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의 한 해 살림을 결정짓는 수가협상이 약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추가 투입 재정 규모를 결정하는 조직 구성이 함흥차사다. 수가협상에 투입할 재정 규모를 결정하는 '재정운영위원회'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11기 재정운영위 임기가 지난해 말을 끝으로 마무리됐는데 4개월이 넘도록 다음 기수 재정운영위 구성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회는 건강보험 재정과 관련한 사항을 심의, 의결하기 위한 특별위원회로 보건복지부가 구성한다. 특히 해마다 열리는 수가협상에서 수가 인상에 투입할 추가 소요재정규모, 일명 밴딩을 결정한다. 의약단체는 재정운영위가 결정한 밴딩을 나눠갖기 때문에 위원 구성에 의료계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
건보공단 재정운영위는 직장가입자 대표(노동조합 5인, 사용자 단체 5인), 지역가입자 대표(농어업인 단체 3인, 도시자영업자 단체 3인, 시민단체 4인), 공익대표(관계 공무원 2인, 건강보험 학자 8인) 등 총 30명으로 운영된다.
수가협상 기간이 다가오면 재정운영위는 그 안에서 '소위원회'를 구성해 수가협상에 임한다. 통상 새롭게 꾸려지는 재정운영위는 수가협상이 본격 시작되기 약 두 달 전인 3월 말에는 구성, 4월 중으로는 첫 회의를 연다.
고려대 윤석준 교수가 이끈 11기 재정운영위원회도 3월 말이나 돼서야 위원장 선출 및 소위원회 구성 등을 마무리 지었다. 앞선 10기 재정운영위도 4월 중순 첫 회의를 가졌다. 이를 감안하면 12기 재정운영위 확정도 아직 시간은 남아 있는 셈.
문제는 그동안의 협상 방식을 탈피해 보겠다는 건보공단의 의지와 정반대되는 모습이라는 데 있다.
건보공단 이상일 급여 상임이사는 지난달 전문기자협의회와 간담회에서 본격 수가협상 전에 공급자와 가입자, 건보공단 사이 간담회를 먼저 갖고 소통과 공감의 시간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각 공급자 단체의 현실과 경영상황을 가입자 측에 충분히 알릴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아직 재정운영위가 구성되지 않았다는 것은 공급자 단체가 설득하고 건보공단이 조율을 해야 할 '가입자' 대표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소리다. 이에 따라 가입자 및 공급자, 정부 관계자가 모두 참여하는 제도발전협의체 회의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
당초 건보공단은 올해 수가협상에 적용할 모형을 4가지로 유형화한 후 제도발전협의체에서 합리적 모형을 선정하기 위한 논의를 할 예정이었다. 건보공단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용역을 토대로 ▲SGR 개선모형 ▲GDP 증가율 모형 ▲의료물가지수(MEI) 증가율 모형 ▲GDP 증가율과 MEI 증가율 연계모형 등을 제안하고 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올해는 수가협상 전에 논의해야 될 사안들이 작년 보다 더 많은데 진행이 되지 않고 있어 답답하다"라며 "수가협상이 임박한 상황에서 제도개선협의체도 진행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 공급자단체 관계자도 "재정위 구성이 평소보다 늦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공급자 입장에서는 가입자와 수가 협상 전에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그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데 이마저도 가능할지 모르겠다. 법과 제도를 반영한 진료비 관련 데이터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예년과는 다른 협상을 진행해 보겠다는 공급자 단체와 건보공단의 노력이 무색해질까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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