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만 치료제 열풍 식게 만든 주범은?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삭센다, 위고비로 이어진 비만약 돌풍, 그리고 2세대에 이은 3세대 비만약의 출시. 국내외를 불문하고 다양한 제약사들의 비만약 개발 참여까지...과연 비만 치료 현황은 바뀌었을까?최근 대한비만학회가 개최한 '세계비만의 날' 정책간담회에 참석했다. 취재 과정에서 느낀 소회는 비만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자축하는 행사라기 보다, 일종의 하소연이자 성토장이었다는 것이다.당일 발표된 학회의 설문조사 결과는 의미심장했다. 의사들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비만 치료와 관련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많은 환자들이 치료를 중단하는 가장 큰 이유로 '비용 부담'을 꼽았다. 게다가 2025년 기준 비만치료제 처방 중단율은 44%로, 2022년 34%에서 더 증대됐다.옆나라 일본을 포함한 해외 주요 국가들은 이미 비만약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를 시행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사정만 사뭇 다르다는 것. 그 근원은 비만을 여전히 '미용 영역'으로 보는 인식이 작용한다.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이는 당뇨병이 한번 발병하면 되돌리기 어려운 질병이며, 만성적으로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당뇨병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식욕 조절의 어려움인데 이를 스스로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 당뇨병을 방치하면 다양한 합병증이 발생하고,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급증한다는 점도 당뇨병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이라는 배경으로 작용한다.마찬가지다. 비만을 방치할 경우 당뇨병, 고혈압, 심혈관질환 등 각종 만성질환이 유발되며, 결국 합병증을 통해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같은 논리라면 비만 역시 보험 적용이 돼야 한다는 뜻. 실제로 셰계보건기구는 비만을 질병으로 규정했으며, 이런 인식 덕분에 해외에서는 비만약에 대한 급여 적용이 이뤄졌다.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비만 치료에 대해 제한적인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비만대사수술은 일부 환자군에 급여가 적용되지만, 이후 유지 치료를 위한 비만약은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많은 환자들이 요요현상을 겪는다는 게 임상 현장의 증언이다.최근 체중 감소 효과가 15%에 달하는 혁신적인 비만약이 출시됐지만, 경제적 여건이 넉넉치 않은 환자들에게는 선택할 수 없는 선택지다. 비만 치료 중단의 주요 원인으로 비용 문제로 지목되고 있는만큼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다수의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바다.정책 당국자부터 여전히 비만을 질병보다는 미용의 문제로 여기는 까닭에 이로 인해 비만 치료가 건강 관리의 필수적인 부분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 보험 적용 논의에서도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게 우연은 아니다.본질적으로 비만은 단순한 개인의 욕망이나 게으름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소득, 환경의 복합적인 작용으로 생기는 문제다. 비만을 예방과 치료가 필요한 만성질환으로 본다면, 그리고 경제적 장벽으로 인한 치료 지연이 장기적으로 더 많은 의료비를 발생시킨다면 비만약물 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적용 여부는 힘의 논리나 정치 논리로 풀어야 할 대상이 될 수 없다. 이는 단순히 개별 환자의 건강을 넘어, 비만으로 인한 합병증과 사회적 비용 증가를 예방하는 효과적인 대책이 될 것이다. 비만 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할 시점이다. 비만은 질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