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인프라 붕괴가 가시화하면서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관련 대책으로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3일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를 열고 만성적인 전공의 지원율 미달, 분만의료기관 감소 등 인프라 붕괴가 가속해 산모·신생아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코로나19 여파가 더해지면서 양성 산모들이 병상을 배정받지 못해 소위 ‘길거리 분만’을 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늘부로 임기를 끝마치게 된 직선제 산과의사회 김동석 전임회장은 "지난 6년간의 임기를 어떻게 버틸 수 있었는지 만감이 교차한다. 어려운 일이 많았지만 행복한 회장이었다"며 "산부인과 의료사고 100% 국가 책임제, 40병상 이하 종합병원 산부인과 필수 과목 지정 등 이루지 못한 과업이 있지만,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으로 있으면서 반드시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김 전임회장은 분만 의료기관의 어려움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우려했다. 지금 같은 추세론 5~10년 안에 산부인과 인프라 붕괴가 현실화한다는 것.
또 의사회 차원에서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고 정부에 지속적으로 제안했지만 이렇다 할 조치는 없었다고 규탄했다.
다른 임원들은 분만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전했다. 안산시에서 마지막으로 분만병원을 운영하던 박혜성 차기수석부회장 역시 지난해 분만을 포기했다.
박 차기수석부회장은 "2~3년 전부터 산부인과 의사들이 소송에 걸리기 시작했다. 만약 본인이 분만을 하다가 사고가 나면 아이들을 어떻게 키우나 하는 걱정에 분만을 중단하게 됐다"며 "당직을 설 수 있는 의사도 줄어 현실적으로 분만병원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성윤 공보이사는 "인력이 없어 간호사들이 2교대로 근무하는 상황. 이 경우 인건비가 엄청나게 늘어나지만 어쩔 수 없다"며 "일하겠다는 사람이 없어 간호사를 채용할 수 없는데 정부는 관련 채용 규정만 따지고 있다. 간호사 처우도 중요하지만 로컬 병원 어려움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선제 산과의사회는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제도 분만 인프라 붕괴를 부추기고 있다고 강조하며, 그 해결책으로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은 의료사고 발생 시, 종합공제에 가입돼 있다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법이다. 선의의 목적으로 이뤄지는 의료행위에 형사적 책임을 면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이날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김재유 신임회장은 "산부인과계에서 명성이 높은 전임회장님의 임기가 끝나 신임회장으로서 걱정이 앞선다. 산부인과 문제에 대한 개선 요구가 받아들여지도록 노력하겠다"는 소감을 밝히며 "본과에서 분만을 그만두면 우스갯소리로 축하한다는 말이 나온다. 전문의 입에서 빨리 분만을 그만두고 싶다는 말이 나오는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의료분쟁조정법 46조에 따라 불가항력적 무과실 분만 사고에 대해서만 보상이 이뤄져 산부인과 의사들은 실제 행성에서 불리한 상황이다. 현장에선 전화를 늦게 받았다거나, 다른 병원에 보내는 것이 늦어졌다는 이유 등으로 소송에 휘말리는 의사가 나오고 있다는 것.
김 신임회장은 "잘못이 있으면 배상하는 것이 맞지만 이처럼 사소한 문제로 소송에 걸리는 것은 비상식적"이라며 "산부인과 지원율이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보호책이 없기 때문. 해당 법은 분만 인프라 붕괴를 막기 위해 필수적이다"고 강조했다.
산부인과 특성상 산모·신생아에게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는 것도 문제로 꼽았다. 내과적 검증에선 문제가 없는데 원인불명의 이유로 사산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는 것.
김 전임회장은 "통계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연간 20여명의 산모 사망하고 있다"며 "불가항력적인 사고인 만큼 일본, 대만 등인 이를 국가가 책임지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이 같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상윤 보험이사 역시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이 산부인과 기피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봤다.
오 보험이사는 "저출산으로 분만이 급속히 줄어들어 산모가 더 중요해 지는 상황인데 전국적으로 산부인과 의사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여파로 정부도 분만 인프라 붕괴로 인한 문제를 실감했을 것. 확진 산모 제왕절개 300% 가산 수가 등 실효성이 적은 당근책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 전임회장은 본인 임기에서 산부인과의사회 통합을 이뤄내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했다.
김 전임회장은 "이번 임기에서 산부인과의사회 통합을 이루고 싶었는데 어려웠다. 개혁은 서로 협의돼야 하는데 입장차가 있었다"며 "본회가 강조하는 부분은 산부인과의사회가 투표를 통해 회장을 선출한다면 해산하겠다는 것이었는데 합의가 안됐다"고 전했다.
김 신임회장은 "산부인과의사회 통합에 찬성하며 모든 산부인과의사회가 투표를 통해 회장을 선출한다면 본직을 내려놓을 의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의료계 뜨거운 감자인 간호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신임회장은 "간호법은 간호사에 처방 권한을 부여하며, 이로 인한 개원 가능성도 제기된다"며 "반면 간호사 처방으로 생긴 문제에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는 명시된 것이 없다. 권리만 취하고 의무는 없는 법인 셈"이라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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