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시행된 이후 일부 요양병원들이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진료비를 할인하는 등 불법 출혈경쟁까지 서슴지 않자 적정한 인력과 시설을 갖추지 않은 의료기관들을 퇴출시킬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보건의료복지복합체협회 김덕진(희연의료재단 이사장) 회장은 20일 메디칼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환자들이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을 선순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시급하다”고 밝혔다.
요양병원, 요양시설의 기능이 정립되지 않으면 요양병원은 요양시설로 환자를 보내지 않으려 할 것이고, 요양시설 역시 의료적 서비스가 필요한 환자들을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7월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요양병원과 시설간 기능이 정립되지 않고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이 늘어나고, 자원 낭비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김덕진 회장은 요양병원 수가구조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김 회장은 “현 수가는 의료서비스의 질이 낮은 요양병원이 오히려 이익을 보는 구조”라면서 “의료서비스를 향상시키기 위해 의사를 늘이더라도 수가가 인건비에 미치지 못해 하향평준화를 유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회장은 일부 요양병원들이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요양시설보다 싼 본인부담금을 제시하며 출혈경쟁을 벌이는 것에 대해 우려를 드러냈다.
김 회장은 “일부 요양병원들은 간병비를 포함한 환자 본인부담금으로 20만~30만원만 받고 있는데, 이는 요양시설보다 낮은 금액”이라면서 “요양시설보다 요양병원이 더 싼데 누가 요양시설로 가려 하겠느냐”고 꼬집었다.
이런 과잉경쟁은 결국 요양병원의 의료서비스 질을 떨어뜨리고,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정착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김덕진 회장은 적정 인력과 시설을 갖추지 않은 요양병원에 대해 보다 강력한 불이익을 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회장은 “요양병원 적정성평가를 실시해 수가를 가감지급하더라도 경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면서 “이보다는 의사, 간호인력 수가차등 폭을 확대해 등급이 낮으면 요양병원을 운영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또 김 회장은 “중요한 것은 요양병상을 적정한 선에서 유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재정을 지원해서라도 요양병원이 요양시설로 전환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김 회장은 “요양병원 서비스를 표준화할 필요가 있고, 의료서비스의 질을 평가하는 것도 중요한 현안”이라면서 “정부와 병원계, 시민단체가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평가의 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법인이 요양시설 운영을 겸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김 회장은 “노인환자들에게 의료와 복지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이 연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의료기관이 요양시설을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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