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가 하늘을 찌르면 이성보다는 폭력을 선호하게 된다. 즉 이성적 대화보다 주먹이 먼저 나갈 경우, 대화를 통한 상호 타협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상대의 항복을 원하게 된다. 서로에 대한 신뢰감이 눈꼽만큼도 없다면 가볍게는 언어폭력을 가하거나 심하게는 주먹이 오가게 되어 결국 상대를 이해하기위한 대화는 불가능해진다.
부산에서 전의총과 의협회장과의 충돌을 뉴스 사진을 통해 보았다. 몸싸움을 하는 사진과 계란으로 더럽혀진 자동차 사진. 그 뉴스는 회장의 순회 설명회를 중단하라는 전의총 부산 지회장의 요구. 의협회장을 비난하는 현수막을 들고서 자신들과 대화하자는 내용의 전의총 주장, 송우철 총무이사의 나중에 연락 주겠다는 언급을 담고 있었다.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면서 자신과의 대화를 요구하는 것이 정당한 것일까? 상대를 비난하는 현수막을 들고서 온전한 대화가 가능할까?
무엇이 이들을 분노케 만들었을까? 의료계를 향한 정부의 끝없는 압박에 대한 분노일까? 의협 회장의 비리 혹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과 그리고 무능에 대한 분노 때문일까? 의협 내부 정치에서 위치 확보를 위한 제스쳐 일까?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거의 대화가 불가능한 상황처럼 느껴진다. 이제 힘겨루기만 남은 것일까?
문제 해결을 위한 세 가지 방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세 가지 방안이 필요하다. 하나는 대화이며 둘은 규칙을 따르는 것이며 셋은 힘을 통해서이다.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할 경우 특별한 외부적 강제가 필요 없다. 오로지 문제를 해결하려는 강한 의지와 상대의 말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뿐이다. 이것이 성공한다면 이로 인해 발생하는 얼마간의 손해를 스스로 받아들이게 된다.
하지만 대화로 해결할 수 없는 경우 특별한 외부적 강제가 필요하다. 즉 법이나 규칙과 같은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이 규칙을 따를 것을 기대하며 만약 따르지 않을 경우 외부적 강제가 가해지게 된다. 규칙으로 인해 이득을 보는 사람도 있지만 손해를 보는 사람도 발생한다. 하지만 규칙은 이러한 것을 고려하지 않는다.
문제 해결을 위한 마지막 수단은 대화나 규칙이 아닌 힘센자에게 모든 권한을 준다. 법보다 앞선 주먹인 것이다. 힘 따라 생기는 공포가 유일한 규칙이다.
의사협회를 유지하려면
어떤 조직을 유지하려면 대화를 통한 상호 이해가 가장 기본적인 것이 되겠지만 이것으로 해결하지 못할 경우 법과 규칙을 따르게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오직 힘에 따라 조직을 유지할 경우 힘센자의 힘이 흔들릴 때마다 조직 전체가 흔들인다. 결국 의협이라는 조직을 유지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대화와 좀 더 엄밀한 규칙이 필요하다. 대화를 위한 강한 의지와 상대의 말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이것이 불가능 할 경우 정해 논 규칙에 따라야 한다.
이러한 대화나 규칙을 거부할 경우 조직을 유지 발전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와해시키려는 의도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의협이나 전의총이 의협 조직을 유지 발전시켜려는 의도가 있다면 가능한 대화를 통해 상호 이해하려 노력해야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의협의 규칙에 따라야 한다. 만약 의협 규칙이 미비하다면 그것을 고치려 대의원회를 설득 내지 압박해야하며, 의협의 규칙을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고치기 위해 자신들 스스로 대의원이 되려는 노력까지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 대신에 의협 외곽 흔들기에만 집중할 경우 의협 조직을 유지 발전시키려는 의도가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전의총이 의협 조직을 유지 발전시키려는 의도가 없다면 의협회비를 거부하고 따로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복지부를 향해 법적으로 인정받는 또 다른 의사단체로 인정해줄 것을 요구해야한다. 즉 투쟁의 방향을 의협을 행해서가 아니라 복지부를 향해야 한다.
자율적 조직을 만들기 위해
행복한 가족이란 가족 외부의 법에 의해 유지되는 가족이 아니라 대화를 통한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유지되듯이 모든 조직의 이상적 발전은 외부의 힘에 의존한 것이 아니라 조직원의 상호 이해나 스스로 정한 규칙에 따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의협의 자율적 발전을 생각한다면 의협의 모든 문제를 내부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자율적 능력이 부족한 어린아이 같을 경우 부모라는 외부적 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외부적 힘에 의존할 경우 그 힘의 영향을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이번 전의총의 분노가 의협 회장의 비리나 무능으로 인한 것이라면 의협 규정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며 만약 규정이 미비할 경우 새롭게 규정을 정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 대신에 명확히 밝혀지지도 않는 내용을 가지고 서둘러 의협 외부로 꺼낼 경우 의협의 자율성은 그 많큼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나라 법에서도 법의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는 범인으로 규정하지 않듯이 의협 회장의 비리를 예상한다고 해도 미리 범인으로 규정해서는 곤란하다. 이러한 문제들 때문에 무고죄라는 것이 생겨났듯이 확실하지 않은 문제는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만약 의협회장이 아무른 문제가 없다고 판정날 경우 성급한 판정으로 인한 해악은 의협 회장 개인의 손해뿐만 아니라 의협 전체의 손해로 남게 될 것이다.
따라서 ‘부산’ 전의총의 행동은 이성적 판단에 의한 행동이 아니며 지나친 정의감의 발동이거나 억제되지 못한 분노로 인한 것이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위협적인 어떤 것을 들고, 사람들의 대화를 차단시키며, 확정되지 않은 내용을 마구 언론에 내보내어 그것이 사실이 아닐 경우 입을 여러 피해를 고려하지 않는 행동들은 신중한 재고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또한 의협 집행부의 무능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가능하면 집행부의 임기를 지켜주는 것이 필요하며, 아주 특별한 경우를 예외적으로 규정하여 그 경우에 한하여 임기 도중이라도 집행부를 소환 할 수 있게 제한해야 한다. 만약 의협 집행부가 무능하다고 하여 무조건 와해시키고자 한다면 끝없이 의협회장 선거를 치르는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국법은 대통령이나 지방정부의 집행부에 대한 탄핵을 까다롭게 만들어 두었을 것이다.
연일 솟아지는 복지부나 공단과 심평원의 통제적 정책들로 인해 커다란 분노와 피해의식을 지니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것을 의협의 무능으로만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인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또한 의협은 스스로 자신의 무능을 반성하고 하나라도 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기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설사 의협 정도의 조직으로 거대한 정부 조직에서 솟아내는 정책에 대항하기 힘들다 하더라도 이전 의협 집행부보다는 좀 더 발전적인 모습으로 바꾸어 내는데 힘쓰야 할 것이다. 의협회장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인해 많은 사회적 파장이 있었음을 생각해보면, 의협 회장은 ‘개인적 우스개’ 일지라도 신중하게 사용해야함을 기억해야할 것이다.
현재 우리는 빠른 변화의 시대에 살고 있어서 그러한 변화에 적응하기도 바쁜 상황이다. 하나의 정책이 만들어지자 말자 또 다른 정책이 나온다. 국회의원들 앞으로 수많은 민원과 청탁이 들어오고 극회 의원들은 그것을 기초로 법과 정책을 만들어 낸다. 그 새로운 정책들 대부분이 민주주의라는 시대정신에 따라 복지 정책으로 도배되어지고 있다. 그 복지 정책의 핵심에 의료가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의사들은 기존 정책에 적응하기도 전에 새로운 정책에 대항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한국의 의사들은 미국이나 영국의 의사들과는 다른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어서 관료들의 통제에 대항하기도 힘든 사회에 살고 있으며, 의사들의 생각들도 커다란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어서 그것을 하나로 만들기조차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점을 생각한다면 좀 더 힘을 결집하고, 조직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분노 보다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며. 조직의 규칙을 시대에 적합하게 고처 가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는 것이, 다수주의 민주시대를 살아가는 ‘의사로서 생존’하기 위한 필수적인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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