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론부터 말한다. 지금 정부가 말하는 '성공'은 공문과 브리핑 위에만 존재한다. 대통령은 만족하고, 장관은 무리 없이 진행 중이라 답했으나, 정작 그 정책이 작동해야 할 진료 현장은 아수라장이다. 의료계 어느 누구도 동의하지 않는다. 이것은 합의가 아니라 일방적 선언이며,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개혁의 성과가 아니라 개혁이라 이름 붙인 착시다.
지난 7월 16일 청와대 영빈관 업무보고에서 대통령은 "의료개혁은 지금 별 무리 없이 잘 진행되고 있느냐"고 물었고, 스스로 답을 내렸다. "엄청난 사회적 의제였는데 조용하게 진행되니까 안 하는 것 같다. 잘하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정책 판단의 근본적 오류가 있다.
조용함을 성공의 지표로 삼는 순간, 침묵이 곧 붕괴의 다른 이름일 수 있다는 사실을 놓친다. 응급실을 찾지 못해 부산에서 제주까지 실려 가는 환자, 돌아오지 않는 전공의, 개원가로 이탈하는 교수. 이 붕괴는 소리 내지 않고 진행된다. 임상에서 가장 위험한 환자는 비명을 지르는 환자가 아니라, 이미 반응이 사라진 환자다.
비대면 진료를 두고 대통령이 "저도 모르는 사이에 많이 했다. 잘했다"고 평가한 대목에 이르면 우려는 더 깊어진다. 제도의 전면화가 최고 정책결정권자조차 "모르는 사이에" 이뤄졌다는 진술 자체가, 역설적으로 거버넌스 부재를 증언한다.
원인 불명의 다발성 진행. 지금은 비대면 진료의 성패를 자축할 때가 아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는 처치의 순서가 있다. 대량 출혈 앞에서 미용 봉합을 논하지 않는 것처럼, 응급·필수·지역의료의 붕괴라는 활력징후부터 잡는 것이 먼저다. 그런데 지금 정부의 대응에는 그 순서가 보이지 않는다.
문제 해결의 착시는 조직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위원회가 생기고 시민패널 300명이 소집되면 무언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국민에게 심는다. 그러나 새로 만든 기구는 대체로 의결기구가 아니라 권고기구다. 권고는 정책이 아니며, 공론화는 실행이 아니다. 조직도가 늘어난다고 현장의 인력이 채워지지 않는다. 정작 이 모든 구조 어디에도, 의료를 실제로 공급하는 당사자와의 실질적 합의는 빠져 있다.
그리고 여기서 가장 분명히 짚어야 할 지점이 있다. 정부는 거버넌스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취지로 말한다. 동의할 수 없다. 공문 몇 장을 발송한 것을 소통이라 부를 수는 없다. 거버넌스는 발신함이 아니다. 그것은 이해당사자가 같은 테이블에서 이견을 조정하고, 반대를 설득하고, 책임을 나누는 '과정'의 이름이다. 통보를 소통으로, 접수를 합의로 치환하는 순간 거버넌스라는 단어는 알맹이를 잃는다. 소통했다는 기록은 남았으되, 소통은 없었다.
이런 방식의 정책 수행이 향하는 종착지는 명백하다. 그 청구서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아이가 열이 나도 갈 병원을 찾지 못하고, 밤에 쓰러진 환자가 받아줄 응급실을 찾아 도로 위를 떠도는 나라. 우리는 지금 병원 가기 힘든 나라를 향해 조용히, 아주 조용히 걸어가고 있다.
발표는 정책이 아니다. 조용한 것은 성공이 아니라, 때로는 이미 숨이 멎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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