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비만인구가 늘어나면서 비만치료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세계비만연맹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0년 뒤인 2035년엔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비만이나 과체중으로 분류될 전망이며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이 가운데 글로벌 시장서 품귀 현상이 일어날 정도로 관심을 일으킨 비만 치료제 노보노디스크제약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가 마침내 지난해 말 국내 임상현장에 도입됐다.
뒤 이어 체중감량 효과가 뛰어난 신약들이 잇따라 국내 도입을 추진, 비만치료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하는 한편, 적응증 확장도 시도하며 임상영역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5년 '위고비vs마운자로' 경쟁
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국노보노디스크제약은 비만치료제인 '위고비 프리필드펜'을 지난해 10월 중순부터 임상현장에 공급하고 있다.
위고비는 주 1회 투여되는 비만치료제로, 식약처는 2023년 4월 초기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 이하 BMI)가 30kg/m2 이상인 비만 환자, 또는 초기 BMI가 27kg/m2 이상 30kg/m2 미만인 과체중이며 한 가지 이상의 체중 관련 동반 질환이 있는 환자의 체중 감량 및 체중 관리를 보조제로 허가 한 바 있다.
여기에 위고비는 지난해 7월, 확증된 심혈관계 질환이 있으면서 초기 BMI가 27 kg/m2 이상인 과체중 또는 비만 환자에서 주요 심혈관계 사건(심혈관계 질환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 또는 비치명적 뇌졸중) 위험 감소를 위해 투여하는 것으로 추가 적응증을 허가 받았다.
한국노보노디스크 측은 위고비 출시와 동시에 80여명에 달하는 자체 영업·마케팅 인력을 통해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 주도권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으로 비급여 비만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한 달 투여 시 평균 70~80만원을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대한비만연구의사회 이철진 회장(좋은가정의원)은 "일본이 전 세계 최저가로 보이지만 보험가다. 일단 전 세계 비급여로는 우리나라가 최저가로 출시됐다"며 "이는 현재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마운자로(터제파타이드)가 국내 임상현장에 출시될 경우를 고려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즉 마운자로보다 먼저 국내 임상현장에 우선 진입, 시장을 장악하려는 의지로 본 것.
이제 관심은 위고비의 라이벌로 평가되는 '마운자로'의 국내 도입 시기다. 한국릴리는 올해 내 국내 임상현장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참고로 한국릴리는 마운자로를 성인 2형 당뇨병에 이어 위고비와 동일한 만성 체중 관리를 위한 보조제로 추가 국내 허가를 받은 바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젭바운드'라는 상품명으로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경쟁 중이지만, 국내에서는 마운자로가 당뇨병 및 비만치료제 모두에서 활용될 예정이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최근 릴리가 발표한 SURMOUNT-5 오픈라벨 임상3b상 탑라인 결과다. 해당 연구는 마운자로와 위고비 효과를 직접 비교한 것이다.
발표 결과에 따르면, 마운자로를 투약한 환자의 체중이 위고비로 치료받은 이들보다 체중감량 효과가 더 큰 것으로 평가됐다. 마운자로와 위고비 맞대결에서 마운자로가 더 우위에 있다는 뜻이다.
당뇨병이 없는 비만 및 과체중 환자 75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연구 결과, 72주간 마운자로를 복용한 환자들은 평균적으로 체중의 20.2%에 해당하는 22.67kg을 감량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위고비 복용군은 체중의 13.7%(14.96kg)를 감량한 것으로 평가됐다. 체중 감소 폭을 직접 비교했을 때 젭바운드가 위고비보다 약 47% 가량 뛰어난 효과를 보인 셈이다.
결과적으로 국내 시장에 마운자로가 공급된다면 위고비가 '반짝' 인기에 그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철진 회장은 "바이알 제형 마운자로 국내 허가가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위고비에 비교해 마운자로가 1년 금액으로 환산할 시 우리나라 금액으로 300만원 정도 저렴한데다 바이알 제형은 미국에서 50% 약가를 인하했다. 국내에도 허가 받아 도입된다면 이보다 더 저렴한 가격이 기대되기 때문에 임상현장에서 마운자로에 관심을 두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바이알 제형이 나온다면 펜 타입에 비해 의료진 입장에서 더 긍정적"이라며 "개원가에서 패키지 상품으로 묶어 일주일 마다 바이알 형태로 투여한다면 최적의 상황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비만은 시작, 수면무호흡‧MASH 등 영역확장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성공으로 인해 국내‧외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글루카곤 펩타이드 유사체(GLP-1)가 연구개발(R&D)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최근 FDA는 마운자로 동일 성분인 젭바운드를 수면무호흡치료제로 승인했다. 당뇨병과 비만에 이어 수면무호흡까지 처방 영역을 확장하며 치료제 사용량 증가가 예상되는데, 국내에도 추가적으로 적응증 확대가 기대된다.
이 같은 성공을 목격한 후발주자들은 GLP-1이 인슐린 분비와 감수성을 개선해 혈당 조절을 원활하게 하는 만큼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치료제 가능성도 확인 중이다.
MASH는 알코올 섭취량이 적거나 없는 사람의 간에 지방이 축적돼 발생하기 때문에 체중 감량은 환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제약사들은 GLP-1이 당뇨병, 비만과 함께 MASH 치료제로서의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판단하고 임상에 몰두하고 있다.
이는 위고비와 마운자로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와 터제파타이드도 마찬가지다.
현재 노보노디스크와 릴리는 MASH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적 유용성을 확인하고 있다. 각각 3상과 2상을 진행하며 추가 영역확장을 기대케 하고 있다.
동시에 베링거인겔하임도 개발 중인 서보두타이드의 임상 2상에서 유효성을 확인하며 MASH 신약 후보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바이오업계에서도 GLP-1의 신약 가능성을 주목하며 여러 기업이 임상연구에 뛰어들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을 꼽는다면 프로젠과 디앤디파마텍이다.
프로젠의 경우 당뇨병‧비만 신약개발 영역에서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GLP-1·GLP-2에 이중 작용하는 당뇨병, 비만치료제 'PG-102'를 개발 중이다.
현재 신약 후보물질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임상2상을 승인 받은 상태로, 회사는 GLP-1과 GLP-2 동시 작용을 통해 장 기능 개선, 지방 조직의 당 흡수 촉진 및 만성 염증 완화 등에 효과를 극대화 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윤건호 프로젠 임상개발 총괄 사장(내분비내과 전문의)은 "현재 신약후보물질의 경우 GLP-1과 GLP-2 동시 작용하는 치료제가 없다는 점에서 계열 내 최초 신약(First-in-class) 후보로 볼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디앤디파마텍은 MASH뿐만 아니라 파킨슨병과 치매 등 다양한 영역에서 GLP-1 제제의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회사는 FDA으로부터 DD01의 글로벌 임상2상시험계획(IND)를 승인받아 임상2상에 돌입한 상태다.
임상2상은 MASH를 동반한 과체중, 비만 환자 68명을 대상으로 미국 내 10여 개 임상시험실시기관에서 동시에 진행되는데, 국내 임상현장에서도 디앤드파마텍의 성과를 주목하고 있다.
이철진 회장은 "디앤디파마텍의 경우 GLP-1과 GLP 이중 작용제, 아밀린 수용체 작용제 제형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며 "주사제형과 함께 자체 경구 전환 플랫폼까지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결국 GLP-1 제형 개발에 있어 누가 먼저 저렴하게 다변화를 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 될 수 있다"며 "주사제형에서 바이알, 경구 제형까지 저렴한 가격에서 다양한 임상혜택을 가져오느냐에 따라서 시장 경쟁에서 승부가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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