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교통사고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퇴원 또는 전원을 지시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마련된다.
이는 가짜환자들이 장기입원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지만 불필요한 입원을 방치하는 의료기관에 대해 민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날의 검이 될 전망이다.
국토해양부는 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의견수렴에 들어갔다.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개정안에 따르면 의료기관은 입원중인 교통사고환자가 수술, 처치 등을 받은 후 상태가 호전돼 더 이상 입원진료가 불필요한 경우 퇴원이나 다른 의료기관으로 전원할 것을 지시할 수 있다.
의료기관은 이런 지시를 할 때에는 해당 환자와 보험사업자에게 사유를 통보해야 한다.
현행 자동차보험진료수가기준에도 의료기관은 입원중인 교통사고환자가 더 이상 입원진료가 불필요하면 퇴원이나 하급 의료기관으로 전원하도록 지시할 수 있는 규정이 있지만 고시사항에 불과해 법률적 근거가 미흡한 상태다.
또 개정안은 교통사고환자를 전원 받은 의료기관이나 담당의사가 진료기록, 임상소견서 및 치료경위서 열람이나 송부 등을 요청할 때에는 지체 없이 응하도록 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상태가 호전돼 입원이 불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보험금을 수령하기 위해 퇴원을 거부하면서 계속 입원치료를 받는 사례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의료기관에서는 다른 응급환자를 제때 진료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해양부는 의학적 판단에 근거한 전원․퇴원지시가 적절히 이뤄질 수 있도록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 입원료, 식대가 줄어들어 평균입원일수가 1일 감소할 때마다 약 403억원의 병원진료비 절감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토해양부는 “의료기관이 교통사고환자에게 퇴원이나 전원을 지시할 수 있도록 법에 명시함으로써 병원과 입원환자간 분쟁요소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법이 시행되면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장기입원을 막아 병상회전율을 높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반면 장기입원이 불필요한 환자들을 제 때 퇴원, 전원시키지 않으면 보험사로부터 민사소송에 휘말릴 수 있는 근거가 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입원의 지속, 하급병원으로의 전원 필요성 여부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의학적인 전문지식과 의료인의 양심에 따라 판단할 사안”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진료비를 지불하는 보험사 입장에서 의료기관이 불필요한 입원을 중단하지 않으면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근거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환자가 퇴원을 거부하는데 의료기관이 강제 퇴원시킬 수는 없지 않느냐는 변명이 앞으로는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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