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태국 방콕에서 열린 APEC 정상회담에서 스크린쿼터 축소 의지를 표명했다.
여기에 대해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를 주장하는 영화인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등은 추이를 지켜 보며 집단 반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스크린쿼터를 둘러싸고 노무현 대통령과 시민사회단체 간에 다시 팽팽한 긴장감이 돌고 있다.
스크린쿼터는 1년의 40%에 해당하는 146일 이상 한국 영화 의무 상영을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한국영화 보호정책이라는 입장과 이기주의라는 입장으로 나뉘어 찬반 논쟁이 재연될 조짐이다.
아무래도 미국의 입장을 들어주어 외국 자본을 적극 유치해야 할 재경부와 영화 감독이면서 누구보다도 자기 색깔이 분명한 이창동 문광부 장관의 입장이 대립하여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한편 정부는 인천경제자유구역에 2020년까지 무려 200조원을 투자해 인천을 중국 상하이, 싱가포르에 버금가는 동북아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현란한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경제특구내 외국 병원의 내국인 진료 허용 문제를 두고 재경부와 복지부간에 이견을 보이며 불협화음이 세어 나오고 있다.
외국계 병원의 인천경제특구 진출은 이미 기정사실화 됐으며 이제 다시 쟁점은 외국계 병원의 내국인 진료 허용 문제이다.
만일 내국인 진료 허용으로 결정된다면 외국계 병원은 장단기적으로 외국 병원과 국내 병원의 완전 자유 경쟁 기반 조성을 주장하며 요양기관당연지정제 철폐를 요구할 것이다.
또한 의료계 일각에서는 요양기관당연지정제 또는 부정적인 의미에서 ‘강제지정제’ 철페를 주장한다.
특히 현행 저수가 저부담 저급여로 난마처럼 얽힌 의료현실의 원인을 요양기관당연지정제에서 찾으며 철폐를 강력히 주장하기도 한다.
당연지정제 철폐론자들의 주장은 요양기관이 강제가 아닌 임의로 건강보험 가입자를 대표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계약할 수 있는 선택 결정권을 달라는 것이다.
요양기관당연지정제가 의료계 내부의 힘이든 외국 거대 자본에 의한 외부의 힘이든 철폐됐을 때 불행히도 완전 자유 시장경쟁의 우선 상대는 외국계 병원이 아닌 동료 선후배일 것이다.
약육강식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인테리어를 새로 한다든가 간호사나 간호조무사 등 직원채용을 더 늘려 환자들에게 보다 친절한 병원 이미지를 주려는 부가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자본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보다 큰 자본으로 맞서는 방법외에 도리가 없다. 이를 위해 병의원들은 브랜드 프렌차이즈로 배타적이면서 굳건한 동맹관계로 합종연횡할 가능성도 보인다.
한발 더 나아가 공산품처럼 일반 환자들에 대한 진료비가 오픈프라이스(open price) 된다면 병의원간 제살 깎아먹기 진료비 가격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년에 3천4백여명씩 쏟아져 나오는 의사 수와 진료 과목간 또는 의사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의료시장개방과 함께 올 수 있는 요양기관당연지정제 철폐는 의료계에 또 다른 판도라상자가 되어 그것이 몰고올 파국을 쉽게 가늠하기는 어렵다.
지난 2000년 갤럽코리아가 의사들을 대상으로 요양기관당연지정제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요양기관계약제가 도입되면 ‘자격을 유지 한다’는 응답이 42.8%, ‘탈퇴 한다’가 39.7%로 유지한다는 응답이 다소 높게 나타났다.
또한 요양기관계약제 도입시 선호하는 환자의 유형은 ▲ 보험환자와 일반환자 모두 진료 86.4% ▲ 보험환자만 진료 2.5% ▲ 일반환자만 진료 11.0% 등으로 조사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의사들의 입장에서도 요양기관당연지정제 폐지가 몰고 올 결과를 낙관적으로 전망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어차피 시장은 열리게 되어있다면 요양기관당연지정제이든 부정적 의미의 강제지정이든 건강보험제도 틀 안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것이 다소 불만족스러워도 ‘당장 철폐’가 아닌 내부 투쟁으로 인큐베이팅을 하면서 최대한 자생력을 키우는 것이 먼저일 것으로 보인다.
스크린쿼터제와 요양기관당연지정제는 세계화의 이름으로 휩쓸고 있는 ‘시장 개방’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 서로 닮은 꼴로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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