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소아과개원의협의회(회장 안치옥)는 지난 달 감기 전산심사와 관련하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유권해석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심평원은 “급성 호흡기 감염증 전산 심사 대상은 진료비 명세서 중 내용이 단순한 3일 이내 내원 건으로 한다. 단 3일이내 내원 건 중에서 처방전의 투약일수가 장기이고 처방약 품목수가 많은 것은 전산심사에서 제외하고 심사 직원 등에 의한 정밀 심사를 한다”고 기준을 발표한 바 있다.
소개협은 여기에 대해 첫째, 처방전 투약 일수가 장기인 것에서 투약일수가 몇 일 이상인 경우가 ‘장기’에 해당되어 정밀심사 대상인지 둘째, 처방약제 품목수가 많은 건에서 처방약제 품목수가 몇 종 이상이면 ‘많은 건’에 해당되어 정밀심사 대상에 해당되는 지에 대한 질의를 했다.
소개협의 유권해석 요구는 유권해석이라기 보다는 사실상 질의이고 심평원의 심사기준과 세부 심사지침에 대한 공개 요구였다.
그러나 심평원은 이러한 의료계의 요구에 대해 ‘공개 불가’ 입장만을 재차 확인하며 거부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편 신언항 신임 심평원장은 14일 기자 간담회를 통해 “전산 심사는 업무개선이고 업무 효율화로 새삼스럽게 (의료계에서) 하라 말라 할 사안이 아니다”며 “그냥 그대로 가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산심사는 그동안 손으로 작성했던 회의자료를 파워포인트를 이용해서 쉽게 작성하는 것과 같다”며 전산심사를 파워포인트에 비유했다.
의료계와 시민단체에서도 적극 반대하고 있는 의료계 중요 현안인 감기 전산심사에 대해서 신언항 신임 심평원장의 안일한 현안 파악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보다 앞서 임종규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대한의사협회가 지난 달 주최한 공청회에서 “작년 총 보험급여비 13조원 중에서 감기 급여비가 1조9천억으로 전체의 14%였다”며 “정부로서는 진료지출구조가 합리적인 것이냐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 있다”고 말해 감기 전산심사 정책 목표가 어디에 있는지를 신언항 신임 심평원장 보다는 솔직한 속내를 밝혔다.
의료계는 그동안 심평원의 심사기준과 세부 심사지침에 대해 끊임없이 공개할 것을 요구해왔다.
소개협의 공개 요구는 상식 수준에서도 무리한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어느 정도가 ‘장기’이고 얼마 정도가 ‘많은 것’에 해당되어 정밀심사 대상이 되는지 알아야 의료계도 주의할 것이 아닌가?
심평원이 공정하고 투명한 심사를 통해 의료계의 부당 과잉 진료를 ‘개도’하는 것이 목표라면 의료계의 공개 요구에 앞서 심평원이 먼저 스스로 공개하고 의료계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심평원의 ‘공개 불가’ 입장은 의료계에 의혹만 증폭시키고 갈등과 대결국면을 조성할 뿐이다.
심평원은 전산심사를 통해 업무의 효율화를 이룰 수 있다고 강변하고 있다.그러나 심평원은 의료계 비협조 국면을 스스로 조성하며 업무의 비효율화를 만드는 역설에 빠졌다.
의료계가 대대적인 서면청구 운동을 벌여 현재 95% 수준의 EDI 청구에서 10% 정도만 서면청구로 바꾸어도 심평원은 폭주하는 청구물량에 업무 마비 사태로까지 이어질 것이다.
청구 방식에 대한 선택은 요양기관의 자율 사항이고 심평원은 이미 EDI 청구 시스템으로 전환했기에 서면청구 물량이 많아진다면 이중 삼중으로 작업이 지연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심평원의 정정당당한 정보 공개가 의료계와의 대결국면을 피하고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시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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