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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릴라와 딤나, 우화 속에 담긴 의학의 지혜

고상백 교수
발행날짜: 2025-02-10 05:00:00 업데이트: 2025-02-10 08:09:57

[연재 칼럼]고상백 교수의 의학과 미술

칼릴라와 딤나는 고대 인도의 판차탄트라(Panchatantra)에서 유래한 우화집으로, 파흘라위어(중세 페르시아어)로 번역되어 이슬람 세계에 지혜와 교훈을 전달하는 중요한 문학작품이다. 이 작품은 성경 다음으로 많은 언어로 번역된 최고의 지혜서로 평가되며, 이를 이슬람 세계에 소개한 바르자위는 의사이자 철학과 윤리에 깊은 조예를 지닌 인물이었다.

판차탄트라는 기원전 200년경에 쓰여진 것으로 추정되나, 관련 그림은 리그베다 시대인 기원전 15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작품은 어리석은 자식을 둔 왕이 그들의 마음을 깨우치기 위해 학식인 풍부한 판디트 비쉬누 샤르마에게 도움을 청하는 방식으로 구성돼 있다. 인생을 슬기롭게 살아가는 법(니티샤스트라; 지혜로운 삶에 관한 지침서)을 가르치기 위해 다섯 토막으로 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동물 우화 이야기이다.

페르시아의 왕은 인도의 통치자에게 인간의 삶, 정치, 윤리, 사회적 관계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긴 특별한 책 판차탄트라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이 책을 얻기 위해 바르자위를 인도로 보냈다. 바르자위는 인도에서 철학과 문화를 연구하며 책의 내용을 이해하고 번역했을 뿐만 아니라, 이를 페르시아 문화에 맞게 재구성했다. 그는 원문에 담긴 교훈과 지혜를 유지하면서도, 왕과 지도자들이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실용적 지침으로 다듬어 이 작품을 정치적 교훈과 삶의 지혜를 담은 걸작으로 완성했다.

그림. 칼릴라와 딤나, 우물 속의 인간. 좌측 1659, 우측 1310 Folios of Kalīlah wa-Dimnah, which depict the man hiding in a well, his feet on snakes, unknowingly perched above a man-eating dragon, from a manuscript of uncertain origins, ca. 1659, left, and an Egyptian manuscript, ca. 1310, right

바르자위는 칠 년간 의학을 공부한 후 의사의 길을 걸으며, 삶의 본질에 대해 깊은 고민을 시작했다. 인간이 추구하는 돈, 명예, 쾌락, 내세 중 어떤 길이 옳은지에 대해 탐구한 끝에, 그는 내세를 지향하며 인술을 베푸는 삶을 최고의 길로 여겼다. 바르자위는 인생이 잉태에서 죽음까지 고통과 시련의 연속이라고 보았고, 인간이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순간적인 쾌락에 집착하기 때문이라 분석했다. 그는 현세의 삶을 그림과 같이 맹수에게 쫓기다 우물 속으로 몸을 숨긴 사나이 이야기를 소개했다.

한 사나이가 성난 맹수에 쫒기던 끝에 우물속으로 몸을 숨겼다.

그리고 우물 입구에 드리워진 나뭇가지를 간신히 붙들고 매달렸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아래쪽을 내려다보았다.

우물 벽에 뚫린 네 개의 구멍에서는 네 마리의 뱀이 혀를 날름거리고 있었다.

우물 바닥에는 이무기가 입을 벌린채 기다리고 있었다.

사나이가 섬뜩함을 느끼며 나무를 보니 그의 유일한 희망인 나뭇가지를

흰 쥐와 검은 쥐가 갉아 먹고 있지 않은가? 사나이는 두려움에 온 몸이 얼어붙고 정신마저 아득해졌다.

그때 그의 시야에 벌꿀통이 들어왔고 그는 손을 뻗어 꿀을 찍어 먹었다.

달콤했다. 그래서 또 한번 찍어 먹었다.

그는 점점 꿀맛에 탐닉해 자신이 처한 위험마저도 잊었다.

그의 다리를 물려고 혀를 날름거리는 네 마리의 뱀도, 밑바닥에서 입맛을 다시는 이무기도,

나뭇가지를 갉아먹는 두 마리 쥐에 대해서도 모두 잊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뭇가지는 뚝 부러지면서 사나이는 바닥에 떨어져 이무기의 먹이가 되었다.

바르자위는 이 이야기에서 우물을 고통, 질병, 두려움, 타락과 사악함으로 가득찬 현세에 비유했고, 네 마리 뱀을 우리 몸속에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네가지 체액에 비유했다(사체액설, 당시 주요 건강모형). 나뭇가지는 언젠가 끊어질 수밖에 없는 목숨에 비유했고, 흰쥐와 검은 쥐는 낮과 밤을 상징하여 세월을 갉아먹는 요소에 비유했으며, 이무기는 피할 수 없는 죽음에 비유했다. 꿀은 질병과 고통의 원인으로 인간이 탐닉하는 쾌락들로서 삶의 궁극적인 목표를 망각하게 하는 감각적인 유혹에 비유하며 삶의 교훈을 제시했다. 오늘날 건강모형 중 생태학적모형으로 건강을 단순히 생물학적 요인에 국한하지 않고, 환경적 사회적 요인이 모두 상호작용하여 인간의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통합적 접근방식과 딱 들어맞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톨스토이의 작품 '참회록'에도 나온다.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무엇이 진짜 삶이고, 어떻게 살아야 잘 살아가는가? 이런 물음에 대답을 구하고자 위 문장에서 길을 찾고자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인도에서 불교설화로 전해오는 안수정등(岸樹井藤)으로 알려져 있다.

그림. 우물속의 남자 이야기. 월터스 미술관. 16세기 The Tale of the Man in the Well. The Walters Art Museum. 16th Century

칼릴라와 딤나는 두 마리의 재칼을 주인공으로,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지혜를 중심으로 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겹겹이 전개되는 우화집이다. 이 작품은 선과 악을 단순히 구분하거나 무조건적인 선행을 강조하지 않는다. 오히려 약육강식과 모순이 가득한 현실의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슬기롭게 대처하며 극복하는 데 필요한 지혜를 전달하고 있다. 즉, 이야기 속 다양한 상황을 통해 현실의 냉혹함과 복잡성을 배우고, 문제를 해결하는 통찰과 적응력을 깨우치게 한다.

칼릴라와 딤나는 때때로 의사를 지혜와 경험의 상징으로 등장시키며, 병의 진단과 치료를 문제 해결의 은유로 활용한다. 이는 의학적 비유를 통해 복잡한 문제를 분석하고 적절한 해법을 제시하는 지혜로운 접근법을 상징한다. 예컨대 왕이나 권력자가 어려운 상황을 '진단'하고 적절한 '처방'을 내려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은 작품의 여러 에피소드에서 등장한다. 이러한 은유는 의학적 사고가 단순히 신체적 질병을 치료하는 것을 넘어 마음과 영혼의 문제, 나아가 정치적·사회적 난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상징한다.

또한 작품 속 인물들이 무지와 탐욕으로 인해 고통받고, 이를 극복하며 깨달음을 얻는 과정은 인간의 성찰과 지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병과 치료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효과적인 장치로 사용되며, 예방적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특히, 위험을 예측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우화 속 동물들의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사전에 문제를 관리하고 대비하는 지혜를 일깨운다.

결과적으로, '칼릴라와 딤나'는 단순한 우화를 넘어 실용적이고 철학적인 통찰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의학적 은유와 예방적 사고를 통해 독자들에게 현실의 문제를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실질적인 교훈을 전달한다. 이를 통해 작품은 삶의 본질을 통찰하고, 지혜와 성찰을 바탕으로 더 나은 사회를 구현하려는 메시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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