주총회서 재격돌 예상…일부선 봉합 가능성도

다만 문제는 내년에 있을 주주총회를 앞두고 경영권 분쟁의 향후 진행 방향이다.

업계에서는 승기를 쥔 4인 연합이 지주사의 경영권 장악에 다시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주사의 이사회의 절반을 가진데다, 지분 역시 전체 지분의 절반 가까이를 이미 확보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임종훈 대표의 해임 및 지주사의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을 시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임종훈 대표가 상속세 해결 등을 위해 지분을 처분하는 반면 4인 연합의 지분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상황.

이에 형제 측이 내년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총에서 경영권 방어에 도움이 될 우군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4인 연합이 지주사를 장악할 가능성이 크다.

한미약품 임시주총에서도 4인 연합이 승기를 잡아 내년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재격돌이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화해가 가능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한미약품 박재현 대표 역시 임시 주총 이후 “분쟁을 빠르게 종식시키는 것이 회사를 위해 좋겠다는 걱정을 많이 들어왔고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빨리 이런 부분들이 마무리되고 예전처럼 미래를 향한 생각, 고민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하기도 했다.

또한 최근 형제 중 장남인 임종윤 이사가 한미약품 임시주총 철회 제안과 더불어 경영권 분쟁 장기화를 막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여기에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 되면서 주가가 하락하면서 오너일가의 지분을 유지하기가 점차 힘들어지고 있는 상황.

반면 형제 측의 임종훈 대표는 여전히 경영권 분쟁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한미약품 임시주총 이후 한미사이언스 임종훈 대표는 “지주사 대표로서 그룹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리더십 발휘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매우 아쉬운 결과이나 해임요건에 해당하는 여러가지 사실과 상황들이 시간이 갈수록 더욱 구체화될 것”이라며 “실체적 진실이 드러나면 주주들의 판단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도 전하며 경영권 분쟁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결국 형제 측의 의견 조율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화해보다는 내년에 열릴 주주총회에서는 다시 양측의 의결권 확보 경쟁이 재점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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