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비급여 관리 및 실손보험 개혁으로 환자의 의료비 부담과 개원가의 경영난이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이전부터 보험사들의 보험금 미지급에 시달리던 외과계 개원가에선 이 같은 정책에 대한 우려가 더 큰 상황이다.
외과계 개원가에선 그동안 실손보험으로 어떤 일들이 있었고, 정부 정책으로 인한 변화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메디칼타임즈는 서울마디정형외과의원을 운영 중인 대한정형외과의사회 김성찬 보험이사를 만나봤다.
■기존에도 많았던 보험금 지급 거절…환자 이중고
김 이사는 기존에도 보험사가 지급돼야 할 보험금을 거절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약관에 분명히 명시돼 있고 문제가 없는 내용도 보험사들이 문제 삼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보험사들이 환자분들께 지급 대상이 아니라며 일단 거부부터 하는 경우가 최근 두드러지게 늘어나고 있다. 그럼 환자분들은 병원에 와서 '실손보험 적용이 된다고 들었는데 왜 안 되느냐'는 식으로 불만을 토로하신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병원의 경우 환자가 도수치료 횟수가 몇 번 이상이어서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는다고 하거나, 체외충격파 치료를 몇 회 받아 추가 서류나 소견서가 필요하다고 내원한다고 한다"며 "안과의 경우는 백내장 수술 후 렌즈 사용이 합당하지 않으면 보험금 지금을 거절하겠다며 아예 외부 기관에 의뢰해 버리더라"라고 전했다.
이렇게 보험사들의 압박이 심해지면서 의료진은 치료할 때 위축되고, 환자들도 보험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 커지는 수술과 늦어지는 회복 "신의료기술 못 누려"
김 이사는 이런 상황에서 비급여 관리와 실손보험 개혁까지 이뤄지면 환자들이 입는 피해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관련 예시로 골 형성 촉진제를 들었다. 골절 환자에게 이 치료제를 사용하면 더 빠른 회복이 가능한데, 여기 관리급여 등이 적용되면 환자가 의료비 부담으로 치료를 포기하는 상황이 생길 것이라는 설명이다.
골 형성 촉진제를 사용했다면 문제없이 뼈가 붙었을 환자임에도, 이를 포기해 골반을 떼어내 이식하는 추가 수술이 필요하게 될 수 있다는 것.
하지정맥류도 예시로 들었다. 관련 치료에서 시술 자체는 급여지만 이때 혈관을 막는 치료재료는 비급여다. 하지만 여기 병행진료 금지가 적용된다면, 치료재료를 쓰지 말고 시술하라는 뜻밖에 안 된다는 설명이다.
안과의 경우도 수술은 급여인데 수정체를 대체하는 렌즈가 비급여라면, 수술과 렌즈 삽입이 각기 다른 날 이뤄져야 한다고 짚었다. 모든 치료에 관리급여나 병행진료 금지를 적용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
김 이사는 "비급여란 급여화되진 않았지만, 치료 효과가 입증한 것들이다. 이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면 오히려 비용 효용성이 떨어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더 좋은 치료로 수술 결과도 좋게 만들 수 있고, 추가 수술이 불필요하게끔 할 수 있는 것이다. 환자가 더 빠르게 나으면 사회로의 복귀가 빠르고 이는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지만 비급여가 제한되면 수술이 더 커지고, 그 결과가 떨어지거나 안 해도 될 수술을 해야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환자의 일상으로의 복귀가 더욱 늦어질 수밖에 없는데, 이는 환자 본인에게도 피해고 사회적 생산성도 떨어진다"며 "눈앞의 재정만 아끼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의료의 질 저하로 발생할 추가 비용까지 고려해 득실을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의료기술이 급여로 전환되기 전 비급여 영역에부터 포함되는 것도 유의해야 생각해야 한다고 전했다. 대표적으로 항암제가 그러한데, 이에 대한 실손보험 보장률이 떨어진다면 환자들은 이도 저도 못 한다는 우려다.
환자에게 유효한 치료가 빛을 못 보고 사라지는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일례로 자가 혈소판 풍부 혈장술인 PRP 주사는 환자의 통증을 줄이고 운동 범위를 늘리는 효과가 있다.
이런 효과로 한때 관절염 환자들에게 각광받는 치료였지만, 이젠 개원가에서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이 치료가 급여로 넘어오면서 기존의 3분의 1 수준으로 가격이 책정돼 시행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게 됐다는 이유에서다.
김 이사는 "정부가 가격을 정하는 급여화는 악용 여지가 매우 크다. 가장 우려되는 바는 특정 치료에 대한 퇴출 기전으로 사용되는 것"이라며 "환자분들은 더 좋은 치료가 있음에도 이를 구경도 못 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내과 쪽에선 신의료기술에 해당하는 항암제 등 필수적인 치료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진다. 결국 환자들은 더욱 취약해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수가 보전율 60% 생각해야 "근본 원인은 보험약관"
그는 비급여를 사회악처럼 조명하는 정부·보험업계의 태도도 문제로 지적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급여 진료 원가 보전율은 60% 수준에 불과해, 하면 할수록 손해가 생기는 구조다.
이에 의료기관은 급여 진료로 인한 손해를 비급여로 보전할 수밖에 없다는 것. 실제 관련 위헌소송에서도 헌법재판소가 비급여 진료를 이유로 낮은 수가 원가 보전율이 위헌이 아니라고 판결했다는 설명이다.
이는 헌법재판소 역시 급여로 인한 적자를 비급여로 메꾸는 것을 인정한 것인데, 이제 와 의료기관의 욕심이 문제라며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는 것. 엄밀히 따지면 현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실손보험의 손해율을 상정하지 못한 보험사에 있다는 지적이다.
김 이사는 "보험업계 주장처럼 실손보험에 가입돼 있다고 무작정 바가지를 씌우는 게 아니다. 요즘은 비급여 가격을 모두 고시하게끔 돼 있다"라며 "이는 의료기기나 치료재료, 술기의 난이도 등을 상정해 손해가 나지 않게 책정하는 것이지 임의로 정하는 게 아니다. 실손보험 가입 여부로 인한 득과 실은 환자의 일이지 의료기관은 크게 관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히려 의사들에게 가장 좋은 상황은 환자에게 선택지를 제시하고 환자가 이를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다"라며 "환자들은 약관을 보고 본인에게 도움이 될 것 같으니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보험사가 손해를 보는 것은 약관의 문제지 환자의 잘못이 아니다. 이런 문제를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주는 것이 옳은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의료 질 저하, 고용 문제도 우려 "의사도 밖에선 환자"
비급여를 통한 손해보전이 어려워지면서 개원가 경영난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전했다. 이는 의료의 질이나 환자의 접근성 저하 문제를 넘어 심각한 고용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한의사협회 조사에 따르면 전국 3만여 개 의원에서 고용 중인 인력은 15만 명에 달하는 상황인데, 개원가 경영이 어려워진다면 이들이 대량 실직할 수 있다는 우려다.
그는 "실손보험이 개편된다면 결국 개원가엔 싸구려 진료만이 강제된다. 비급여의 인식이 부정적인데, 신의료기술도 여기 포함된다. 결국 신기술 도입·활용이 어려워지면서 의료 발전이 저해될 수밖에 없다"며 "또 개원가가 경제적으로 어려워진다면 대량 해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파생될 고용 문제에 대한 우려도 크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정부를 향해 일단 정책을 시행하고, 이후 수습하는 주먹구구식 행정을 그만둬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행에 앞서 피해부터 예측하고, 의료계·환자와 함께 이를 방지하기 위한 세부 조항을 먼저 논의해야 한다는 요구다. 이렇게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시행함이 옳다는 것.
김 이사는 "결국 피해는 환자들한테 갈 수밖에 없는데, 정부는 의사들의 욕심이 문제라는 구도로 너무 한쪽의 편만 들고 있다"라며 "우리는 의료기관에서만 의사일 뿐 밖에선 환자이자 실손보험 가입자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입장에서 보면 이번 정책은 틀림없이 우리에게 피해 입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의사들의 탓만 하기보다 우리도 환자와 가입자의 입장이라는 것을 생각해줬으면 한다"라며 "그렇게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모든 가능성을 다 함께 고려해줬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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