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치료의 중심이 혈당에서 체중으로 옮겨가고 있다."
올해 ADA 2025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GLP-1 유사체에서 시작된 체중 감량 약물의 흐름이 GIP, PYY, AMPK 등 새로운 타깃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는 가운데, 실제 임상 현장에서 기존 치료제와의 비교 우위를 입증하려는 대형 연구들이 줄줄이 발표된 것.
특히 과거 혈당 조절의 부가 효과로 여겨졌던 체중 감량이 이제는 '1차 치료 목표'로 격상되면서, 제2형 당뇨병 치료 전략 전반이 재편되는 흐름이다. ADA가 이번 연례회의를 통해 공개한 최초의 '과체중·비만 치료 진료지침'은 이런 맥락을 잘 보여주는 대목.
새로 공개된 PATHWEIGH 연구도 특정 약물이나 시술 중심이 아닌, 기존 진료 시스템 안에서 체중 중심 접근을 체계화한 '진료 방식 개입'으로 효과를 입증했다. 이 역시 혈당에서 체중의 당뇨병 치료의 중심 이동을 보여준다.
ADA 2025에서 발표된 주요 비만 치료제 임상 결과와 함께, 혈당 조절 그 이상을 요구하는 현장 변화의 흐름을 짚었다.
■치료 아젠다 혈당→체중으로…과체중·비만 지침 첫 선
ADA 2025에서 공개된 '과체중 및 비만 치료를 위한 첫 번째 진료지침(Standards of Care)'은 당뇨병과 비만의 경계를 허무는 치료 패러다임 전환의 상징적인 이정표로 주목받았다(doi:10.1136/ bmjdrc-2025-004928).
2012년 미국의사회(AMA)가 비만을 '만성질환'으로 공식 인정한 이후 10여 년 만에, 미국당뇨병학회(ADA)가 비만 자체를 치료 대상으로 명시하고 별도 진료지침을 제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당뇨병의 근본 원인 중 하나인 비만을 '동반 질환'이 아닌 '주요 치료 타깃'으로 삼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되며, 혈당 중심 치료에서 체중 및 대사 전반으로 치료 축이 이동하고 있음을 제도적으로 천명한 조치다.
지침은 ▲비만의 척도로서의 BMI ▲영양, 신체 활동 및 행동 치료 ▲약물 요법 ▲체중 감량을 위한 의료 기기 ▲대사 수술까지 포괄하고 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하버드의대의 파티마 스탠포드 박사가 의료현장에서 만연한 체중 낙인(weight stigma)과 치료 접근성 격차를 지적하며, 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진료지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웨일코넬의대 루이스 아론 박사와 ABOM의 김벌리 구드준 박사는 GLP-1 계열을 중심으로 약물, 수술, 내시경 시술 등 다층적 치료 옵션이 과학적으로 검증되고 있음을 소개하며, 단순한 생활습관 교정에만 의존했던 과거 비만 관리의 한계를 지적했다.
의료진 교육 부족 또한 지적됐는데, 북미 전체에서 비만의학 전문의는 1만여 명에 불과하며, 여전히 많은 의사들이 비만 진단과 상담조차 꺼리는 현실이 과제로 남아 있다.
이번 발표는 비만이 단순한 생활습관 문제가 아닌, 치료 가능한 질병이며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한 영역이라는 인식 전환을 학술적·제도적으로 공고히 한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된다.
혈당 수치를 넘어서 '비만 자체의 적극적 치료'가 새로운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는 ADA 2025의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약물 없이도 체중 낮춘다…PATHWEIGH 연구 공개
이번에 공개된 PATHWEIGH 연구는 비만을 '진짜 질환'으로 인식, 진료 시스템 안에 통합할 수 있는 새로운 일차의료 모델의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이 연구는 특정 약물이나 시술 중심이 아닌, 기존 진료 시스템 안에서 체중 중심 접근을 체계화한 '진료 방식 개입(care delivery intervention)'으로, 27만 명에 달하는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적용돼 18개월간 평균 체중 증가를 억제하고, 인구 집단 단위에서 평균 체중을 2.37kg까지 감량시킨 결과를 보였다.
이는 GLP-1 계열 신약 중심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는 비만 치료에서, 일차의료 기반의 구조적 개입이 함께 이뤄져야 실질적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
PATHWEIGH는 콜로라도대학 산하 56개 외래 진료소에서, BMI 25 이상인 성인 약 27만 4천명을 대상으로 시행된 실제 진료 기반 임상으로,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체중에 집중하도록 유도하는 선진 문진(PVQ)과 체중우선진료(WPV)를 도입한 구조적 진료 모델이다.
임상 결과 비교군인 일반 진료에서는 환자 평균 체중이 0.47kg 증가한 반면, PATHWEIGH 모델에서는 0.01kg으로 사실상 증가가 억제됐으며, 별도 인력이나 비용 없이, 전자의무기록(EHR) 시스템 최적화와 의료진 교육, 진료 흐름 개선만으로 구현 가능하다는 점도 실용성을 더했다.
이번 연구는 수백만 당뇨병 환자 대부분이 실제로 비만을 관리받는 장소인 일차의료 현장에서, 비만을 공식 진단하고 치료로 연결하는 현실적 방법이 존재함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비만 치료의 기반 확장'이라는 ADA 2025의 메시지와 맞닿아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신약후보물질 카그리세마, 비만·당뇨 동시 타깃
ADA 2025에서 발표된 카그리세마의 REDEFINE 1·2 연구 결과는 비만과 당뇨병을 동시 타깃으로 하는 차세대 치료 전략의 진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카그리세마는 GLP-1 유사체인 세마글루타이드와 아밀린 수용체 작용제인 카그릴린타이드를 결합한 주 1회 이중 작용제로, 식욕 조절과 혈당 관리를 동시에 겨냥하도록 설계됐다. 이번에 공개된 두 건의 3상 임상은 비당뇨 환자와 제2형 당뇨병 환자 각각을 대상으로 68주간 카그리세마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했다.
REDEFINE 1은 고혈압이나 심혈관 질환 등 체중 관련 질환을 가진 비당뇨 성인 3,4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카그리세마, 세마글루타이드, 카그릴린타이드, 위약 4군으로 무작위 배정됐다. 그 결과 카그리세마군은 평균 20.4%의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고, 치료 순응도를 고려한 분석에서는 최대 22.7%에 달했으며, 40% 이상이 25% 초과 감량에 도달했다.
REDEFINE 2는 제2형 당뇨병 성인 1,200명을 대상으로 카그리세마와 위약을 비교한 연구로, 평균 체중 감소는 13.7%, 순응도 반영 시 15.7%로 나타났다. 두 연구 모두 주된 목표를 충족했으며, 이상반응은 대부분 경증의 위장관 증상으로, GLP-1 계열 약물에서 관찰되는 수준과 유사했다. 이번 결과는 단일 제제로 체중과 혈당을 동시에 조절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의 유효성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향후 치료 패러다임 변화에 중요한 근거로 작용할 전망이다.
■"주사 대신 경구" 비 펩타이드 기반 GLP-1 유사체 등장
21일 공개된 ACHIEVE-1 임상 결과는 주사제가 아닌 경구 투여 가능한 소분자 GLP-1 작용제 '오르포글리프론(orforglipron)'의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입증했다(DOI: 10.1056/NEJMoa2505669).
ACHIEVE-1은 당화혈색소(HbA1c)가 7~9.5%인 제2형 당뇨병 환자 559명을 대상으로, 약 40주 동안 오르포글리프론 단독요법의 효과를 평가한 3상 임상이다.
결과적으로 HbA1c는 최대 1.6%p 감소, 체중은 최대 7.9% 감소(약 7.7kg)했으며, 환자의 65%가 HbA1c 6.5% 이하에 도달했고, 부작용 발생률도 GLP-1 계열 기준에 비해 낮은 수준을 보여 치료 순응도 측면에서도 유리한 결과를 보였다.
이번 발표는 GLP-1 계열 약물이 단순한 혈당 조절제가 아니라 대사질환 전반, 특히 비만의 치료 중심축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경구제 형태는 환자 접근성을 높이고, 기존 주사제의 물류·보관 한계를 해결할 수 있어 '차세대 비만 치료제'로서의 확장 가능성을 상징한다.
ACHIEVE-1 임상 결과를 발표한 훌리오 로젠스 박사는 "오르포글리프론과 같은 경구용 소분자 비펩타이드 GLP-1 수용체 작용제는 A1C를 6.5% 범위로 크게 감소시켰다"며 "의미 있는 체중 감소와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과 일치하는 안전성 프로파일을 가지고 있어 제2형 당뇨병에 대한 초기 치료법만큼이나 널리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세마글루타이드는 주사제만? "경구제형으로 재탄생"
22일 공개된 SOUL 연구는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가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주요 심혈관 사건(MACE)을 유의미하게 14% 감소시킨 결과를 제시하며, GLP-1 계열 약물의 경구 제형이 혈당 조절과 체중 감량을 넘어 심혈관 예방까지 포괄하는 전신 대사 치료제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DOI: 10.1056/NEJMoa2501006).
이번 결과는 주사 기피로 치료 시작이 지연되는 현실에서, 경구 제형의 심혈관 보호 효과가 입증된 첫 대규모 임상이라는 점에서 실용성과 확장성 모두에서 의의를 가진다.
SOUL은 글로벌 3상, 위약 대조, 무작위 배정, 이벤트 기반 설계로, 제2형 당뇨병과 심혈관질환 또는 만성콩팥병을 가진 50세 이상 환자 9,650명을 대상으로 평균 47.5개월(중앙값 49.5개월) 추적 관찰했다.
환자들은 하루 1회 14mg 경구 세마글루타이드 또는 위약을 기존 치료에 추가 투여받았으며, 심혈관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 비치명적 뇌졸중을 포함한 MACE 발생률을 주요 평가변수로 삼았다.
그 결과, 경구 세마글루타이드군에서 MACE 발생은 12.0%(579명), 위약군은 13.8%(668명)로, 위험도 14% 감소(HR 0.86)라는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안전성 면에서도 중대한 이상반응은 양 군 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고, 위장관 부작용 또한 경미한 수준에 머물렀다.
이번 연구는 GLP-1 계열 약물이 체중과 혈당을 모두 조절하면서, 주사제에 대한 부담 없이 경구로도 심혈관 보호 효과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치료 접근성'과 '예방 효과'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현실적 옵션으로 평가된다.
■STRIDE 연구, GLP-1 전신 대사 치료제 격상
STRIDE 연구는 세마글루타이드가 단순한 혈당 조절제 또는 체중 감량제를 넘어 말초동맥질환(PAD)과 당뇨병을 동시에 가진 환자에서 혈관 기능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치료제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DOI: 10.1016/S0140-6736(25)00509-4).
PAD는 전 세계 2억 명 이상이 앓고 있으며 당뇨병 환자의 최대 30%에서 동반되는 중증 혈관질환으로, 치료 옵션이 25년간 정체되어 있었던 영역이다.
STRIDE 연구는 세마글루타이드가 이러한 환자군에서 보행 능력, 증상 개선, 삶의 질 향상은 물론 질병 진행 자체를 54%까지 억제한다는 결과를 제시하며, 인크레틴 계열 약물의 치료 스펙트럼이 '혈당과 체중'을 넘어 '혈관 보호'로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입증했다.
임상은 총 20개국 112개 기관에서 진행된 3상, 다국가, 이중맹검, 무작위배정 연구로, 간헐적 파행 증상과 혈류 지표(ABI, TBI) 저하를 보이는 제2형 당뇨병 환자 792명을 대상으로 52주간 세마글루타이드(주 1회)와 위약을 비교했다.
그 결과, 최대 보행 거리의 기저치 대비 변화율은 세마글루타이드군에서 1.21배, 위약군은 1.08배로, 유의한 개선을 보였으며, 효과는 당화혈색소(A1C) 수준, 당뇨병 유병기간, BMI, SGLT2 억제제 병용 여부와 관계없이 일관되게 나타났다. 이상반응은 대부분 경미했고, 치료 관련 사망 없이 안전성도 확인됐다.
이번 STRIDE 결과는 GLP-1 계열 약물이 단순히 '혈당 조절제' 또는 '비만 치료제'가 아니라, 혈관 보호 효과까지 입증된 전신 대사 치료제로 격상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ADA 2025의 전반적인 메시지가 '치료의 중심축이 혈당에서 체중, 나아가 대사 전반으로 이동 중'이라는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STRIDE는 이러한 변화의 정점을 보여주는 대표 연구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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