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병원 유형 수가 인상률과 대학병원 교수 개원 러시 등으로 오는 의원 유형 수가 협상에서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상되고 있다. 병원계 목소리가 힘을 받는 상황에서, 대한개원의협의회가 수가 정책의 틀 자체를 깨려고 시도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10일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오는 수가 협상에 대비해 3월 22일 '2026년도 수가협상 공청회'를 계획하는 등 여론 환기에 나섰다. 특히 국민건강보험공단 환산지수 연구용역 책임자인 김진현 교수를 발제 연좌로 초빙하는 등 파격 섭외로 이목을 집중시키는 모습이다.
수가 협상이 시작되기 2달 전부터 이른 여론 환기에 나선 것. 이에 앞서 대개협은 지난해 8월 보험정책단을 신설하고 합리적인 수가모델을 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대개협의 행보는 올해 수가 협상이 의원 유형에 불리하게 흘러갈 것이라는 우려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인 것으로 분석된다.
건보공단이 올해 수가 협상에서도 환산지수와 상대가치를 연계한 수가체계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다. 정해진 재정밴드 안에서 행위 유형별 환산지수를 나누는 기존 방식에 상대가치점수를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상황에서 병원계에선 의료 공백 사태로 환산지수 역전 현상이 생기고 있으며, 업무 과중과 더 높은 개원가 수익으로 교수들이 개원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올해 의원 유형이 1.9%로 병원 유형 1.6%보다 높은 수가 인상률을 가져가면서, 병원계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개협 보험정책단 최경섭 간사는 "의원 유형은 2023년 수가 협상이 2.1%로 결렬된 뒤에도 1.6%라는 처참한 인상률을 받았다"며 "지난해엔 1.9%를 받았지만, 실질적으론 0.4%로 1.5%엔 환산지수 차등이 적용돼 기본 진찰료에 넘겨주는 이상한 형태로 짜깁기 됐다. 이런 수가 협상이 몇 년째 지속되고 있는 암울한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건보공단은 올해도 환산지수를 차등 적용하고 상대가치점수까지 가산한다는 방침이다"라며 "한마디로 짜깁기·무더기 식으로, 수가 협상이 만들어지는 상황이어서 다들 이를 돌파하려고 굳게 마음먹었다. 누가 봐도 수가 협상은 이 두 가지 큰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선 개선이 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대개협 보험정책단은 기존 수가 협상 틀을 깨기 위한 대안으로 ▲유형별 환산지수 차등 지급 즉각 중단 ▲수가 인상 투입 재정 규모 선공개 ▲재정위 공급자 참여 ▲건강보험 재정 국고지원급 지급 준수 ▲유형별 운영에 맞는 행위 상대가치 전면 개편 등을 강조했다.
또 오는 공청회가 이 같은 요구의 타당성을 증명할 중요한 자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히 이날 참여하는 김진현 교수는 2007년부터 3년 연속 건보공단 유형별 환산지수 연구자였으며, 2026년 연구용역도 담당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김계현 부장 등을 발제자로 해 2026년 환산지수 연구 방향과 현 수가 계약의 문제점 및 나아갈 방향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건보공단 실무자인 박종환 실장이 패널로 참여한 것 역시 고무적이라고 전했다.
대개협 보험정책단 강창원 단장은 "올해가 역대급으로 힘든 수가 협상이 되지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고 말했다. 오는 22일 공청회에 수가 협상이 시작된 이래 최초로 내년도 환산지수 연구용역을 맡은 김진현 교수가 발제를 맡았다.
이어 "앞으로 공단 측과 협조할 것은 협조하되 투쟁할 것은 투쟁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회원들을 위해서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대개협 박근태 회장 역시 "우리와 협상에 참여하는 건보공단 실무자분이 공청회 패널로 참여하는 것도 매우 고무적이라고 본다"며 "공청회를 통해 여러 정책과 방향성이 정해지면 보험정책단에서 지금까지 해온 대로 추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수가 협상이 '협상'이라는 의미와 다르게 일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도 여전했다. 현 의료 사태의 발단 역시 결국은 수가에서부터 시작된 만큼, 정부가 수가 협상부터 의지를 가지고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여 신뢰를 보여야 한다는 요구다.
대개협 이형민 공보부회장은 "수가 협상은 무언가를 주고받는,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협상과는 너무 다르다"라며 "하지만 수가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가 높지 않아, 협상력 측면에서 공급자단체인 의사가 항상 약자일 수밖에 없고 불공정한 게임이었다. 이 문제가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을 국민에게 알리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모든 사태는 결국 수가에서부터 출발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수가를 올렸어야 함에도, 정부가 그럴 의지가 없었기 때문에 사태가 여기까지 왔다"며 "의료를 살리기 위해 필요한 적절한 대우가 무엇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번 수가 협상이 정부가 얼마만큼의 해결의 의지를 가졌는지 확인하는 자리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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