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의학 기술의 발전으로 간세포암 진단에서 조직 검사의 필요성이 줄어들었지만, 최근 정밀의료의 흐름과 맞물려 '간 생검(liver biopsy)'의 잠재적 가치가 다시 조명받고 있다.
대한간암학회(KLCA)가 간세포암 관리에서 간 생검의 필요성을 진단하기 위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65%가 "앞으로 생검을 더 자주 시행해야 한다"고 답해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30일 경주 화백컨벤션 센터에서 개최된 대한간학회(공동주최 한국간담췌외과학회, 대한간암학회, 대한간이식연구학회) 국제학술대회 'The Liver Week 2025'에서 '간세포함 관리에서 간 생검 활용 확대에 대한 대한간암학회 설문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간세포암(HCC) 관리에서 간 생검은 진단과 치료 결정 과정에서 유용할 수 있지만, 침습적이라는 특성과 암 확산 가능성, 영상 기반 진단의 발달로 인해 일상적으로 권고되지는 않는다.
간 생검은 영상 소견이 비전형적이거나, 감별이 필요한 상황, 치료 전략 수립을 위해 조직학적 정보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한해 시행하지만, 대부분의 고위험군 환자에서는 영상학적 진단 기준을 충족할 경우 생검 없이도 진단과 치료 결정이 가능하며, 주요 가이드라인 역시 이러한 접근을 권고한다.
설문 결과를 발표한 이해림 교수(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는 "주요 학회들의 최신 가이드라인에서는 진단 외에도 치료 전략 수립과 예후 평가를 위해 조직검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특히 전신 항암제 투여 전 조직검사를 권고하고 있다"며 "간세포암 진료에서 간 조직검사의 역할에 대한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음에 따라 학회 차원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설문은 2024년 12월부터 2025년 1월까지 HCC 전문가 137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 중 60%는 내과의사, 19%는 영상의학과, 14%는 외과, 5%는 방사선종양학과 소속이었다.
전체 응답자 중 49%는 생검을 진단 사례의 10% 미만에서만 시행한다고 답했으며, 5%는 아예 시행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생검을 꺼리는 이유로는 '진단 및 치료 결정에 불필요하다'는 인식, 그리고 출혈, 종양 파종, 감염 등 시술과 관련한 합병증 우려가 꼽혔다.
반면 실제 진단 결과와 영상 소견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상당했다.
이 교수는 "영상학적 진단의 한계도 무시할 수 없다"며 "간세포암이 강하게 의심됐으나 실제 조직검사에서 다른 진단이 나왔던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80.5%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기관 연구에서도 영상과 조직 소견이 불일치하는 경우가 많았고, 실제 간암 확진율은 약 83~88%에 그쳤다"며 "영상 진단으로 HCC로 분류된 사례 중 약 10%는 생검 결과, 이형성 결절, 선종, 기타 악성종양으로 확인되기도 하는데 특히 LI-RADS 5로 분류된 경우조차 그렇다"고 꼬집었다.
오진의 가능성이 남아 있는만큼 생검은 확진뿐만 아니라 치료 반응을 예측하거나 결정에 필요한 바이오마커 확보, 예후 예측을 위한 정보 획득 등 다방면에서 활용이 가능해 분명한 역할이 있다는 게 그의 판단.
생검에 따른 합병증 우려 역시 실제보다 과도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교수는 "조직검사 관련 합병증으로는 출혈(78%), 종양 침착(28%), 통증(3%), 사망(11.3%) 등 상당히 높은 비율이 나왔지만 이는 몇십 년간 누적된 경험을 응답해 이렇게 높게 나온 것이 아닌가 한다"며 "합병증 우려에도 불구하고 최근 문헌에서는 조직검사가 예후에 유의미한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결과도 확인됐다"고 했다.
그는 "종양 침착은 2.7% 미만, 출혈 위험은 0.1% 미만이 실제 합병증 위험으로 거론된다"며 "시술 전 약물 관리와 응고 수치 교정이 이뤄지면 출혈 위험이 감소하므로 조직검사를 신중히 고려할 수 있다는 응답이 53.3%였다"고 말했다.
간 쪽에서는 치료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가 뚜렷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 역시 조직검사를 기반으로 한 바이오마커 분석과 치료전략 개발 활성화를 예고하는 대목.
이 교수는 "생검은 확진뿐 아니라 치료 반응 예측 및 평가를 위한 병리적인 정보 확보는 정밀의료 구현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며 "KLCA 회원들 중 간생검 활용 확대에 찬성하는 비율은 예상보다 낮았지만 그래도 65%는 확대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바이오마커 개발 등의 연구를 위해 간헐적으로 간조직 검사를 시행하는 것에 대한 동의도 63%에 달한다"며 "간세포암 진료에서 생검이 진단을 넘어 예후 예측, 치료 결정, 정밀의료 적용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맥락에서 간생검의 역할 재평가가 필요하고, 안전성 확보, 시술 가이드라인 정비 등의 간생검 보완책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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