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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이식코디네이터의 첫 발걸음

고은진 장기이식코디네이터
발행날짜: 2025-01-14 05:20:00

고은진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장기이식코디네이터

[메디칼타임즈 &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공동기획]

장기 기증은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나, 여전히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일선 현장의 의료진들이 경험한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장기 기증 인식률을 높이고, 이를 촉진하는 공동기획 시리즈 ‘오늘, 장기이식병원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24회] 장기이식코디네이터의 첫 발걸음

고은진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장기이식코디네이터

장기기증이란 ‘타인의 장기 기능 회복을 위해 대가 없이 자신의 특정한 장기를 제공하는 행위’라고 정의됩니다. 건강한 삶을 살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 장기를 대가 없이 기증하는 것, 그것은 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나눔이 아닐까요?

제가 장기기증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간호학과 졸업을 앞두었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길을 가다 우연히 장기기증이라는 푯말을 보았고, 장기부전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새 생명을 줄 수 있는 좋은 일이라는 글을 읽으며 간호사로서 내가 먼저 신청하지 않으면 누가 신청할까 싶어 큰소리를 치며 신청했던 때가 생각납니다.

임상간호사로 수년을 지내왔습니다. 어느 날 장기이식코디네이터를 모집한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관심은 있었지만 섣불리 지원을 하기에는 너무나도 무지하여 겁이 났었습니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용기를 내어 지원해 보았고, 경험과 마음을 어여삐 봐주시어 저는 그렇게 은평성모병원 장기이식코디네이터로서 첫 발을 내디디게 되었습니다.

이곳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장기기증을 한 뇌사자가 떠오릅니다. 기증에 대해 많은 시간을 고민한 한 아내가 있었습니다. 남편은 갑작스레 심장마비로 쓰러져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소생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습니다. 처음에는 아내가 거부감이 심해 저희와의 만남조차 거부했습니다.

그러나 며칠 후,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ooo 보호자입니다. 장기기증에 대해 설명을 들을 수 있을까요?”

면담이 시작되자 보호자인 아내는 울면서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아빠가 이런 훌륭한 일을 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그 순간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보호자가 울고 있는 모습에 감정을 드러낼 수 없어 눈물을 감추었습니다. 그렇게, 뜻깊은 마음을 담아 기증이 이루어졌습니다. 아이들을 잘 키우겠다며 한없이 울면서 사랑한다고 말씀하시던 보호자님, 정말 감사합니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발걸음이 무척이나 조심스럽습니다. 누군가는 장기부전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고 도움을 주고 싶지만, 가족을 떠나보내고 싶지 않아 고민하고, 또 누군가는 기증자 가족들의 아픔을 알지만 장기가 필요하고… 어느 하나 절실하지 않은 마음은 없습니다.

장기이식코디네이터란 기증자도 새로운 생명을 선물하는 일이 좋은 일로 기억될 수 있도록 하고, 기증받으시는 분도 감사한 마음으로 건강을 소중히 지켜나갈 수 있게 해주는, 그리고 이러한 이식이 이루어지는 일련의 과정에서 소홀함 없이 모든 마음들을 어루만져 소중한 기억을 안겨 주는 특별한 직업인 것 같습니다.

저는 이제 막 첫걸음을 떼었습니다. 아직 서툴지만 조금씩 나아가, 소중한 마음을 지키는 장기이식코디네이터가 되겠다고 다짐하며, 오늘도 기증자와 수혜자, 그리고 의료진의 연락을 받습니다.

“안녕하세요, 은평성모병원 장기이식병원 코디네이터 고은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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