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 급속한 고령화로 비뇨기계 질환 환자와 진료비 부담이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중증 진료와 교육을 담당할 대학병원 인력과 수련 체계는 붕괴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대한비뇨의학회는 서울 코엑스에서 제78차 국제 정기학술대회(KUA 2026) 기자간담회를 열고 비뇨의학 질환 추이와 수련·보험 등 현안을 조명했다. 고령화로 환자 수는 급증하는 반면 병원급 전문의 정체와 교수 이탈이 심화하고 있어 정부의 제도적 개입이 시급하다는 진단이다.

비뇨의학회 기획위원회가 2010~2024년간의 질환 추이를 분석한 결과, 전립선암·방광암·신장암·신우암·요관암 등 5대 비뇨기계암 치료 환자는 7만 6904명에서 24만 6720명으로 3.2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건강보험 급여 진료비도 1,740억 원에서 8,530억 원으로 391% 늘었다.
전립선비대증·요로결석·방광기능장애·요로감염 등 4대 비종양성 질환 역시 15년간 질환별 치료 환자 수 합계가 316만 1656명에서 467만 9999명으로 48% 늘었다. 급여 진료비는 2747억 원에서 9068억 원으로 230% 증가했다.
하지만 비뇨기계암 환자의 약 70%가 수도권에서 진료를 받는 등 지역 편중이 심각한 데다, 최근 7년간 늘어난 비뇨의학과 전문의 101명은 사실상 전부 의원급으로 유입돼 상급종합·종합병원 인력은 제자리걸음에 머물렀다는 것.
비뇨의학회 박성열 기획이사는 "5대 비뇨기계암의 치료 환자가 15년 사이 약 3배 증가했고, 전립선암의 증가세가 가장 두드러진다. 고령화의 영향으로 보지만 연령을 표준화해도 여전히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며 "이번 분석은 건강보험 급여 진료비만 포함한 수치다. 로봇수술이나 비급여 항암·방사선 치료까지 고려하면 비용은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수련 현장은 지도전문의 이탈로 위기에 놓였다는 우려가 함께 나온다. 과거 기피과였던 비뇨의학과는 학회 차원의 정원 감축 등 자구책으로 전공의 지원율을 회복했으나, 최근 전임의 수급 단절과 보상 불균형으로 교수가 병원을 떠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교수가 사직해 지도전문의 수 기준(N-3 규정)을 충족하지 못하면 전공의 정원이 감축되거나 수련병원 자격을 박탈당하게 된다. 이로 인해 전공의가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이동수련 사례가 지난해에도 있었으며, 올해는 비수도권 병원 1곳에서 전공의 1명이 이동수련 대상이 됐다는 것.
여기에 정부의 검체·영상 수가 인하로 검사 의존도가 높은 비뇨의학과의 병원 내 입지마저 좁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정부의 필수의료 재정 지원이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8개 과목에만 집중되면서 현장의 상대적 박탈감과 젊은 교수들의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수련병원에서는 중증·필수 진료를 담당하는 만큼, 특정 과목이 아닌 병원이 수행하는 기능을 기준으로 지원 체계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비뇨의학회 박현준 수련이사는 "지방 대학병원은 경영 악화로 의료진 처우가 저하되고 있다. 젊은 전문의들이 보수가 높은 2차 병원으로 이동하면서 남은 교수들이 야간 당직과 응급실 호출, 외래와 수술까지 떠안고 있다"며 "지도전문의 4명 중 1명이 떠나면 전공의를 가르칠 수 없어 이동수련을 해야 한다. 실제 지난해에도 있었고 올해도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고 우려했다.
이어 "수련병원에는 1·2차 의료기관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중증 환자들이 오기 때문에 필수의료가 아닌 분야가 사실상 없다. 필수의료는 과목이 아니라 수행하는 기능을 기준으로 구분해야 한다"며 "8개 과에만 지원이 이뤄져 다른 과들의 불만이 상당하다. 전체 과로 확대하기 어렵다면 비뇨의학과라도 추가해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험 제도의 한계로 신의료기술 활용이 제한되고 치료약제의 환자 부담이 커지는 문제도 조명됐다. 요로결석 내시경 수술 시 결석이 뒤로 밀리는 현상을 줄여 분쇄 효율을 높이는 모세스(MOSES) 레이저가 대표적이다. 학회는 이 기술이 결석 제거에 걸리는 시간을 약 3분의 1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회는 이를 통해 고령 환자나 감염 결석 환자의 수술 시간을 단축하고 마취 부담과 감염성 합병증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모든 환자에서 합병증 감소 효과까지 입증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일회용 전용 광섬유 비용이 별도 보상되지 않고 수술 행위료에 묶여 있어, 국내 도입 후 약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의료현장에서 활용이 제한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출시된 전립선비대증 치료 복합제(두타스테리드·타다라필) 역시 급여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왔다. 이 약제는 국내 다기관 3상 임상에서 각각의 단일제 대비 우수한 증상 점수(IPSS) 개선 효과를 입증했다.
하지만 현재 비급여로 공급돼 환자가 약제비를 전액 부담하고 있다는 것. 학회는 타다라필 성분이 발기부전 치료에도 사용된다는 이유만으로 급여 필요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며, 중등도 이상 증상과 전립선 비대가 확인된 환자에게는 제한적 급여 적용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뇨의학회 방우진 보험이사는 "모세스 레이저의 일회용 광섬유는 별도 보상이 없고, 행위료 내 보상도 제조 원가의 6분의 1에서 9분의 1 수준이다. 이 때문에 현장 사용이 어렵다"며 "모든 환자에게 쓰자는 것이 아니다. 큰 결석이나 다발성 결석 등 고난도 환자부터 선별급여를 적용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용량 타다라필은 오남용우려의약품에서 해제됐고 전립선비대증 치료에도 허가된 성분이다. 전립선이 크고 증상이 중등도 이상인 환자에게 선별적으로 급여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발기부전에도 쓰이는 성분이라는 이유로 전립선비대증 환자의 치료 선택지를 닫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립선암 조기 발견을 위한 전립선특이항원(PSA) 검사의 국가암검진 도입 필요성도 재차 강조됐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전국 51개 병원 전립선암 확진자 2만 5362명을 분석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분석 결과 비수도권 남성은 수도권보다 암이 이미 전이된 상태에서 진단될 위험이 약 1.3배 높았다. 진단 당시 PSA 수치도 비수도권 환자에서 전반적으로 높았으며, 연구팀은 이러한 차이가 암을 반년에서 1년가량 늦게 발견한 것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학회는 지역 간 검사 접근성 격차를 줄이기 위한 국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학회는 그동안 보건복지부가 요구해 온 비용효과성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올해 정부 과제를 수주했다. 이를 통해 국내외 최신 데이터를 반영한 비용효과 분석을 진행했으며, 연말까지 학회 최초의 PSA 스크리닝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정부와의 협의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한편,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사흘간 열리는 이번 KUA 2026은 32개국 1,800여 명이 사전등록하고 해외 20개국 초록 110편을 포함해 총 536편의 초록이 접수됐다. 특히 올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추진하는 2026 글로벌 K-컨벤션 육성사업에서 최고 등급인 C부문(K-대표 국제회의)에 유일하게 선정돼 최대 10년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비뇨의학회 서성일 회장은 "지역에서 전립선암 환자가 높은 병기로 발견되는 데는 검사에 노출되는 빈도가 적은 문제가 있다. 이런 부분은 정부에서도 역할을 해야 한다"며 "복지부가 비용효과성 근거를 요구해 올해 정부 과제로 분석을 진행했다. 이를 토대로 정부와 다시 협의하고 차기 집행부에서도 PSA 국가암검진 도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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