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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한 내일을 향해

발행날짜: 2025-03-17 05:30:00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본과 2학년 정소예
투비닥터 편집장

매년 새해가 시작되면 어김없이 찾게 되는 곳이 있다. 새로운 시작과 함께 신선한 자극을 마주하고 싶은 마음에 안국역 근처 국립현대미술관을 찾는다. 현대미술은 때로는 난해하고, 때로는 불편하며, 때로는 충격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속에는 우리 시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예술가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시대의 아픔과 희망, 불안과 열망을 표현한다. 예술에 대해 문외한이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매력적이다. 작품 앞에 서면 틀린 해석도, 부족한 이해도 없다. 오히려 그 불완전한 해석 속에서 더욱 풍부한 작품의 의미를 만들어낸다.

이번 방문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관람객들의 소망을 실시간으로 반영해 가상현실로 구현하는 인터랙티브 설치였다. 참여자들이 바라는 이상적인 세상을 키워드로 입력하면, 그것이 하나의 가상세계로 만들어지는 흥미로운 시도였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그 결말이었다. 모두의 '선한 의도'로 시작된 소망들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 결국 세계의 종말로 귀결되는 아이러니를 보여주었다. 수천 번을 새롭게 시도해도 대부분의 결론은 '멸망'이었다. 개인의 작은 소망이 모여 예상치 못한 거대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마치 나비효과 같은 현상이었다.

이 작품이 더욱 깊이 다가왔던 것은 우리의 현실과 맞닿아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게임, 웹툰, 드라마에서 유행하는 '회빙환'(회귀, 빙의, 환생) 소재는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완벽한 삶에 대한 갈망을 반영한다.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모든 것을 올바르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 그리고 그 속에서 찾고자 하는 진정한 행복에 대한 열망.

작품 속 참여자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키워드를 입력하며 다른 결말을 찾으려 했던 것처럼, 우리도 완벽한 세상을 향한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에서 모든 것이 계획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이상적인 사회를 만들려는 시도는 때때로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으며, 선의의 개입조차도 복잡한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요인에 의해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곤 한다.

이러한 예술적 통찰은 지난해 우리가 겪은 사회적 혼란과도 맞닿아 있다. 특히 의료계를 둘러싼 갈등은 단순한 정책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가치 충돌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의료 정책 개혁을 추진하는 정부와 이에 반발하는 의료계의 대립은 단순한 이해관계를 넘어, 의료 시스템의 본질과 윤리에 대한 논쟁으로 확산되었다. 문제는 어느 쪽도 완벽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불신과 반목만 깊어졌다는 점이다.

이는 미술관에서 본 가상현실 작품과도 닮아있다. 참여자들은 각자의 희망을 입력하며 이상적인 사회를 그려보려 했지만, 결국 예상치 못한 균열과 붕괴를 목격해야 했다. 의정 갈등 역시 각자가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나, 결과적으로 사회적 혼란과 의료 시스템의 불안을 초래했다.

작품이 보여준 것은 단순한 실패가 아니다. 선의가 반드시 선한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는 현실이었다. 복잡한 사회 구조 속에서 개인과 집단의 의도는 끊임없이 변형되며, 때로는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왜곡되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의 벽에 가로막힌다 해도, 우리는 여전히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그 가능성을 좇는다. 현실의 불완전함을 깨닫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본능적 열망이 우리를 움직이기 때문이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것은 단순한 낙관이 아니라, 현실을 극복하려는 노력이며, 삶을 의미 있게 만들고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방식이다.

어떤 현실이 닥치더라도 우리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끊임없이 질문하고 도전한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흘러가는 것도, 선의가 반드시 좋은 결과를 만드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 미술관에서 마주한 작품처럼, 우리의 삶도 완벽한 답을 찾을 수 없는 끝없는 탐구다.

현대미술이 난해하면서도 매력적인 이유는 정답이 없기에 각자의 시선으로 의미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신념과 가치가 충돌하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고민하며 나아간다. 때론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기대와 다른 결말을 맞이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이상을 향한 여정을 멈추지는 않는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것은 단순한 이상주의가 아니라, 삶을 견디고 의미를 찾는 인간의 방식이다. 비록 도달하지 못할 이상향일지라도,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고, 더 나은 가능성의 문을 열어준다.

새해의 첫걸음을 내딛으며 다시 한번 생각한다. 우리는 어떤 세상을 바라는가? 우리의 작은 바람들은 어떤 파장을 만들어낼까? 불완전한 세계 속에서도 길을 찾고자 하는 이 과정 자체가 어쩌면 이상향을 향한 가장 인간적인 여정일지 모른다. 그러니 오늘도 우리는 걸어간다. 불완전하지만 아름다운, 더 나은 내일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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