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 공백을 한의사로 채우는 것에 대한 환자들의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가 끝내 무산됐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는 대한한의사협회 의뢰로 오는 17일까지 환자대상 설문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결국 중단키로 8일 결정했다.
암환자권익협의회 김성주 회장은 "한의사의 의료공백 역할론에 대해 환자들의 의견을 직접 물어보려고 했지만 갑자기 (환자가 아닌)1만명이 설문에 참여, 바이어스(편향)가 심해졌다"며 "설문에 의미가 사라져 취소키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의사협회가 설문을 의뢰했지만 설문조사는 철저히 환자들의 의견을 취합, 결과 발표도 협의회 차원에서 공개할 예정이었는데 아쉽다"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지난 7일 몇 시간 만에 1만 여명이 설문조사에 참여했으며 참여한 응답자는 환자가 아닌 의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김 회장은 "의료공백 장기화 상황에서 한의사들의 역할론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환자 대상 설문을 통해 의료 수요자들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었다"고 설문 취지를 밝혔다.
암환자권익협의회가 진행한 설문조사 문구에는 지난해 의료대란 여파로 인턴, 레지던트 부족과 의사 수급 문제를 조속히 해결,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으로 '한의사의 병원 인턴·레지던트 근무' '지역 공공 필수 의료 한정 의사 면허제도 신설'에 대해 환자들의 의견을 묻는 내용이 담겼다.
김 회장은 "이번 설문조사에 대해 의료계 일각의 우려가 높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생각보다 환자 상당수는 특히 중증질환일수록 의사에게 진료받는 것을 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전했다.
일단 암환자권익협의회가 추진한 환자 대상 설문조사는 취소되면서 해프닝으로 종결됐지만 한의사협회는 다른 환자단체를 통해 해당 설문조사를 다시 진행할 생각이다.
한의사협회는 지난 2024년 전공의 사직 이후 의료공백 여파가 극심할 때마다 정부를 향해 한의사의 역할론을 주장해왔다.
실제로 한의사협회는 지난 9월 기자간담회에서 한의사 추가교육을 통해 '지역·공공·필수·한정 의사 면허제'를 제안한 바 있다. 한의대 교육 6년+추가 교육 2년을 통해 공공의료에 한의사를 투입하면 의사수급난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의사협회의 환자 대상 설문조사는 이후에도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한의협은 암환자권익협의회와의 설문조사는 이어가기 어렵게됐지만 다른 환자단체를 찾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한의협 김석희 홍보이사는 "시기와 단체는 정하지 못했지만 환자대상 설문조사는 다시 진행할 예정"이라며 "(의료대란 공백을 한의사가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해)의료 수요자인 환자들의 생각을 조사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설문조사를 둘러싼 의료계 우려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김 홍보이사는 "한의사들이 중증·응급환자를 진료하겠다는 얘기가 아니다.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등 1차적인 부분을 담당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추석연휴 당시에도 동네 한의원에서 일차의료 역할을 담당했는데 환자군을 살펴보면 소화불량, 경미한 접촉사고 등으로 내원한 경우가 많았다"라며 "실제로 이 환자들은 응급실에 내원하다가 온 사례가 다수였다"고 덧붙였다.
김 홍보이사는 지방 보건지소의 경우 의료인이 아닌 담당 공무원이 4주간의 교육을 거쳐 혈압약, 당뇨약을 처방하는 현실을 짚으며 한의사의 역할론을 더욱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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