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의료기기 허가와 심사 수수료 인상에 들어가면서 미국 시장을 노리는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의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국 기업들의 수수료는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낮추는 대신 해외 제조 제품만 수수료를 높인다는 점에서 이른바 K-의료기기의 가격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12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FDA가 최근 의료기기 허가·심사 수수료 개정안인 MDUFA VI(Medical Device User Fee Amendments VI)를 공개하고 본격적인 의견수렴에 들어갔다.
MDUFA는 의료기기 기업이 FDA에 허가와 승인을 신청하거나 제조시설을 등록할 때 수수료를 부과하기 위한 법적 근거로 FDA의 예산에 활용된다.
이 제도는 2002년 처음 도입된 이후 5년 단위로 재승인되고 있으며 현재 적용되는 MDUFA V는 2022년 10월부터 시작돼 2027년 9월 30일 종료된다. 이에 따라 FDA는 2028 회계연도부터 2032년까지 적용할 MDUFA VI를 마련중인 상태다.
이번 개정안에서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이 가장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해외 제조사에 대한 비용부담이다.
FDA가 미국 내 제조사들의 사용자 수수료는 대체로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일부 낮추는 대신 해외 의료기기 기업에 대해서는 시설등록 비용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해외 제조시설의 경우 현지 실사와 수입관리 등에 미국 업체보다 추가적인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수수료를 더 올려야 한다는 것이 FDA의 판단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현재 일정 수준 이하의 매출로 정해지는 소기업 대상 수수료 면제 혜택도 미국 기업을 중심으로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FDA가 개정안을 통해 효율적 예산 운영을 위해 해외 기업의 수수료를 높이는 동시에 소기업 수수료 면제 혜택도 미국 기업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 영토 밖에서 의료기기를 제조해 수출하는 국내 업체 입장에서는 FDA 허가를 확보하고 유지하는 고정비용이 지금보다 훨씬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사실 FDA 수수료는 이미 국내 중소 의료기기 기업들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태다. 미국 진출에 가장 큰 허들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FDA가 공지한 2026 회계연도 기준 의료기기 제조시설의 연간 등록비는 1만 1423달러다. 여기에 제품을 새롭게 허가받기 위해서는 별도의 신청 수수료가 붙는다.
대표적인 510(k)의 경우 일반기업 기준 2만 6067달러며 드노보(De Novo)는 17만 3782달러, 시판 전 허가(PMA)는 57만 9272달러에 달한다. 현재 환율로 계산하면 허가에만 최대 8억 3천만원 정도의 예산이 든다는 뜻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FDA의 소기업 인증(Small Business Determination, SBD)을 받으면 510(k)는 6517달러, 드노보는 4만 3446달러, PMA는 14만 4818달러까지 낮아진다는 점이다. 국내 상당수 기업들도 이 루트를 통해 허가 비용을 아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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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러한 혜택을 미국 기업으로 한정하고 공개한 대로 수수료를 인상할 경우 미국에 이제 막 진입하려는 중소 의료기기 기업들의 부담은 크게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이미 미국에서 백억원 이상 매출을 내고 있는 중견기업이라면 수천만원 수준의 수수료 증가가 미치는 영향이 적지만 제품 한두개로 미국시장을 시험하는 초기 기업들은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FDA 허가비뿐 아니라 미국 대리인과 규제 컨설팅, 품질시스템 구축, 현지 임상, 보험과 유통망 확보 등에 들어가는 비용까지 감안하면 고정 규제비용 상승 자체가 미국 진출 여부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
더욱이 시설 등록비는 제품 하나에 한번만 내는 비용이 아니라 미국에서 의료기기 사업을 유지하는 동안 매년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다. FDA는 미국에 의료기기를 공급하는 국내외 제조시설에 대해 매년 시설등록을 요구하고 있다. 해외 제조사는 미국 대리인도 지정해야 한다.
개정안이 막연히 부담만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또 하나 중요하게 봐야 할 부분은 바로 실사용근거(RWE)의 활용 확대 방안이다.
FDA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보험청구자료와 전자의무기록, 웨어러블 의료기기 등에서 확보한 실사용자료를 의료기기 규제 의사결정에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포함했다.
의료 AI와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의 경우 전통적인 임상시험만으로 제품 성능과 사용환경을 모두 검증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뤄진 조치로 현재 미국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국내 기업들에게도 긍정적 변화다.
국내 A의료기기 기업 임원은 "이번 개정안은 기업 규모별, 제품별로 완전히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이라며 "이미 매출 기반이 있는 기업들은 수수료 자체보다는 임상이나 보완요구로 일정이 몇 개월씩 밀리는 것이 더 부담인 만큼 RWE 확대 등이 더 호재로 다가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만 아직 매출 기반이 없는 초기 기업들은 매년 들어가는 등록비와 미국 대리인, 품질관리 비용 자체가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라며 "결국 미국 시장 진출을 고민하는 중소기업과 이미 현지 사업을 키우고 있는 기업간에 온도차가 상당할 수 밖에 없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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