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종 검사에 대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선별집중심사가 예고되면서 개원가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피해가 큰 순환기 영역에서는 이에 대한 반박과 함께 연속 검사의 중요성을 증명하는 연구가 이뤄지는 상황이다.
11일 대한임상순환기학회는 춘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를 열고, 심평원의 선별집중심사로 검사가 제한될 경우 환자의 질환을 관리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환자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수치를 통해 위험 요인을 평가해야 하는 순환기 진료 특성상, 검사 제한은 질환 관리 부실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검사 빈도를 줄이기보단 진료 현장의 특성을 반영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
학회는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협심증, 부정맥, 심부전 등 순환기 질환은 '치료'보다 '관리'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선 주기적인 혈액검사, 심장 초음파, 혈압 측정 등이 필요하며, 검사 빈도는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따라 유동적으로 조정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순환기 질환 환자에게 필수적인 지질 검사, 간 기능, 염증 수치, 전혈구 검사 등만으로도 이미 15항목 이상이 소요된다는 것. 이런 기본적인 항목 외에도 환자 상태에 따라 추가적인 검사가 불가피할 수 있어, 15종 이상 검사를 제한하겠다는 심평원 기준은 현장 논리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임상순환기학회 류재춘 회장은 "심혈관 질환 환자의 위험 인자를 평가하는 기본적인 검사만 진행해도 숫자가 15개를 넘는다. 이를 제한하기 시작하면 현장은 굉장히 어려워진다"며 "다른 구체적인 평가나 염증 등을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 추가적인 검사를 할 때에도 굉장한 제한이 이뤄질 것인데, 그럼 굉장히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같은 검사 제한은 질환을 사전에 방지하고 조기에 관리해야 하는 순환기 진료의 본질에 반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실제 고혈압이나 협심증과 같은 만성질환은 수치의 변화와 패턴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질환은 환자의 상태가 악화할 경우 피해가 큰 만큼, 검사를 자주 시행하는 것이 오히려 최악의 상황을 예방하고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반박이다.
임상순환기학회 이상 학술부회장은 "심혈관 질환은 혈압을 낮추거나 혈관을 뚫는 것보다 병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려면 지속적으로 검사하고 상태를 관찰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검사를 선별하겠다는 것은 결국 관리하지 말라는 얘기다. 심장 초음파도 미국에선 500만 원이지만 우리나라는 4만~5만 원이다. 자주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혈압처럼 자주 재야 정확한 수치를 알 수 있는 영역에서 검사 횟수를 제한하는 건 진료의 본질과 어긋난다. 하루에 심장의 수축과 이완이 10만 번 반복되는데 이를 한 번 재서 판단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자주 검사받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국민 사이의 형평성도 문제다. 오히려 자주 하고 잘할 수 있게 도와야 하는데, 정부는 제한하려고만 한다"고 비판했다.
이런 학회의 주장을 뒷받침할 연구도 본격화할 예정이다. 대한고혈압학회가 진료실 밖에서 측정한 연속 혈압 데이터의 임상적 유용성을 분석하는 대규모 장기 추적 연구를 진행하면서다.
이 연구엔 반지형 디지털 혈압계인 카트비피가 사용되는데, 환자가 큰 불편 없이 착용할 수 있어 24시간 혈압 변화를 연속적으로 측정하는 데 용이하다는 설명이다. 이 장비로 일상생활 속 혈압 변동을 포착함으로써, 진료실 측정 혈압 수치로는 놓치기 쉬운 백의·감응 고혈압 등의 진단·관리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
이 연구는 전국 대학병원·개원가 환자 각각 1500명, 총 3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되는데, 임상순환기학회가 개원가 부분을 맡게 됐다. 대학병원에선 기존 24시간 혈압 검사 방식과 카트비피 결과를 비교하고, 개원가는 카트비피를 단독 적용한 데이터를 통해 진료실 밖 혈압 측정의 효용성을 분석하는 방식이다.
연구 기간은 5년이며, 각 환자군의 예후를 추적해 진료실 내 혈압 관리와 진료실 밖 연속 혈압 관리의 차이를 확인할 계획이다. 만약 연구 결과가 유의미한 임상적 상관성을 입증할 경우, 향후 세계 혈압 측정 기준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는 기대다.
특히 카트비피는 국내에서 개발된 장비인 만큼, 우리나라가 관련 분야를 선도할 기반이 잡혔다는 평가다. 또 이를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데는 1차 의료의 역할이 크다고 봤다.
임상순환기학회 홍의수 총무부회장은 "이번 연구에 우리 학회가 선택된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며 "기존의 진료실 혈압이 아닌 진료실 밖 혈압을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는 세계적인 혈압 측정 패러다임 변화와 맞물려 진행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지형 혈압계가 여러 순환기 질환을 얼마나 잘 예측하고 관리에 도움이 되는지를 보기 위함"이라며 "현재까지 관련 연구 결과가 없다. 이번 연구가 전 세계 가이드라인에서 새로운 혈압 측정 기준이 된다면, 우리 학회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큰 자랑거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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