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이랑 한마디 상의도 없이 자기들끼리 쉬쉬하면서 밀어 부치면 되겠어? 그게 양아치가 아니고 뭐야! 그러니까 전공의들이 안 돌아가는 게 아니겠어?"
최근 탄 택시에서 기사가 한 말이다. 그는 '양아치'라는 표현까지 써가면서 정부의 의대증원 행보에 대한 비난을 이어갔다. 택시기사는 여론의 바로미터라는 말이 있다. 택시기사의 말에 따르면 이번 의대증원은 정부의 막무가내식 정책 추진으로 말미암은 사태로 귀결됐다.
처음부터 여론이 의료계 편은 아니었다. 전공의 집단 사직 이후인 지난 4월, 택시를 탔을 당시 만난 택시기사는 "전공의들 필요 없다. 외국의사 수입하면 된다. 의사들 기득권 내려놓을 때 됐다"면서 전공의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당시만해도 비난의 화살은 의사를 향했다. 좀처럼 달라질 것 같지 않았던 여론이 청문회 이후 180도 달라졌다.
복지부 장, 차관은 얼마전 청문회에서 2000명 의대증원에 앞서 의료계와 협의 없이 추진했다는 국회의원들의 추궁에 답변하지 못했다. 의대증원을 과학적 근거 없이 무리하게 밀어 부쳤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를 지켜본 국민들은 정부의 행보에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바라보기 시작했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교육부도 마찬가지다. 지난 4일 교육부 오석환 차관은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 안덕선 원장이 우려를 제기한 의대증원시 교육의 질 저하에 대해 반박하며 사실상 경고의 메시지를 남겼다.
의평원장의 우려는 단순히 한국 의대 교수의 사견이 아니라 국제인증평가기구로부터 인증받은 기관장의 전문가적 견해다. 정부는 이 같은 사실을 전혀 인정하지 않으려는 듯하다.
사실 의과대학 정원을 무리하게 늘리면 의학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각 의과대학 교수 협의회는 물론 의료계가 수차례 문제를 제기했던 부분이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협의 시간을 갖기는 커녕 '백년지대계'가 무색하게도 2025학년도 의과대학 정원을 무리하게 추진했다. 심지어 의료계 내부에서도 "무조건 증원을 반대하는 게 아니다. 과학적 근거를 갖고 정원을 협의하자"는 메시지를 던졌음에도 눈 감고, 귀 닫고 정책을 추진했다.
지금 교육부의 행보는 의평원이 의과대학 평가에서 의학교육 질이 떨어진 대학에 낙제점을 줄 수 없도록 압박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정부의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정책을 추진하기에 앞서 이해관계자인 의료단체 등과 수시로 협의하고 소통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정책은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심지어 협의를 위한 자리에서조차 상명하달식 정책을 던지기 일쑤다.
과거 정부 측과 긴밀하게 소통하던 의료계 인사들은 "정부가 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의료도 교육도 백년지대계다. 지금 '키'를 잘못 잡으면 100년이 흔들린다. 지금 바로 잡지 않으면 국민적 비난의 화살이 어디를 향할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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