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디칼타임즈=허성규 기자] 제약바이오업계를 취재하다 보면 의약품의 '허가'와 '급여'를 둘러싼 고충을 반복해서 마주하게 된다.
의약품이 시장에 나오기까지 제약사가 넘어야 할 벽은 하나가 아니다.
막대한 시간과 자본을 들여 개발한 신약도 우선 허가라는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허가 이후에는 더 높은 벽이 기다린다. 바로 '급여'다.
단일 보험자 체계인 한국 의료 시장에서 급여권에 든 의약품과 그렇지 못한 의약품의 간극은 상상 이상으로 크다.
중증·만성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비급여'는 결코 지속 가능한 대안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피부·미용이나 비필수 영역과 달리, 항암제와 희귀난치질환 치료제의 경우 급여권에 진입하지 못하면 시장 확대에 상당한 한계가 생긴다. 높은 약가를 환자가 온전히 부담해야 하는 만큼, 비급여 상태에서는 처방 확대에도 한계가 따른다.
아무리 많은 비용을 들여 뛰어난 효능을 입증해도 급여 문턱을 넘지 못하면 출시와 동시에 성장의 한계가 닫혀버리는 셈이다.
낮은 약가를 견디지 못해 비급여 출시를 택했던 제약사들이 결국 다시 급여권의 문을 두드리는 이유다.
하지만 급여권 진입에 성공해도 고민은 끝나지 않는다. 진입 과정에서부터 경제성평가와 까다로운 위험분담제(RSA) 등을 거치며 원하는 약가를 받기 어렵다.
진입 이후에는 사용량-약가 연동제, 해외 약가 비교 재평가, 실거래가 조사 등 촘촘한 약가 인하 기제가 연이어 쏟아진다. 특히 이번 약가제도 개편처럼 예상치 못한 순간 단행되는 조치로 인해, 오랜 기간 쓰여온 의약품마저 채산성에 큰 타격을 입는다.
그렇다고 채산성이 떨어졌다고 해서 공급을 중단하기도 어렵다. 의료 현장의 필수성과 공공적 책임 때문에 철수조차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결국 제약사는 비급여를 선택할 수도 없고, 급여권에 진입해도 안심할 수 없는 '외통수'에 갇혀 버렸다.
이러한 약가 인하가 반복되면 기업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품목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이는 미래 R&D 재투자 여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건강보험 재정 안정을 위해 약가를 관리하는 것은 분명 필요한 일이다. 다만, 혁신 치료제가 제 가치를 인정받고, 그 수익이 다시 신약 개발로 이어지는 선순환 생태계 조성 역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단순히 약가를 깎아내리는 것이 아닌, 기업이 재투자를 이어갈 수 있는 예측 가능하고 합리적인 '적정 가치'를 인정하는 정책적 결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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