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진이 췌장암 환자의 항암치료 효과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신체지표(바이오마커)를 발견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황진혁 교수
이를 이용하면 췌장암 환자에게 개인별 맞춤 항암치료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췌장암 치료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황진혁 교수팀은 최근 췌장암 환자의 RNA를 분리해 살펴본 결과 암 전이와 관련 있는 마이크로 RNA 중 miR-21의 발현이 높을수록 항암치료의 효과가 좋지 않음을 밝혀냈다고 27일 밝혔다.
황 교수는 이번 연구를 위해 췌장암 수술을 받은 한국인 환자 82명과 이탈리아인 환자 45명의 췌장암 조직에서 miR-21의 발현정도를 조사해 재발율과 생존기간을 비교했다.
그 결과 miR-21의 발현이 높은 군에서는 61%가 췌장암이 재발한 반면 miR-21의 발현이 낮은 군에서는 32%만이 원격부위에 재발했다.
무병생존기간은 miR-21이 높은 군에서는 7개월에 머물렀으나 낮은 군에서는 16.2개월로 무려 10개월이나 생존기간이 길었다.
전체생존기간 역시 miR-21의 발현이 낮은 군에서 27.7개월로 높은 군 14.3개월에 비해 훨씬 길었다.
특히 한국인과 이탈리안인 모두에서 같은 결과가 나왔다는 점에서 miR-21은 동서양인에 관계 없이 췌장암 항암치료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췌장암은 환자의 15% 정도만이 수술이 가능한 악성암으로 수술을 받아도 약 80%가 재발할 정도로 예후가 좋지 않은 암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miR-21의 발현이 췌장암 수술 후 항암치료 효과와 관련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앞으로 수술 후 보조요법 계획을 수립하는데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
황진혁 교수는 "앞으로 췌장암 환자 치료에 miR-21의 발현 정도를 반영하면 개인의 상태에 맞게 수술 후 보조요법을 선택하는 등 맞춤치료를 시도할 수 있다"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비록 췌장암은 예후가 나쁘지만 새로운 바이오마커의 개발하고 이를 임상적으로 잘 이용하면 효과적으로 치료가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그 학문적 성과를 인정받아 국제적으로 저명한 과학 전문지인 'PLoS ONE'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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