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항암신약 대표 주자인 렉라자(레이저티닙, 유한양행)가 기존 표준치료 옵션으로 평가되는 타그리소(오시머티닙, 아스트라제네카)와 동등한 위치로 자리매김한 지 1년.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EGFR)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Non-small Cell Lung Cancer, NSCLC) 치료 최상의 조합을 찾기 위한 임상현장의 고민이 앞으로 더 커진 전망이다.
올해부터 렉라자, 타그리소 단독요법이 건강보험 급여로 적용 받은데 이어 병용요법도 국내 임상현장 도입 혹은 활용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임상현장에서는 적절한 치료전략 마련이 향후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커지는 렉라자 '병용요법' 국내 허가 기대감
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럽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는 렉라자·리브리반트(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을 EGFR 엑손 19 결실 또는 엑손 21 L858R 치환 변이가 확인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NSCLC 성인 환자의 1차 치료제로 허가를 권고하는 긍정 의견을 냈다.
CHMP는 EMA(유럽의약품청)에 허가 의견을 제시하는 기관으로 이들의 권고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최종 승인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CHMP의 권고 이후 최종 승인까지는 통상 2개월 가량 소요되는 것을 고려하면 이르면 연내 허가가 기대된다.
올해 8월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에 이어 연내 유럽 진출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여기에 내년에는 아시아 지역에서의 영역확대도 기대된다. 얀센은 올해 초 중국과 일본에도 병용요법 품목 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유럽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EGFR 돌연변이 양성 NSCLC 환자가 아시아에서 더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의 활용도는 더 클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한 지점이다.
국내 임상현장의 관심은 국내 허가 시점이다.
미국과 유럽과 아시아 지역에서 연이어 허가 기대감이 커지면서 국내 임상현장에서도 렉라자 단독요법과 함께 병용요법도 조만간 활용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관심이다.
렉라자 단독요법과 함께 1차 치료옵션으로 병영요법까지 제시된다면 임상현장에서 의료진의 선택지가 확대되기 때문이다. 렉라자 단독요법의 경우 최근 국내 임상현장에서 손발저림 증상(paresthesia)을 호소하는 환자에 대한 관리가 화두가 되는 상황에서 또 다른 선택지로 병용요법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요소다.
다만, 렉라자와 짝을 이루는 리브리반트의 경우 국내에서 급여 적용이 되고 있지 않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환자 부담측면에서는 국내 허가가 된다고 하더라도 걸림돌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연세암병원 조병철 교수(종양내과)는 "단독요법의 손발저림 증상의 경우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해 아시아 인종에서 독특하게 발생하는 이상반응이라는 정도"라며 "다만, 병용요법은 상대적으로 이 같은 점이 크지 않다. 미국에 더해 유럽, 국내 허가도 기대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학계 등 업은 '타그리소' 병용요법 급여 도전
이에 뒤질세라 최근 아스트라제네카는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과 견줄 수 있는 '타그리소와 페메트렉시드와 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과 병용요법' 급여 확대에 나서 주목받고 있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24년 제8차 암질환심의위원회를 열고 '타그리소와 페메트렉시드와 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과 병용요법' 급여기준 설정 여부를 심의했지만 '미설정'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적응증은 EGFR 엑손 19 결손 또는 엑손 21 L858R 치환 변이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편평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에서다. 이는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과 동일 적응증으로 올해 4월 국내 허가를 받은 이후 빠르게 급여 신청에 나선 것이다.
타그리소 단독요법과 함께 병용요법까지 급여 적용되는 치료옵션을 확대, 렉라자 단독요법과 추가 허가가 기대되는 리브리반트 병용요법과의 국내 임상현장 경쟁에서 앞서나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더 주목되는 점은 암질심이 타그리소 급여 확대 논의를 진행하게 된 배경이다.
보통 항암제 급여확대 논의 신청을 '제약사'가 한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에는 대한폐암학회가 급여 확대를 신청해 암질심 논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폐암학회가 먼저 타그리소-항암화학요법 급여 확대를 신청하면서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가 이를 뒷받침한 형국인 것이다. 그 만큼 임상현장에서 타그리소-항암화학요법의 활용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뜻이다.
아스트라제네카 관계자는 "타그리소 단독요법은 EGFR 변이 NSCLC 1차 치료제로 올해 1월 부터 급여가 적용되고 있다"며 "다만, 뇌전이나 L858 치환 변이가 있는 NSCLC 환자들은 예후가 불량하고 치료가 매우 까다로워, 추가적인 치료 옵션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1월 암질심에서 타그리소 병용요법에 대한 급여 기준이 설정되지 않았다"며 "다만, 향후 허가 기반이 된 FLAURA2의 추가적인 데이터가 확보 되는대로 급여 재신청을 검토해보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작 임상현장에서는 이들 병용요법들의 급여 적용이 건강보험 제도 상 한계점이 분명하다며 쉬지 않을 것이란 의견을 지배적이다. 추가적인 약가인하를 필수적인 탓에 제약사 측에서 이를 선뜻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서울병원 정현애 교수(혈액종양내과)는 "FLAURA 데이터를 보면 알 수 있지만, EGFR 변이 환자는 초기 사망률이 낮다는 특징이 있다. 다시 말하면, 초반에 좋은 약을 써야 한다는 원칙은 맞지만 EGFR과 같이 초기 예후가 좋은 환자들에게 굳이 약을 미리 쓸 필요가 없다는 뜻"이라며 "현재 의료 사태로 상황이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는 병원의 수가 많아 환자의 병원 방문이나 질환 관리도 비교적 쉽다. 물론 고령 환자는 조심해야겠지만 '페메트렉시드+카보플라틴'은 꽤 참을 만하고 관리도 쉬운 편"이라고 평가했다.
정현애 교수는 "해당 병용요법을 쓴다면 타그리소만 급여 혜택을 주고, 화학항암제는 제네릭도 많기 때문에 비급여로 쓸 수 있게 해주면 될 것 같다. 모든 약제에 급여가 적용될 필요는 없다"며 "누군가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내야 한다. 환자들이 현실적으로 부담 가능한 약제비의 정도는 우리나라에선 200만 원 정도로, 암과 같이 위중한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그 정도는 통상적으로 감당 가능하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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