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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득권 버리면 장롱면허도 행복합니다"<3>

안창욱
발행날짜: 2005-07-04 07:25:37

넘쳐나는 의사...비의료 직종서 보람과 희망을 꿈꾼다

매년 3천명 이상 배출되는 의사면허 취득자. 포화상태에 이른 개원시장. 의협의 ‘2004년 전국 회원실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의 신고의사 6만7853명 가운데 7.3%가 비의료직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는 2003년 3%와 비교할 때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의사의 천직은 환자 진료라는 인식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면허를 포기한 의사들의 야망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변혁의 시대, 미래를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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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의료시장 틀이 바뀐다.
2. 의료소비자들의 도전
3. 의대졸업=의사 공식 무너진다
4. 저출산 고령화사회에 대비하라
5. 의사단체 구태를 벗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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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닥터스 나정욱 대표이사
[창간기획3]

벤처 신화를 꿈꾸다
의사 CEO 지식포털을 지향하며 개원 컨설팅 선두그룹을 이끌고 있는 오픈닥터스(www.opendoctors.net). 나정욱 대표이사는 고려의대를 졸업한 의사다.

나정욱 대표이사는 98년까지 공보의로 근무할 당시 인터넷 붐이 일자 보건의료웹진인 ‘MEDiator’를 창간, 의사와 일반인이 보건의료계 현안을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와 경영 컨텐츠를 제공하면서 의사가 아닌 직업의 길을 모색했다.

물론 당시에는 개원 컨설팅 사업을 염두에 두진 않았지만 의약분업 직후 개원 열풍이 불자 2000년 11월 국내 처음으로 공보의협의회와 공동으로 ‘개원정보박람회’를 열어 대성공을 거뒀다.

그러면서 전공의를 중도에서 포기하고 본격적인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전공의 과정을 마쳤다고 해더라도 진료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한 때는 의학전문기자도 생각해 봤지만 컨설팅을 받은 의원이 잘되고, 사업 모델을 만들고 수익을 창출해 가면서 한우물만 팠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지금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2000년 초만 하더라도 개원 정보컨설팅이 대형병원과 종합병원에 치중하면서 의원은 황무지나 마찬가지였다”면서 “개원 관련 행사를 마련하면 하루 종일 전화 사전등록을 받아야 할 정도로 대성황을 이뤘다”고 덧붙였다.

의사로 되돌아가고 싶은 충동도 있었다고 한다.

그는 “사업을 시작한 지 2년 정도 지나면서 위기가 닥쳐 매각하고 개원할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그는 “지금 회사가 안정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개원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진 않다”면서 “6년간 회사를 끌고 오다보니 가능성이 보인다. 성공할 것으로 확신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업 다각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픈닥터스는 개원 컨설팅 사업을 내실화하면서 의료장비 컨설팅, 의료기기 상설전시장 ‘MEDVILL’ 분야 사업을 강화하는 중이다.

그는 “앞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하고, 일부 의료기기의 경우 OEM 방식으로 생산하는 방식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오픈닥터스를 메디슨과 같은 벤처신화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나 대표이사는 “다른 대학 졸업자들처럼 모든 의사들이 의료직에 종사하지 않고 직업을 다원화시켜 나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면서 “기득권에 집착하지 않으면 의사가 아니더라도 만족할 수 있으며 보람을 느끼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을 맺었다.

행동하는의사회 정상훈 대표
소외계층과 함께하는 활동가
의료인의 전문성을 살려 시민단체 활동가의 꿈을 치우는 의사도 있다.

지난 2003년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인턴 과정을 포기한 정상훈 씨. 현재 2001년 창립한 ‘행동하는 의사회(www.khpa.org)’ 대표를 맡고 있다.

행동하는 의사회는 젊은 의사 100여명을 주축으로 소득 10%를 회비로 내고, 회비의 50%를 장애인단체에 기부하는 그야말로 소외계층과 함께 하는 시민단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쪽방과 장애인들을 찾아다니며 정기적으로 의료봉사 뿐만 아니라 말벗봉사, 목욕봉사, 상담 등 그들이 필요한 것이면 무엇이든지 마다하지 않고 다 한다.

정상훈 대표는 “의약분업 사태가 터지자 국민들은 의사를 신뢰하지 않았고, 의료계 역시 국민들을 불신했다”면서 “그런 상황에서 올바른 의료제도가 정착될 수 없다고 판단해 젊은 의사들이 나서서 나누고 함께 하는 활동을 해 보자는 취지에서 의사회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절박함에도 불구하고 의사회가 제 역할을 못하자 2003년 의사로서의 안정된 생활을 포기하고 상근 활동가로 뛰어들었다.

결혼까지 한 상황에서 전공의 과정을 포기한 정상훈 대표.

그는 “부모님은 내가 의료관리학교실에 들어간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전공의를 그만두면 실망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더 낙담하셨다”고 농담을 던졌다.

행동하는 의사회 대표를 맡고, 지난해까지 주3일 봉직의로 근무하면서 그나마 많지 않은 월급봉투를 아내에게 내밀었지만 의사회 일이 많아지자 올해부터는 이마저도 포기했다.

그는 “공보의 때 결혼을 했는데 어떻게 보면 아내도 속은 것”이라면서 “대부분의 시민단체가 다 그렇듯이 월급을 가져갈 수가 없기 때문에 아마 아내는 이렇게까지 안 벌어다주나 원망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래도 그는 보장된 미래를 접은 것에 대해 한번도 후회해 본적이 없다고 한다.

행동하는 의사회는 기존의 기부와 봉사 활동 외에 지난해부터는 중증장애인요양원 설립운동도 펴고 있다.

그는 “중증장애인들은 하루하루 먹고 사는 게 고역이다. 한달에 한두번 이들을 찾아가선 문제를 개선할 수 없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이들에게 실제 필요한 도움을 주기로 하고 요양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 시대에 의료인들이 장애인을 위해 나누고 안식처를 제공해야 한다. 이들은 시설에서조차 기피하고, 의료인을 만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힘들다”

그는 이런 현실을 해결하는 게 의사의 임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정상훈 대표는 마지막으로 “의사지만 비의료직에서 일하는 활동가가 앞으로 많이 나와 획일성을 탈피해야 한다”며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와야 하며, 상대방 의견을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의료계의 변화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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