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에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라는 가칭을 사용하며 진오비(진정으로 산부인과를 걱정하는 모임) 라는 소수의 산부인과 모임에서 발표한 인공임신중절수술과 관련된 성명서가 마치 모든 산부인과들을 대표하는 것처럼 발표되고, 언론에 기사화되고 있어 국민들과 회원들을 혼돈케 하고 있다.
진오비에서 발족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라는 대한 산부인과의사회와 명칭이 유사해 혼돈을 유발할 뿐 아니라 합법적인 절차에 의해 설립되지 않아 공공의 대표성이 없는 단체이므로 전체 산부인과 의사를 대변한다고 볼 수 없다.
낙태 근절과 불법낙태근절과는 다르다. 낙태에 대한 진정한 반대를 하려면 모든 임신을 예외 없이 분만을 해야 한다. 합법화 되어 진료거부로 처벌을 받을지라도 낙태는 못한다고 해야지 불법이라 못한다고 하는 것은 진정성이 없다. 낙태를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나는 낙태는 하지 않겠다고 주장해야 진정성이 있는 것이다.
우리사회에서 합법화 논의 자체는 어려울 것이다. 어느 사회든 낙태 합법화를 의사들이 주장하지는 않는다. 또한 사회적 합의가 합법화로 간다고 해도 이를 안 하겠다는 의사에게 강제할 수는 없다. 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정부에서도 현 모자보건법 이상의 낙태 허용은 쉽지 않을 것이다.
1966년 루마니아의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는 “태아는 사회 전체의 재산”이라며 낙태를 금지했다. 피임법과 성교육을 금지했고, 임신에 거듭 실패한 여성에게는 ‘금욕세(禁慾稅)’까지 부과했다. 출산은 급증했으나 낙태 금지 이후에 태어난 아이들은 학교 성적이 떨어졌고 범죄에 빠지는 경우도 많아졌다.
70년 미국 댈러스에 살던 제인 로(본명은 노마 매코비)는 세 번째로 임신을 하자 정부를 상대로 낙태를 합법화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지방검사 헨리 웨이드가 피고가 됐다. 로 대(對) 웨이드 소송이다. 연방대법원이 로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전국적으로 낙태가 합법화됐다. 불우한 가정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이 줄어들면서 80년대 이후 미국의 범죄율이 뚝 떨어지게 됐다.
더구나 미국 대법원이 낙태를 합법화하는 판결을 내린 지 36년이 지났지만 개인용 낙태약인 RU-486의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 낙태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위해 혼자서도 낙태가 가능 한 약이 지난 2000년 미국에서 시판되기 시작한 RU-486으로 병원에 가지 않고 혼자서 낙태를 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며 RU-486이 낙태문화를 바꿔 놓고 있다.
'미피'(miffy)로 불리는 RU-486을 먹고 낙태하는 사례가 해마다 22%씩 증가해 현재는 전체 낙태건수의 14%를 차지하고 있다.'미피'(miffy)는 RU-486의 원래 약명인 '미프프리스톤'(mifepristone)에서 비롯됐고 '미프프렉스'(Mifeprex)라는 브랜드로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 프랑스에서 처음 개발된 '미피'는 임신 9주까지 초기 상태에서 의사의 수술 없이도 낙태가 가능하다.
RU-486은 황체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을 차단함으로써 낙태를 가능하도록 하며, 낙태 수술비용이 평균 400달러에 이르는 것과 비교하면 낙태약은 100달러의 비용이 든다. 비영리 연구기관인 구트마허 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의 전체 낙태건수 120만 건(2006년 기준) 가운데 대략 15만 건이 약물투여로 이뤄졌다고 한다.
RU-486은 낙태에 있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됐으며 사용률도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서는 현재 60% 이상이 약물로 낙태가 이뤄지고 있다. 낙태시술에 관해 의사의 고유영역에서 탈피 되고 있는 방법도 사회적 합의 또한 원하지 않는 임신에 대한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최근의 스페인 사회당의 경우 지난달 16세 이상일 경우 부모 동의 없이 임신 14주 이내에, 모체의 건강을 위협하거나 태아가 기형일 경우 임신 22주 내에도 낙태를 허용키로 했다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집권 사회당의 낙태 자유화 법안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모든 삶이 중요하다(Cada vida importa)’고 쓰인 배너를 띄우며 150만 명 이상이 낙태 반대 시위에 참가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선거를 앞두고 종교계의 강한 반발을 불러오고 사회적 파장이 큰 정부로써도 섣부른 선택이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낙태가 일어나는 대부분의 이유는 잘못된 성관계, 남아선호사상 혹은 일시적이고 개인적인 편리 때문이며, 또한 성 개방으로 인한 사회의 분위기는 많은 미혼모와 이들로 인한 낙태가 성행하게 됐다. 오늘의 잘못된 가치관과 문화적 흐름으로 왜곡되어 가는 성문화와 이로 인해 발생하는 낙태를 비롯한 잘못된 성문화를 바꾸어 나가기 위한 운동이 필요하다.
임신출산의 과정에서 자기 결정권에 대한 규제나 제한은 필연적인 원치 않는 임신의 증가를 초래 하게 되고 이로 인한 십대의 미혼모 임신의 증가가 나타나게 될 것이다. 이에 대한 대비와 이를 해결할 사회적인 준비 작업이 우선 준비 되고 이들에 대한 사회 안전망의 확보가 시급 한 것이다.
미혼모에 대한 지원이 잘 마련된 유럽 국가는 오히려 미혼모들이 적극적으로 아이를 낳기도 한다. 한국사회에서 미혼모 중 십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미혼모의 33.2%로(여성 가족 부, 2005), 이들 중 다수가 아이양육을 원하고 있으며, 또한 그 일부가 십대엄마로서 살아가고 있다 산부인과 의사들의 자정선언이 실효를 거두려면 낙태보다는 출산을 선택할 수 있도록 미혼모에 대한 지원책 등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미혼 모 임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더욱 기울여야 한다. 특히 이들 중 많은 수의 10대 임신 산모에 대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정부 지원 대책도 마련되어야 한다. 10대 에게는 성과 사랑의 결합이 강조되는 이들의 로맨스의 추구가 연애, 동거생활로 이어지는 것과는 달리 이들의 결혼에 대한 인식은 자신의 현실적인 삶과는 분리된 이상적인 것으로 간주되었다. 이것은 십대여성들의 임신에 대한 의미구성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들은 십대임신이 더 이상 사회적 금기로서 인식하지 않으며, 결혼이 이러한 임신을 합법화하는 통로라고도 인식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에게 임신은 로맨스의 결과로서 간주되는 한편 따라서 그 의미가 정당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결과는 십대들의 제한된 사회적 자원과 임신의 의미구성과의 관련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예컨대 이러한 임신에 대한 의미화, 정당화가 가능한 맥락은 이들의 양육 선택가능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며, 반대로 이것은 입양 을 선택하더라도 미혼모들로 하여금 더 큰 고통을 안게 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하겠다.
따라서 기존의 미혼모담론이 도덕적 접근에 치중함으로써 미혼모의 일탈을 강조하는 한편, 일탈예방으로서 미혼모의 성, 피임지식 부족 등 인지적 측면을 강조하였다면 이러한 결과는 향후 십대 섹슈얼리티, 임신의 지식체계에 대한 보다 다면적이고 복잡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즉, 십대여성의 임신이 탈 맥락적인 ‘문제’행동이 아니라 사회적 조건에 준거해서 구성된 경험으로, 십대여성들의 생활세계와 이것에 대한 십대들의 대응이라는 복합적 구성물이라는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이러한 고민은 개인주체를 문제화하기보다는 이들의 행동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회적 조건을 문제화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할 필요성이 있다.
향후 미혼모정책의 방향역시 이들의 임신경험이 중층적이고 복잡한 현상이라는 인식하에서 십대집단 내 차이, 십대여성의 욕구,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사회적 조건의 불평등성에 주목하는 방식으로의 다양한 모색이 필요하다.
국내 인공임신중절수술, 낙태수술과 관련된 법안은 모자보건법에 의해 규정되어지고 있는데 실제 형법에서는 허용되어지지 않는 인공임신중절을 모자보건법에서는 허용하고 있어 그 해석에 있어 여러 단체의 의견이 분분한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의 인공임신중절이 비의학적인 사유, 사회적인 사유에 의해 행해진다는 점에서 의사 개개인의 엄중처벌이 문제가 아니라, 부적절한 임신을 예방하고 계도하는 사회 인프라 구축의 절대적인 부족과 관계기관의 무대응, 무대책이 문제의 핵심인 것이다.
단순히 낙태수술이 만연한 사회문제를 산부인과의사 책임으로 호도하지 말고, 모두가 관심을 갖고 여성들의 올바른 교육과 정식적, 신체적 건강을 위한 예방대책을 위한 사회 인프라를 구축하고, 정부도 현실에 맞는 정책적인 지원(피임 관련 시술 급여 화 및 피임약의 보험화 등) 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의사와 상담한 후 실제 낙태 시술까지 일정 기간 숙고하도록 의무화하거나 미혼모 등 원치 않는 아이를 가진 산모가 신분 비밀이 보장된 상태에서 입원?출산?입양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희망 출산 제’도 고려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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