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가 사구체신염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양방병원의 검사를 권유하지 않은 채 한방치료만 고수하다가 말기 신부전에 이르게 했다면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울산지방법원은 최근 최 모씨와 보호자가 이 모 한의사를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최 씨는 2005년 9월 D병원에서 검사한 결과 단백뇨, 혈뇨, 저알부민혈증, 고콜레스테롤혈증이 있으며, 사구체신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최 씨는 D병원이 확실한 것은 조직검사를 해야 알 수 있다고 하자 U대학병원 신장내과를 내원했지만 역시 신장조직검사를 권유받았다.
그러나 최 씨는 조직검사에 대한 공포심과 직장을 쉬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조직검사를 거부하고, 인터넷에서 사구체신염 자료를 검색하다가 한방으로도 치료가 가능하다는 내용을 보고 집 근처에 있는 피고 한의원에 내원했다.
당시 최 씨는 이 모 한의사에게 이전 병원에서의 검사 결과와 조직검사를 권유받았지만 응하지 않았다는 사실 등을 설명했다.
그러자 한의사는 사구체신염이 만성화됐을 가능성을 의심, 2005년 10월부터 2006년 9월까지 한약을 처방하고 침을 놓는 등 한방치료를 해 왔다.
하지만 최 씨는 2006년 10월 경 얼굴, 배 등이 붓는 증세가 나타나고, 감기 기운이 있어 감기약을 몇 일 복용했지만 증세가 호전되지 않자 다시 한의원을 내원했다.
이에 대해 한의사는 최 씨가 호흡곤란 및 발열 증상이 있고, 경락기능검사와 맥박, 혈압 등을 측정한 후 한약을 처방하면서 심장 및 혈압조절을 위해 내과 치료를 권유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최 씨는 인근 내과에 갔다가 U대학병원 응급실로 전원 됐고, 결국 만성 간질환 및 신장 투석이 필요한 만성 신부전증으로 진단 받았다.
이 사건과 관련, 법원은 “피고는 원고에게 조직검사를 재차 권유하지 않았고, 망진, 문진, 절진 등 한의학적 진단에 의존하는 이외에 신장기능을 확인할 수 있는 혈액검사나 소변검사를 의뢰하거나 양방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법원은 “최 씨가 고혈압이라는 게 확인되었음에도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않았다”면서 “피고는 환자의 신장과 소화기 치료를 위해 청신건비탕을 처방했지만, 고혈압 치료에 효과가 있다거나 달리 고혈압 완화를 위한 치료를 했다는 입증이 없다”고 못 박았다.
특히 법원은 “한의사는 치료 과정에서 양방병원과의 협진을 권유하거나 정기적으로 양방병원에 내원해 소변검사, 혈액검사 등을 받도록 권유하고, 그 결과에 따라 자신의 치료계획을 수립해 치료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법원은 한의사가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결과 환자가 말기 신부전에 이르게 했다며 최 씨와 보호자들에게 63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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