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그 변화의 중심에 AI와 웨어러블이 있다. 병원에서 측정하는 것이 상식이던 혈압도 반지형 혈압계(스마트링)로 상시 모니터링이 가능한 세상이 됐다.
병원에서의 단순한 1회성 혈압이 환자의 실제 상태를 완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인식은 상시 모니터링 기기의 제도권 내 진입으로 이어졌다.
손가락에 끼우는 반지형 연속혈압측정기가 최초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건강보험 급여를 인정받고 정식 출시된지 6개월 째.
진료 현장의 변화는 무엇일까. 아니 그것보다 과거 기준에 친숙할 수밖에 없는 의료진들의 웨어러블에 대한 생각은 바뀌었을까.
반지형 혈압계를 직접 체험해본 강석민 교수(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에게 경험담을 들었다.
■전문가가 경험한 반지형 혈압계 "측정 신뢰·편의성 두 마리 토끼"
강석민 교수는 얼리어답터로 통한다. 새로운 기기는 꼭 테스트 해보는 편이다. 이번엔 그가 심장 모니터링 영역에서 화두인 반지형 혈압계의 몸소 체험에 나섰다. 직접 경험하지 않고선 환자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이나 활용성에 대해 판단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
팔에 두르는 방식의 커프형에 비해 반지처럼 끼우는 혈압계는 아직 생소한 편이다. 무엇보다 측정값의 신뢰도도 아직은 반신반의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가 본 인상은 어떨까.
강석민 교수는 "반지형 혈압계의 급여 적용 전부터 이를 실착하고 테스트했다"며 "보완할 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경험상 임상적 활용에 큰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움직일 때의 데이터는 정돈된 편은 아니지만 가만히 있을 때는 임상적으로 유용한 정보가 누적되는 것 같다"며 "분 단위로 정보가 수집되고 일과 중 가만히 있는 시간도 길기 때문에 여기서 얻는 정보가 꽤 된다"고 평가했다.
전통적인 혈압계는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팔에 커프를 감고 일정한 압력을 가한 뒤 혈압을 측정한다. 그러나 이는 순간적인 값에 불과하며, 환자의 생활 패턴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혈압의 흐름을 포착하기엔 한계가 있다.
병원에서의 측정 방식 역시 환자의 실제 상태를 완전히 반영하지 못할 때가 많다. 특히 백의성 고혈압이나 가면 고혈압 같은 경우, 진료실에서 측정한 값만 믿었다가는 환자의 위험을 놓칠 수도 있다.
강 교수는 "반지형 혈압계는 AI 기반 분석 기술을 적용해 불필요한 데이터(아웃라이어)를 자동으로 걸러내는 방식으로 들었다"며 "아웃라이어를 배제해도 병원에서 측정한 혈압과 큰 차이가 없도록 밸리데이션이 완료된 만큼 신뢰할만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샤워 중에 방수 기능을 테스트해 봤지만 큰 문제가 없었다"며 "매일 충전하지 않고 2~3일 사용 후 충전할 수 있어 편리하고 다시 착용하면 블루투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업로드할 수 있다는 것도 임상적 활용성을 높이는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전 세계적으로 희귀한 야간 혈압 데이터, 국내 연구로 물꼬 트나
야간 혈압 데이터는 전 세계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야간 혈압을 제대로 측정하려면 24시간 활동혈압계를 착용해야 하는데, 24시간 혈압 모니터링(ABPM) 장비는 일반 가정혈압계보다 비싸고, 사용자가 불편을 느낄 가능성이 높아 보급이 제한적이다.
특히 병원이나 연구 환경에서 수면 중 혈압을 측정하는 건 환자의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
ABPM은 주기적으로 커프를 부풀려 혈압을 측정하는데, 이 과정에서 수면이 깨거나 교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기존 연구와 진료는 낮 동안의 혈압에 초점을 맞춰왔다.
강 교수는 "특히 야간 수면 시 혈압 패턴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유용하다"며 "수면 중 혈압 변화와 산소 포화도, 심박수 등의 데이터를 모니터링할 수 있고 손가락에 끼우고 있으면 되기 때문에 뒤척이거나 불편감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수면무호흡증이 있으면 산소 포화도가 떨어지는데 반지형 혈압계는 광용적 맥파(PPG) 센서를 활용해 모세혈관 내 이같은 변화를 측정한다"며 "그간 야간 혈압에 대한 데이터가 전 세계적으로도 부족한 편인데 이런 기기들의 보급과 활용이 이뤄진다면 연구자들이 활용할만한 많은 데이터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로 지난해 유럽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ESC 2024)에서도 기존 커프형이 아닌 반지형 혈압 측정에 대한 주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혈압, 맥박, 산소포화도 측정뿐만 아니라 심방세동 감지에서 높은 정확도를 보였으며, 수면 무호흡증 및 기타 심혈관 질환 관리에도 유용하다는 점을 밝힌 연구도 이와 일맥상통하는 지점.
강 교수는 "야간 혈압 데이터가 부족하지만 최근 야간 혈압과 심혈관 질환과 밀접한 연관성이 밝혀지고 있다"며 "국내에서 반지형 혈압계가 급여화된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누적되는 데이터의 산출 및 이를 활용한 연구도 풍성해질 수 있고, 더 나아가 한국이 혈압 관련 연구를 리드할 수 있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제 의료 데이터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 AI 기반 분석과 예측의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며 "초기에는 다들 재미 삼아 착용해보다가 결국 사용을 멈추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 반지형 혈압계는 의료보험 급여가 적용되면서 지속적인 사용을 유도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기술들이 자리 잡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웨어러블이 추구하는 방향성은 맞다고 생각한다"며 "궁극적으로는 환자들이 자신의 건강 데이터를 손쉽게 확인하고, 의사들도 이를 활용해 더욱 정밀한 진료를 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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