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국내 고지혈증 치료 시장에 '먹는 비스타틴 신약'이라는 새로운 카드가 던져졌다.
2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다이이찌산쿄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넥스레톨(벰페도익산)'의 품목 허가를 획득했다.

이번 허가로 넥스레톨은 최대 내약 용량의 스타틴으로도 LDL-C가 조절되지 않는 환자나, 근육통 등으로 스타틴을 복용할 수 없는 '불내성' 환자를 위한 새로운 치료 무기로 가세하게 됐다. 내년 상반기 국내 출시를 예고하면서, 임상 현장은 벌써부터 기존 주사제 중심의 치료 패러다임에 미칠 파장에 주목하고 있는 분위기다.
'주사제 문턱' 넘지 못한 현장…새로운 대안 부상
현재 임상 현장에서는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초고위험군 환자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LDL-C 관리를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에 따르면, 초고위험군 환자 중 목표 수치에 도달하는 비율은 여전히 39%선에 머물러 있다.
특히 스타틴 최대 용량으로도 수치가 잡히지 않거나, 심한 부작용으로 스타틴을 쓸 수 없는 환자들에게는 PCSK9 억제제 계열의 주사제 레파타(에볼로쿠맙, 암젠) 등이 강력한 대안으로 꼽혀왔다. 최근에는 연 2회 투여라는 혁신성을 내세운 siRNA 제제 '렉비오(인클리시란, 노바티스)'까지 가세하며 기대감을 모았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는 조금 다르다. 혁신적인 약효에도 불구하고 '피하주사(SC)'라는 투여 방식에 대한 환자들의 심리적 거부감과 더불어, 엄격한 급여 기준과 렉비오의 경우 고가의 비급여 부담이라는 현실적 장벽이 발목을 잡고 있다. 레파타와 렉비오가 주도해 온 '주사제 중심의 프리미엄 시장'이 생각만큼 빠르게 넓어지지 못한 이유다.
이러한 공백 속에서 등장한 넥스레톨은 분명 차별화된 무기를 지닌다. 넥스레톨은 간세포 내에서 콜레스테롤 생합성 경로의 상위 단계인 ACL(ATP-citrate lyase)을 억제하는 '최초의 ACL 억제제'다. 하루 한 번 복용하는 '경구용 합성의약품'이라는 점에서 주사제 처방을 꺼리는 환자들에게 진입 장벽을 대폭 낮췄다.
임상으로 입증된 심혈관 보호 효과
이번 허가의 근간이 된 임상 데이터는 넥스레톨의 시장 안착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원발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 대상 4건의 3상 임상에서 넥스레톨은 위약군 대비 최대 28.5%의 추가적인 LDL-C 감소 효과를 일관되게 입증했다.
결정적으로 스타틴 불내성 환자 1만 3970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CLEAR Outcomes' 연구는 넥스레톨의 가치를 증명했다. 연구 결과, 넥스레톨 투여군은 위약군 대비 주요 심혈관사건(MACE-4) 발생 위험을 13% 낮췄다.
특히 치명적·비치명적 심근경색 발생 위험은 23%, 관상동맥 재관류 위험은 19%까지 유의미하게 감소시켰다.
이 같은 근거를 바탕으로 2025년 유럽심장학회·유럽동맥경화학회(ESC/EAS) 가이드라인에서도 스타틴 불내성 또는 금기 환자에게 넥스레톨과 같은 비스타틴 제제를 적극 권고(Class I, Level A)하고 있다.
그렇다면 넥스레톨은 레파타, 렉비오 등 기존 주사제들과의 경쟁 속에서 연착륙할 수 있을까.
개원가와 종합병원 순환기내과·내분비내과 전문가들은 넥스레톨이 지닌 '틈새 시장' 공략 가치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스타틴+에제티미브 조합만으로는 부족하지만, 곧바로 고가의 주사제로 넘어가기엔 경제적·심리적 부담을 느끼는 환자층에게 넥스레톨이 이른바 '브릿지 옵션(가교 역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종합병원 중심의 주사제 처방 루틴에서 벗어나,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도 처방이 가능할 수 있는 경구제라는 점은 주목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넥스레톨 치료 적응증 대상이 되는 환자가 종합병원 중심으로 치료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의 확장성은 제한적이다.
더구나 넥스레톨이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이미 스타틴+에제티미브 복합제들이 처방 시장을 단단하게 장악하고 있는 데다, 향후 국내 급여 진입 추진 과정에서 보건당국의 까다로운 재정 평가를 얼마나 합리적으로 통과하느냐가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김상현 이사장(서울의대 순환기내과)은 "LDL-C는 심혈관 질환의 주요 위험인자로, 고위험 환자에서는 적극적인 LDL-C 관리가 중요하다"며 "그럼에도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초고위험군 한국인 환자 중 39%가량만이 LDL-C 권고 목표에 도달하는 것으로 나타나며, 스타틴 불내성으로 치료에 제한을 겪는 환자들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현실을 진단했다.
이어 김 이사장은 "넥스레톨은 2025년 개정된 유럽심장학회 및 유럽동맥경화학회(ESC/EAS)의 이상지질혈증 가이드라인에서 스타틴 불내성인 고위험 환자 또는 스타틴 금기 환자에게 권고되고 있는 옵션"이라며 "국내 환자들의 LDL-C 관리 전략의 폭을 넓히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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