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허성규 기자] 오는 12월 개정 의료법 시행을 앞두고 비대면진료 하위법령 제정이 진행 중인 가운데, 환자마다 제각각인 의료 이용 환경과 질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일률적 규제 방식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는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공동회장 이슬, 선재원)는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7월 1일부터 14일까지 비대면진료 이용 국민 206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해당 결과에 따르면 이용자들의 의료 이용 목적과 질환별 상황은 매우 다양했으나, 현재 논의되는 획일적인 기준만으로는 다양한 국민적 의료 니즈를 포섭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의약품 배송 허용 범위 확대, 복약·진료 이력이 확인된 환자에 대한 대면 수준의 처방 허용 등 규제 합리화 방안에 대해서도 국민 대다수가 공감했다.
■ 타병원 비대면 진료로 '초진' 타당하지 않아
우선 응답자의 63.4%는 앞으로 시행되는 법에 따라 평소 다니던 병원이 아닌 다른 병원에서 비대면진료를 받을 경우, 같은 질환이더라도 '초진'으로 분류해 처방 가능한 의약품의 종류와 처방일수를 제한하는 방식이 '타당하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었따.
실제로 응답자의 67.7%는 평소 다니던 병원이 아닌 다른 병원에서 비대면진료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평소 다니던 병원이 비대면진료를 실시하지 않아서(31.2%), 이용 중인 플랫폼에 참여하지 않아서(27.4%) 등이 꼽혀, 환자의 선호가 아닌 현실적인 의료공급체계의 제약이 주요 원인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다니던 병원에서만 비대면진료를 이용하는게 사실상 불가능한 현실 여건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규제 설계 방향에 대해 이용자들이 공감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특히 반복·장기 처방 수요가 높은 만성·관리질환자와 비급여진료 이용자는 각각 70.0%, 76.6%가 해당 규제가 타당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단기 처방 비중이 높은 소아청소년 이용자와 경증질환자 역시 각각 58.1%, 47.0%가 같은 의견을 보여, 획일적인 처방 제한은 장기 처방이 필요한 환자뿐 아니라 단기 처방 이용자에게도 충분한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이용자들은 획일적인 행정적 규제보다 충분한 정보에 기반한 의료인의 전문적 판단을 더 신뢰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85.7%는 의료인이 과거 진료기록 등 환자의 기초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면 대면진료에 준하는 처방이 가능해야 한다고 응답했으며, 86.1%는 보다 정확한 진료를 위해 복약이력 등 자신의 건강정보를 의료인에게 제공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이용자들이 획일적인 기준보다 환자의 건강정보를 바탕으로 한 의료인의 전문적 판단과 유연한 제도 설계를 더 지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일률적인 초진 처방 제한에 대한 우려는 지속적인 복약과 관리가 필요한 만성·관리질환자와 비급여진료 이용자에게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초진 환자의 처방일수를 7일 이내로 제한하는 안에 대해 비급여진료 이용자의 74.4%, 만성·관리질환자의 68.0%가 강력히 반대해, 단기 처방 위주의 경증질환자(42.9%)나 소아청소년(24.6%) 대비 반대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는 환자의 질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단일 기준 규제가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상대적으로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 환자군이 가장 우려한 점은 반복 진료와 이동에 따른 경제적·시간적 부담 증가(68.0%)였다. 이 밖에도 치료 지연·포기, 의약품 공백에 따른 증상 악화, 기존 질환 관리 중단 등에 대한 우려가 높게 나타났다.
더불어 정부가 검토 중인 초진 시 비급여 의약품 처방 금지에 대해서도 비급여진료 이용자의 82.6%가 반대했고, 79.2%는 이를 '진료 방식에 따른 차별'로 평가했다. 특히 이용자의 16.9%는 초진 시 처방 가능한 의약품 범위가 제한되면 해외 직구 등 비공식 경로로 의약품을 구하겠다고 답했다. 처방 제한이 치료 중단에 그치지 않고 안전관리 체계 밖의 의약품 이용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다.
비급여진료 이용자의 78.0%는 질환 치료를 목적으로 비대면진료를 이용하고 있다. 환자의 질환과 이용 목적, 과거 진료 이력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 처방 범위 제한은 비대면진료의 의료접근성 개선 효과 자체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
■ 의약품 배송도 확대 필요성 제기
이와함께 비대면진료 이후 의약품 수령 과정에서도 이용자의 불편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50.1%는 약국 방문 수령 과정에서 불편을 경험했고, 48.8%는 여러 약국을 방문하거나 문의하는 이른바 '약국 뺑뺑이'를 경험했다. 야간·휴일 운영 약국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응답은 49.1%, 결국 의약품 수령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23.4%였다.
이에, 전체 응답자의 87.5%는 비대면진료 후 의약품 배송 허용에 찬성했다. 의약품 배송이 허용될 경우 이용하겠다는 응답은 88.5%, 삶의 질이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은 90.3%에 달했다.

허용 범위와 관련해서는 '모든 이용자에게 전면 허용해야 한다'는 응답이 55.0%, '야간·휴일 등 약국 이용이 어려운 시간대에 한해 허용해야 한다'는 응답이 29.9%로 나타나, 응답자의 84.9%가 현행보다 넓은 허용 범위를 지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응답자의 59.6%는 비대면진료 규제 결정 과정에서 이용자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실제 규제의 영향을 크게 받는 만성·관리질환자와 비급여진료 이용자는 각각 66.8%, 70.3%가 같은 응답을 보여 정책 설계 과정에서 실제 이용자의 경험과 의료 수요를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높았다.
협의회는 "이번 조사는 비대면진료 이용자의 질환과 이용 목적, 필요한 처방 형태는 다양한데 규제는 하나의 기준으로 설계되고 있다는 현장의 우려를 보여준다"며 "시범사업을 통해 확인된 안전성과 의료접근성 개선 효과를 후퇴시키는 획일적인 처방 제한은, 환자의 반복 진료와 이동 부담을 늘리고 치료 중단이나 관리 체계 밖 의약품 이용으로 이어져 의료접근성을 오히려 떨어뜨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비대면진료는 국민이 필요한 의료서비스에 보다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제도화된 만큼, 하위법령 역시 의료접근성 향상이라는 제도의 목적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설계될 필요가 있다"며 "환자의 건강정보를 충분히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필요한 안전장치를 두되, 과거 진료기록이나 복약이력 등 환자 정보를 토대로 의료인이 상태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경우까지 일률적으로 동일한 처방 제한을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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