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붕어빵에 붕어가 없고 심뇌법에는 심장병이 없습니다."
심장질환이 구조적으로 배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암에 이어 사망률 2위에 달하지만 암, 말기 신장병 등에서 적용되는 산정특례, 전문질환군에 배제돼 사망 시까지 별다른 보장을 받지 못한다는 것.
특히 해외 주요 선진국들은 심장질환을 독립된 법 체계로 관리하며 초기부터 적극적인 예방-치료-재활-돌봄이 이어지는 구조를 갖췄다는 점에서 한국의 법 체계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19일 대한심장학회는 국회의원회관에서 심장질환 법 제도 공백 해소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고 2016년 제정된 심뇌혈관질환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심뇌법)의 현황 및 개선 방향에 대해 모색했다.
WHO에 따르면 심장질환은 전 세계 사망원인 1위이며, 우리나라에서도 고령화 추세에서 암에 이어 높은 사망 원인으로 자리할 뿐더러 심부전, 심방세동, 판막질환, 폐동맥고혈압 등 순환계통 질환자의 증가세도 두드러지고 있다.
문제는 심부전, 부정맥, 판막질환, 폐고혈압 등은 지속적인 관리와 다학제 협력이 필수적이지만 건강보험 보장과 산정 특례 적용치 충분치 않다는 점. 급성기 중심으로 설계된 현재의 체계는 장기적, 복합적 관리의 필요성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해 심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심뇌법 개정, 왜 바뀌어야 하나?'를 발표한 이해영 심부전학회 정책이사(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는 2020년 개정 과정에서 대상 질환의 범위와 수행 주체에 대한 법 해석의 모호성이 발생, 이에 따라 현장의 적용고 정책 실행에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해영 이사는 "심뇌법의 2020년 개정 과정에서 법안 수행 주체가 보건복지부 장관 단독에서 질병관리청이 포함되며 문제가 발생했다"며 "특히 심부전, 부정맥, 뇌동맥류를 규정한 제2조 '그 밖에 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질환'이 이원화 과정에서 삭제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정 이후 심뇌혈관질환연구 사업은 복지부 장관, 심뇌혈관질환조사통계사업은 질병관리청장으로 분담됐다"며 "통계사업의 중요 기관인 중앙권역지역 심뇌혈관질환센터는 복지부 소속으로 어그러졌다"고 했다.
2022년 개정도 심뇌법의 범위를 축소시키는 결과는 낳았다. '심부전, 부정맥, 뇌동맥류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질환을 말한다'는 항목이 삭제되면서 사실상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고 심뇌법에는 심장병이 없는 기형적 상황이 초래됐다는 것이 그의 판단.
심근경색증 환자에서 심부전이 발생하면 사망률이 두배 높은 8%에 이르고, 퇴원 이후 심부전 발생 유무에 따른 사망률 격차는 더 커져 초기부터 전문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이 이사는 "표준 치료를 전문적으로 수행할 경우 사망, 재입원율을 60% 줄일 수 있다"며 "심부전 환자의 45%가 매년 한번 이상 입원하는데 입원하지 않고 외래에서 치료받으면 의료비의 96%가 절감된다"고 법적 테두리에서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한편 심뇌법 제정 이후 신설 조직 및 당면 과제에 대한 보완 필요성도 제기됐다.
2023년 12월 중앙심뇌혈관질환센터, 2024년 지역심뇌혈관질환센터가 새로 지정돼 이의 역할 규정이 필요하게 됐다. 중앙 권역 지역 심뇌혈관질환센터 간의 업무 협조 체계 내에서 권역 및 지역센터에서 진료가 어려운 중증 심뇌혈관질환 및 희귀난치성 질환에 대한 환자 전원, 진료 지원 수요가 제기된다.
심뇌법 개정을 통한 문제 해결 방안으로는 ▲임상 현장의 필요를 반영한 대상 질환 명시 및 확장 가능성 복구 ▲복지부-질병청 이원화 역할 분담으로 발생한 혼선 해소 ▲심뇌혈관질환센터, 119구급대의 유기적 협업 등 관리 과정의 지자체 참여 의무 규정 신설과 예산 확충 근거 확보가 제시됐다.
해외 주요 제도 사례 비교를 통해 개선 방향 모색도 이뤄졌다.
'국내외 심장질환 법제 대응체계 비교'를 발표한 정욱진 심장학회 정책이사(가천대 의과대학장)는 "심장질환은 국내 사망률 2위 질환임에도 암, 말기 신장, 응급, 외상 질환에 비해 보장 제도에서 격차를 보인다"며 "중증 심부전, 난치성 부정맥, 중증 판막질환, 난치성 폐고혈압 질환자는 산정특례, 전문질환군에 배제돼 사망시까지 별다른 보장을 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암, 자살, 치매는 개별법과 지원 체계가 존재하지만 사망 원인 2위인 심장질환은 개별법이 없고 보장성도 후순위로 밀려있어, 법적·정책적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는 것.

정 이사는 "21대에서 심장질환 단독 법률은 0건, 관련 개정안 1건을 제외하면 심장질환에 대한 국회의 입법은 부재했다"며 "22대 역시 현재까지 단독 법안이 전문해 정책 이행력과 보장성 제도의 불균형을 초래, 지속시키고 있다"고 판단했다.
2025년 기준 국민건강증진기금 예산은 3조 2517억원에 달하지만 이 중 심혈관질환에 대한 투자 비중은 0.6%에 불과하고 심혈관질환이 포함된 만성질환 분야 사업비 역시 3.6%에 그친다. 기금 사용도 구조상 소외돼 있지만 해외 상황은 다르다.
정 이사는 "미국은 Affordable Care Act에 기반한 밀리언 하트 전략을 사용한다"며 "호주는 Medical Research Future Fund Act에 기반한 Cardiovascular Health Mission 전략으로 총 10년간 2.2억 호주달러가 지원되는 등 독립 기금 기반의 전략적 연구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 순환기병 대책 기본법에 기반해 2020년 순환기병 대책 추진 기본계획을 수립, 예방-치료-재활-돌봄이 이어지는 전주기 관리 모델을 운영한다"며 "국가법, 지방 계획, 의료 인프라가 연계된 다층 정책 구조를 갖췄다는 점을 참고할만 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심뇌법에 심부전, 부정맥, 심장판막증, 폐고혈압 등 중증난치성 심장질환 범위를 명시하고 정책 수립, 자원 배분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보장성 사각지대 해소 및 산정특례, 전문질환군 지정 확대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외에도 중증도에 기반한 심뇌혈관센터 이원화, 2차 전문병원까지 지정 대상 확대, 심장중환자실 법적 근거 마련, 병상·인력 확보 지원 체계 구축, 특정 질환에 편중된 기금 배분, 심장질환 예방·연구 등 사용처 명시가 해법으로 제시됐다.
이와 관련 배장환 좋은삼성병원 심혈관중재시술연구소장은 "2000년 들어 심근경색증, 뇌졸중의 치명률과 사망률이 높자 정부는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를 설립해 지원했다"며 "이제는 심근경색증 환자의 생존율이 높아지면서 환자군의 일부가 심부전으로 이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전에는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 환자가 90% 이상이던 심장계중환자실이 중증 심부전이나 구조심질환자가 30% 정도로 상승했지만 중증-경증심부전을 구분하지 않는 지불 체계 때문에 심부전 전체가 일반질환군으로 묶여있다"며 "정부가 심근경색증에 적절히 대응한 것처럼 지금은 심부전의 파도에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할 때"라고 법 개정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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