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를 둘러싼 논란이 국정감사에서 한꺼번에 분출됐다.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에선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 과정의 정치권 청탁 의혹부터 임신중지 의약품의 안전성, 미용 목적 인체조직 제품의 규제 공백 등이 다뤄졌다.
식약처는 일부 관리체계의 한계를 인정하고 개선을 약속했지만 자료 제출과 안전성 검증, 규제 시행 시점 등은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이날 제기된 쟁점들이 오는 27일 종합감사에서 다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넨셀 의혹 재점화…자료 제출·심사 독립성 쟁점
이날 여야가 가장 첨예하게 맞붙은 사안은 제넨셀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 과정이었다.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은 2021년 당시 김승원 의원의 청탁 의혹과 식약처장 측에서 담당 공무원에게 전달한 '챙겨 봐' 메시지가 임상시험 승인에 영향을 미쳤는지 추궁했다. 당시 담당 공무원들은 관련 현황을 보고했다고 설명했지만 승인 압박이 있었다는 점까지 인정하지는 않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북대학교 산학협력단의 동물실험 결과가 일부 삭제·축약돼 제출된 문제도 제기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업체의 허위자료 제출과 식약처의 부당 승인은 구분해야 한다며 정치적 외압이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규제기관의 신뢰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자료 제출을 둘러싼 논란도 커졌다. 이달희 의원은 외부 전문가를 동반한 임상시험 자료 열람이 제한됐다고 지적했고, 이소희 의원은 식약처가 국회에는 영업비밀을 이유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서 정작 외부에서는 관련 문서를 내려받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챗GPT를 통해 임상시험 관련 문서 2672건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문제를 인지한 뒤 13일 새벽 외부 접근을 차단했다고 설명했다.
임상시험 참여자에 대한 사후관리 문제도 남았다. 백종헌 의원은 실제 투약자 93명 가운데 22명의 건강상태가 전화 연락으로 확인되지 않았다며 추가 추적 결과와 이상사례 평가 근거 등을 종합감사 전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오 처장은 허위자료를 걸러내지 못한 검증체계의 취약성과 제재의 한계를 인정하고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7일 종합감사에서는 청탁 의혹의 사실관계뿐 아니라 임상시험 자료 제출 여부, 투약자 추적 결과, 심사 독립성 강화방안 등이 다시 쟁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추가 증인 채택 여부에 따라 정치적 공방이 확대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미프진 안전성 논쟁…27일 의료계 참고인 출석
임신중지 의약품 미프진을 둘러싸고는 국내 허가에 필요한 안전성 검증 수준과 법적 근거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국민의힘 조배숙 의원은 형법·모자보건법 정비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허가를 추진하는 것이 적절한지 문제를 제기했다. 일본의 가교시험 사례와 함께 미국 윤리공공정책센터(EPPC)가 중대한 이상사례 발생률을 10.93%로 제시한 보고서를 근거로 추가 검증을 요구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해당 보고서의 방법론적 한계를 지적하며 FDA와 WHO 등의 기존 안전성 평가를 고려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보고서의 10.93% 역시 약물과 인과관계가 확인된 부작용 발생률로 확정된 수치는 아니다.
오유경 처장은 출혈과 감염 등 위험성을 인정하면서도 해외 안전성 근거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허가 완료 시점은 확약하지 않았다.
논쟁은 종합감사에서 실제 진료체계 문제로 이어질 전망이다. 27일에는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과 이재관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처방 자격과 투약 장소, 사후 관찰 기준, 불완전유산이나 출혈 발생 시 대응체계 등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앞선 복지부 국감에서 지적된 입법 공백과 식약처의 허가·안전관리 기준이 어떻게 연결될지도 관건이다.
ECM 스킨부스터 규제 공백 인정…조사 여부 주목
ECM 스킨부스터는 이미 시중에 유통되는 제품을 현행 법체계로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지가 문제로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인체조직 유래 스킨부스터가 미용 목적으로 주사 시술에 활용되지만 의약품이나 의료기기에 준하는 안전성·유효성 검증을 받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온라인 부작용 사례와 계면활성제·잔류 DNA의 잠재적 위해 가능성도 거론했다. 다만 이러한 자료만으로 실제 제품의 위해성이 입증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전제로, 약 20여 업체가 판매하는 100여개 제품의 안전성·품질 점검을 요구했다.
김윤 의원은 의료기관이 AATB 인증과 FDA 원재료 승인 등을 제품 자체의 안전성이 검증된 것처럼 광고하는 문제를 제기했다.
식약처는 현행 인체조직법의 안전관리와 광고규제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연내 정책연구를 마무리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존 유통제품의 즉각적인 전수조사까지 확답하지는 않았다.
향후 제품의 가공 수준에 따라 의료기기로 분류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바뀐다면 관련 업계의 심사·품질관리 부담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종합감사에서는 현재 유통제품에 대한 조사 여부와 규제 개편 일정이 후속 과제로 남게 됐다.

비만치료제 처방 급증…오남용 규제 지연 도마
GLP-1 계열 비만치료제에서는 처방 증가 속도를 안전관리체계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국혁신당 백선희 의원은 위고비 투여 후 시력손상 질환인 비동맥염성 전방허혈성 시신경병증(NAION) 의심사례가 2024년 12월 국내에서 보고됐지만 후속 대응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식약처는 올해 10월 7일 관련 이상반응을 허가사항에 반영했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의원은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한의원·치과 관련 의료기관 공급 현황을 제시하며 실제 처방 주체와 면허 범위를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다만 공급 사실만으로 위법 처방을 단정할 수는 없다는 점도 명시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은 GLP-1 비만치료제의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이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약 186만건의 처방 실적과 10대 약 1만2000명, 10세 미만 28명의 처방 자료를 제시하며 미성년자 사용 실태 점검도 요구했다.
오 처장은 관련 개정안이 국무조정실 규제심사를 받고 있으며 실제 처방과 유통 문제는 복지부 등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종합감사에서는 오남용 규제 시행 시점과 제품별 허가 범위를 벗어난 처방 관리, 의료기관 공급·유통 점검 등이 추가로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27일 종합감사…정부 개선 약속 이행 여부가 관건
이번 국감에서 제기된 네 가지 사안은 성격이 다르지만 허가·유통·사용 과정에서 안전관리가 충분한가라는 공통된 문제로 이어졌다.
특히 제넨셀은 종합감사 전까지 요구한 자료 제출과 투약자 추적 결과가, 미프진은 의료계 참고인 출석을 통한 안전관리 기준 검증이 핵심이다. ECM 스킨부스터와 비만치료제는 기존 관리체계의 한계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해소할지가 관건이다.
27일 종합감사에는 복지부와 식약처 등이 함께 감사 대상에 포함되는 만큼 부처 간 책임과 공동 대응방안도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
결국 종합감사의 무게중심은 새로운 의혹 제기를 넘어 식약처가 약속한 검증·관리체계 개선이 실제 조사와 제도 변경으로 이어지는지 확인하는 데 맞춰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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