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7년 우리나라에 전문의 제도가 도입 된 이래 반세기 동안 엄청난 발전을 하였다. 이제 년 간 약 3천여 명이 넘는 전문의들이 배출되고 있다. 의과대학 졸업생의 약 99%가 전문의 과정으로 이행한다하여도 과언은 아니다.
그동안 우리 경제 사회적 발전이 양적인 발전에 치중되었듯이 어떻게 보면 전문의 교육 발전도 양적인 면의 성장이 우선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이제는 전문의 교육과 배출 제도가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질적인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함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현재 전문의 제도를 둘러싼 여러 가지 문제 중 가장 두드러지게 보이는 것이 전문의 인력 수급 불균형이다. 즉 전체 전문의 숫자로서는 적지 않으나 전공과목에 대한 과목별 인원 수급 조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 이다.
과거 전문의는 일반의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사용하였다. 그러나 이제 과거와 같이 의과대학만을 졸업하고 일반의로서 활동하는 의사는 매우 드물다. 단순히 의과대학 교육만 가지고서는 사회에 나와서 안전한 의료 활동을 보장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의과 대학 졸업만으로 의사 면허를 교부하는 예는 거의 없다. 반드시 졸업 후 일정 기간 이상의 임상 교육을 받아야만 의사로서의 개업 면허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반드시 구별되어야 할 것은 1차 진료 전문의와 일반의와는 구별된 다는 사실이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1차 진료가 하나의 전문 과목으로서 구별되고 학회도 가장 큰 학회의 하나로 자리자고 있다.
용어의 혼동은 있으나 유럽에서 통상 GP(General physician)라고 하는 것은 의과 대학을 졸업하고 최소 3년 정도 1차 진료에 대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다. 중국의 경우 한자로 전과의로 번역되어 사용하고 있으나 우리의 경우 미국의 영향을 받아 가정의학이라는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다.
만약 우리나라의 가정의학이라는 이름 대신 전과의라는 이름을 표현했을 경우 의료계 내에서 일으키는 반발과 파장은 매우 클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도 이러한 1차 진료 전문의를 Omnipractician이라고 하고 있다.
Omnipractician이라는 이름 역시 모든 과가 영역이라는 의미를 간접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차 진료에 대한 정의를 유감스럽게도 가장 혼돈스러운 미국의 것을 사용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가정의학, 일반 내과, 소아과, 산부인과, 일반 외과 등 모두가 1차 진료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바로 위에 있는 캐나다의 경우1차 진료전문의가 미국과 같은 명칭인 가정의학으로 명명되어 있고 졸업생의 절반 정도는 가정의학으로 진입하고 있다. 그리고 가정의학이 가장 선호되는 과목 중에 하나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내과, 소아과, 산부인과, 일반외과 전문의를 취득하였어도 이들 중 상당수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하여 1차 진료에 해당되는 것만을 보고 있다. 대학 병원 급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실제 나가서 활동하는 것은 대학 병원에서 교육받은 복잡성, 혹은 복합적인 고 난이도의 진료가 아닌 가장 흔하고 보편적이며 지역적인 문제들을 상대하고 있는 것이다.
병원의 저임금 의사 인력자원 바탕의 전공의 정책은 질보다는 양적 성장을 유도하고 있고 양적 성장에 따른 전문의 배출은 교육의 질적인 문제도 발생할 뿐만 아니라 의료 활동이 과다 경쟁으로 인한 생존의료로 전환되면서부터 의술과 상술의 묘한 경계에서 윤리적 민감도마저 저하될 수 있다. 이제 의과대학이나 전공의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병원만이라도 이러한 점을 빨리 인식하고 양적인 성장에서 질적인 성장으로 방향 전환을 하여야 한다. 교육병원으로서의 공적인 책무성, 사명감을 다시 새겨보아야 한다.
사회가 선진화되어 가고 의료 환경이 좋아 갈수록 의사로서 전통적이고 기본적인 일에 충실할 수 있는 1차 진료 전문의 양성에 매력을 느끼게 해줘야한다. 의과대학 졸업생의 상당수는 1차 진료 전공으로 유도하여야 한다. 의사 단체 또는 의학 교육 기관 등 모두 한 목소리가 되어 전문의 수급에 대한 정책을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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